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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저지 범국본,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국민감시단은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위험물질(SRM)이 발견됨에 따라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 전면중단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7월 중순 한우에 비해 부위에 따라 1/3~1/6정도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이마트에서 시판되었을 때 정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광우병 쇠고기 감시단이 반대시위를 펼쳤지만, 언론은 '쇠똥사건'만 부각시켰고 정부는 사법처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동안 꾸준하게 살코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선전을 통해 소비자들의 광우병에 대한 위험의식을 마비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 정부가 밀약을 통해 추진해 온 추석 전 미국산 쇠고기 대량수입에 제동이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수입돼 전국의 대형유통매장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SRM)인 등뼈가 발견된 것이다.

농림부는 즉각 검역을 중단했으나 수입 전면중단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유통업자들이 확보하고 있는 물량은 안전하다고 변호하기에 바쁘다.

미국 쇠고기 변호하는 한국 농림부

1985년 영국에서 발생하여 1990년대 초까지 유럽을 휩쓸었던 '현대 흑사병' 광우병(후해면상뇌증, BSE)은 그 후에도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 쇠고기 주요 수출국가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였고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한미FTA 추진 당시 4대 선결과제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포함시킨 이래 한국 정부는 수입을 위한 사전 조치들을 취해왔다. 특히 지난 5월말 프랑스에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연례총회는 미국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했다. 미국은 광우병이 발생하지만 통제가 가능한(BSE controlled risk) 국가라는 것이다.

OIE는 제국주의 세력의 비호를 받는 국제기구로 출발했고, 특히 운영경비를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어용기구다. 결국 이번 면죄부는 예상됐던 판정이었다.

한국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한우·낙농 육유협회 회원들이 회담장 바깥에서 반대시위를 벌였지만 한국 농림부에서 참석한 축산과장은 본국의 훈령을 받고 OIE 결정에 동의해주었다.

미국 소의 0.1%만 검역하고 99.9%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인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은 절대로 보장될 수 없다. 지난번의 뼛조각 사건이나 이번의 등뼈사건에서 보듯이 미국의 도축장 시설이나 위생상태 등은 결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도축과 수의전문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미국의 도축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 계통이거나 아시아 계통의 비정규노동자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 비정규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노동을 하는데도 노조가 결성되어 있지 않아 그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아무런 방법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1년 미만의 단시간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도축작업 역시 높은 기술과 기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숙련되지 않은 비정규노동자들을 통한 도축작업은 위생은 물론이고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도 도축업에 익숙해지려면 최소한 2년 정도의 현장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 도축장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칼을 잡고

▲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7월 13일 오전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매장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수입육 코너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변형단백질인 프라이온(prion)이 모여 있는 소등골부위의 신경조직은 광우병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중반 영국의 농림부 장관이 자신의 딸을 TV에 출연시켜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선전한 이후에도 150명이나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건을 남의 나라 일로만 여기고 있다. 소의 뇌에 변형이 일어나면서 구멍이 숭숭 뚫리고 포악해지는 병이 인간 광우병으로 이전되어 인간도 똑같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감각한 사회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은 광우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우육골분사료(MBM)를 먹여 대량 사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소의 뼈와 내장까지 식용으로 하는 경우 그 위험성은 더 높다.

지난 6월 11일 나도 참석한,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노총(AFL-CIO)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의 식품안전 전문가는 쇠고기의 경우 뼈를 분리한다고 해서 그 살코기가 광우병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고 증언했다.

미국 소의 경우도 뇌를 타격하여 도축하는데,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수가 몸 전체로 퍼져나가면 살코기 역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세균과 바이러스와 달리 끓이거나 태워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광우병 물질인 프라이온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다고 하더라도, 이 땅의 유통자본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소비자를 죽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면 이런 정도의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한우에 비해 엄청나게 값이 싸기 때문이다.

"왜 싼 쇠고기 못 먹게 하나" 항변하는 비정규직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사먹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일 때 어느 비정규직노동자들과 벌인 설전을 소개해보자.

그는 월 1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는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비싼 한우를 사 먹을 수 없는데 왜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느냐고 항변했다.

그래서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얘기하자, 그는 "미국 사람들도 그런 위험을 안고서 쇠고기를 먹지 않느냐? 설령 광우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한국의 현실에서 하루 10여명의 산재로 죽는 노동자, 수십 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나 자살자 등등과 비교할 때 그보다 더 죽겠느냐"며 얼굴을 붉혔다.

미국의 비정규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게 생산하는 미국산 쇠고기와, 한국에서 소득이 낮은 다수의 비정규노동자들이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다.

이를 이용해 한미양국은 한미FTA협상의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정책에 힘입은 카길 등 다국적 식품자본가들과 한국의 유통자본가들은 소비자이자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검은 흑사병 자본보다 더 추악한 자본의 탐욕이 광우병 쇠고기를 퍼뜨리고 있다.

#광우병#프라이온#비정규직#농림부#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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