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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로는 비가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활기에 차 있다.
ⓒ 조영님
상해의 메인스트리트로 알려진 '남경동로'에 들어섰다. 양쪽의 길을 따라 형성된 고층빌딩은 끝없이 이어졌고 백화점, 음식점, 옷 가게 등이 전혀 중국답지 않게 대단히 화려하였다. 우리나라 신세계 백화점도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이 길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보행자 전용도로'라는데 있다. 자전거도 보이지 않았다. 차가 있다면 남경동로를 오고 가는 꼬마기차가 있을 뿐이었다.

비가 내리는 데도 많이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우리도 그 무리에 합류하여 천천히 걸어가면서 시내를 구경하였다. 간간이 한국말을 하는 젊은이들도, 코가 삐죽하고 얼굴이 검은 서양인도 많이 눈에 띄었다. 맥도널드, KFC 같은 햄버거 가게는 한눈에 보아도 십여 개가 넘는 것 같았다.

일찌감치 저녁을 해결하려고 식당에 들어갔다. 무슨 음식이 맛있는지 통 알 수가 없어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휘둘러보고서 제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테이블로 갔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만 이 음식의 이름이 뭐예요?" 하자, 음식을 먹던 중국인들이 웃으면서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여행자의 신분이란 무엇이든 궁금하면 물어볼 수 있다는 특권이 있고, 또 상대방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아량이 있어서 좋다. 그래서 여행자는 다소 뻔뻔해 보이더라도 용감하고 씩씩하여야 여행길이 편안하다. 쇠고기를 잘게 다져 국수처럼 가늘게 만들어서 튀긴 일종의 국수였다. 바삭바삭하였지만 기대만큼은 맛있지 않았고 좀 짰다. 대신 양고기 꼬치로 배를 채웠다.

식당의 자리가 없어서인지 우리 테이블에 합류하게 된 중국인 노부부는 무척 세련되어 보였다. 내가 "상해 사람이에요?"라고 물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역시 큰 도시 물을 먹은 사람이라 그런지 말쑥하였다.

그들이 어눌한 내 말을 듣고 "중국사람이 아니에요?" 하는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봐도 화장도 하지 않은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촌에서 갓 올라온 사람 같으니 말이다.

▲ 남경동로를 끝까지 도보로 한 번 걷고 되돌아 올 때는 이 꼬마 기차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면 된다.
ⓒ 조영님
한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플 때쯤 되니 보행자 도로가 끝이 나고 차가 왕래하는 도로에 접어들었다. 번화한 남경로에 차가 다니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어 첫날 빗속에 남경동로를 거닐었고, 날이 갠 이튿날 다시 와서 왕복으로 꼬마 기차를 타고 시내 구경을 하였다.

꼬마 기차는 한 번 타는데 2원이다. 우리나라에도 대형 쇼핑센터나 문화시설이 운집해 있는 거리에 이 같은 보행자 전용 도로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밤에 가볼 만하다고 추천받은 포동(浦東)으로 향했다. 포동은 상해시를 가로지르는 황포강의 동쪽 편에 있는 곳으로, 남경동로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포동의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신개발지구로 야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 포동강변에서 보이는 동방명주탑과 고층 건물.
ⓒ 조영님
아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하여 택시를 타려 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빈 택시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냥 민박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언제 다시 상해에 올까 싶어 예정된 코스를 강행하기로 하였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바람까지 제법 불어서 우산을 받쳐 들고 포동 강변에서 야경을 보아야만 했다. 비 오는 야경이라, 카메라에 많이 담을 수 없어 마음에 담아 두었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 상해 외탄 관광 수도(隧道)를 탔다. 포동 강변에서 강 건너 동방명주탑이 있는 곳까지 터널을 통해 지나가는 것인데 터널 앞으로 사차원의 세계처럼 보이도록 광선을 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형을 세워 놓기도 하였다. 아들은 캄캄한 터널을 지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하더니 와! 하는 함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터널을 나와서 이제 동방명주탑으로 향했다. 동방명주탑은 1991년에 시공하여 1994년에 완공된 방송 수신탑이다. 상해의 명소 중에 '동방명주탑에서 바라보는 야경'을 으뜸으로 치는 사람이 많기에 얼마나 대단한 야경인지 확인하기 위해 갔다. 빗속에 야경이 잘 보일까 의심하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발길을 돌리자니 못내 서운하여 올라가기로 하였다. 빗속에서도 입장권을 사려는 관광객이 줄을 이어 있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국 아줌마 부대도 만났다.

▲ 야경이 아름다운 상해의 동방명주탑
ⓒ 조영님
과연 높기는 높았다. 탑의 높이가 468미터로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현대적 도시인 상해의 상징이 될 만하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263미터의 전망대까지 몇 초안에 도착하였다.

안타깝게도 어렴풋이 상해 시가지에 반짝이는 불빛만 보일 뿐 휘황찬란한 야경을 볼 수는 없었다. 최소한 10년 안에는 동방명주탑을 능가할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믿고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며, 긴 하루의 여독을 풀어줄 민박집으로 향하였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19일부터 8박 9일간 아들과 함께 떠난 상해·항주·소주·남경 여행기입니다.


태그:#중국 상해, #남경동로, #포동강변, #동방명주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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