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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누구나 떠나는 휴가. 아버지가 승용차를 몰고, 어머니가 옆에 앉고, 아이들은 뒤에서 재잘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휴가 시기 누구나 예상하듯 고속도로는 밀리고, 애써 도착한 바다와 계곡은 미어터지죠.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전한데다 자가용 주차하느라 힘쓰고 나면 아버지의 피로도는 급상승. 게다가 돌아오는 길은 희한하게도 갈 때보다 더 밀리고, 짜증지수가 다시 올라가고 휴가의 즐거움은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올해는 이런 휴가형태를 바꿔보는 게 어떨까요.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한 친환경 휴가. 승용차론 절대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여러분들에게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제 학생들 방학과 직장인들의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이번 여름휴가는 자가용을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자전거여행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자전거로 여행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은 자동차가 갈 수 없는 좁은 길을 자전거는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보다 느리므로 볼 수 있는 것이 더욱 많고, 걷는 것보다는 빠르므로 재미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어차피 먹어야 하는 음식물 외에는 어떠한 연료도 사용하지 않으니까 경제적이고, 달리면서 유해한 가스를 내뱉지 않으니까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적당히 하면 운동도 되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그 상쾌한 맛은 머리를 맑게 해준다. 몸이 구조물 안에 갇혀 있지 않고 활짝 열려 있으니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언덕을 오르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이 있으니 참된 인생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몸이 엔진이 되니 능력껏 갈 수밖에 없어 자립심을 키워주며 따라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

▲ 동진강에서 바라본 만경평야.
ⓒ 이규봉
자전거와 궁합맞는 대중교통을 찾아라

자전거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버스·기차·배·비행기이다. 이중 배는 자전거를 있는 그대로 실을 수 있어 가장 좋으나 자전거 요금을 추가로 받기도 한다. 기차는 자전거에서 바퀴를 분리하여 가방에 넣어 들고가 차량 사이 빈칸에 적당히 실을 수 있다. 그러나 KTX는 이러한 공간이 좁아 불편하다.

비행기도 자전거를 가방에 넣어 화물편으로 운반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전거 가방이 벨트라인을 돌 때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은 완충제를 이용하여 잘 감싸야한다.(바퀴 작은 접이식 자전거는 쉽게 빈 공간에 넣을 수 있다.)

따라서 자전거여행에 가장 좋은 대중교통은 버스이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는 아래에 짐칸이 있다. 대부분 이 짐칸은 비어서 가므로 이 곳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자전거 가방이 따로 필요 없고 필요에 따라 앞바퀴 정도 분리하면 된다. 버스 운행 중엔 자전거가 움직이지 않도록 자전거를 묶어두는 것이 좋다. 대체로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최대 6대까지 실을 수 있다.

도로를 선택할 때는 자동차가 많이 달리는 국도는 가능한 피하고 지방도나 시·군도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필요에 따라 농로를 이용하면 자동차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국도를 타다 보면 자칫 자동차전용도로로 진입할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가능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것으로 이번 여름에 추천하고 싶은 곳은 다음과 같다. 자전거 타기에 가장 쉬운 김제 주변 '만경평야' 지대, 성취감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제주도 일주', 그리고 가장 힘들지만 풍광이 아름다운 '남해섬'이다.

[만경평야] 끝없는 지평선, 대평원 같구나

바다가 아닌 평야를 달리고 싶다면 곡창지대인 김제시 주변 만경평야를 추천한다. 만경평야는 남쪽으로 동진강과 북쪽으로 만경강 사이에 이루어진 평야이다. 부안에서 만경을 지나 군산에 이르는 23번 국도와 711번 지방도는 언덕이 거의 없는 평지로 약 30㎞ 정도 된다.

양쪽으로 펼쳐진 논밭을 가로질러 몇 시간이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바닷가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산악지대인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갈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대평원에서 느낄 수 있는 아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동진강에서 바라본 만경평야 지역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의 무대가 된 곳으로 벽골제의 아리랑문학관에서 이에 관련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또 702번 지방도를 타면 서쪽 끝 심포항에서 망해사를 관람할 수 있다.

김제시나 정읍시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부안읍과 진봉면 그리고 만경읍 등 만경평야를 한 바퀴 둘러서 군산으로 가는 경로를 추천한다. 하루에도 가능하나 1박2일의 여정으로 천천히 돌면 누구든지 쉽게 자전거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 길.
ⓒ 이규봉
[제주도 및 우도] 자동차로는 이 맛 모르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해안을 따라 일주를 하면 언덕의 경사도 그렇게 심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일주를 할 수 있다.

일주를 할 때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할 것을 권장한다. 즉 공항에서 12번 국도를 따라 서쪽에 있는 애월이나 한림을 향해서 간다. 자전거는 차와 같이 오른쪽 통행을 해야 하므로 바닷가 쪽으로 붙어 여행할 수 있어 바다를 느끼기가 더욱 수월하다. 국도를 따라가다가 가능하면 해안도로로 들어가는 것이 자전거여행의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일주하는 거리는 약 224㎞로 구간별 거리는 다음과 같다.

공항-31㎞-한림-55㎞-중문-82㎞-성산-56㎞-공항.

2박3일이면 충분히 일주할 수 있는 거리이나, 관광이 목적이면 3박4일 정도의 여정을 갖고 천천히 달리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 길 12번 일주도로를 타고 서귀포에 도착하면 일주도로에서 서귀포여자고등학교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해안가로 가면 외돌개에서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나무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이 길에서 범섬과 문섬을 바라보며 외돌계까지 갈 수 있다. 이 구간은 자동차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전거여행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제주도는 그 둘레가 과히 먼 거리는 아니라 할지라도 제주도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난 뒤에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성취감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 동쪽 성산포 부근에 있는 우도봉이다.

하루 정도의 시간을 더 할애한다면 우도를 일주하길 권한다. 우도의 둘레는 약 22km이며 남쪽의 소머리오름(우도봉)만 제외하고는 모두 평지이다. 우도 동쪽에는 비양도라는 작은 섬이 우도와 연결되어 있고, 이 섬에 단 한 채의 집(등머을콘도)이 우아하면서도 외롭게 서 있다. 우도는 입항할 때는 2500원, 출항할 때는 2000원 요금을 낸다. 자전거는 추가로 500원을 더 내야 한다.

▲ 우도봉에서 내려다 본 전경.
ⓒ 이규봉
[남해] 큰 바다 볼까, 작은 바다 볼까

내륙에서는 제주도 못지않은 아름다운 전망을 갖고 있는 곳이 남해섬이다. 한국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모두 68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남해섬에 가기 위해선 먼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사천시로 간다. 사천시에서 출발하여 삼천포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는 1024번 국도를 타고 창선면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강진만을 바라보며 가게 된다.

창선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3번 국도를 타면 바닷가에는 반원형의 울창한 숲인 물건방조어부림이 있고, 산기슭에는 독일거주 교포들의 정착생활 지원과 삶의 터전을 마련한 독일마을이 있는 물건리가 나온다.

물건리를 조금 지나면 폐교된 초등학교에 수많은 예술품을 전시하고 직접 만들기도 하는 해오름예술촌이 오른쪽에 나온다. 아름다운 상주해수욕장을 지나 1024번을 타고 앵강만을 끼고 돌면 홍현리에 들어선다.

홍현리를 지나 언덕을 넘어 설흘산 아래에 이르면 가천다랭이마을이 나온다. 남면을 지나 서면으로 들어서면 확 트인 바다는 사라지고 제주도에서는 볼 수 없는 호수 같은 분위기가 나타난다. 확 트인 바다와 호수 같은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맛이 남해섬의 특징이다. 하동이나 광양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돌아가면 된다.

▲ 물건방조어부림.
ⓒ 이규봉
▲ 설흘산 아래 가천다랭이마을.
ⓒ 이규봉


사천시에서 남해를 거쳐 광양시까지 약 135㎞로 2박3일 정도의 여정으로 다닐 수 있다. 녹지율이 67.5%로 국내 섬 가운데 산이 가장 많고 평야가 적은 곳이 남해섬이다. 언덕이 많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겠지만 제주도 못지않은 풍광과 호수 같은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태그:#자전거여행, #제주도, #우도, #남해섬, #만경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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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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