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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화서문 화장실에서 근무하는 이기덕 할머니의 모습.
ⓒ 정다영
경기도 수원은 화장실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도시다. 그만큼 화장실 관리도 철저하다. 화장실은 우리의 생리욕구를 충분하게 만족시켜 주도록 안락한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깔끔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이곳을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화장실 지킴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화서문 앞 장안공원의 화장실은 이기덕 할머니(67·권선구 권선동)가 있어서 화장실이 더 빛나 보인다.

장맛비가 내리는 19일, 우산을 접고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할머니는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우산을 가지고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이 할머니가 말한다.

"우산 문 앞에 놓고 가. 내가 청소하고 있으면서 보고 있응께."

이 할머니의 따스한 웃음에 나는 마음 놓고 볼일을 봤다.

이 할머니는 장애인협회에서 일자리를 제공 받아서 화장실을 관리하고 있는 환경관리자.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쩔뚝쩔뚝 다리를 전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오면 바로 들어가서 청소를 한다. "화장실 깨끗하게 썼는지 확인을 꼭 해봐야 해"라고 말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간다.

"내가 42년생인데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는 보람이 있지."

이 할머니는 일을 벗 삼아 한다고 말한다. 깨끗하다고 칭찬하는 사람, 청소하고 있는 도중에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사온 사람도 있단다. 이 할머니는 "말 한마디가 나한테 보람이 되지"라고 빙긋 웃는다.

오전 6시에서 2시, 오후 2시부터 10시로 나뉘어서 화장실을 맡는다. 오늘 이 할머니는 오후 2시부터다. 하루에 8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새벽 6시에 나오는 것이 힘들 수도 있는데 "습관이 됐는데 힘들긴 뭐"라는 말 속에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 할머니는 "사람들마다 생각하기 나름이여"라며 말을 잇는다. "8시간 동안 청소하다가 쉬는 틈에는 심심하지 않으세요?"라는 말에 "심심하긴 손님들 왔다 가면 들어가 봐야 하고, 그런 신경을 쓰다 보면 심심할 틈도 없지"라고 대답한다.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도 남자다' 생각하지"

▲ 거울을 닦고 있는 이기덕 할머니.
ⓒ 정다영
화서문 화장실에서 일한 지는 8개월째. 처음에는 남자화장실에 들어가서 청소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도 남자다' 생각하지"라고 말하면서 수줍어한다.

이 할머니는 그전에도 권선동 농산물 시장에서 묶음 일을 했었다. "내 일자리는 내가 찾아서 해야지"라면서 다른 또래들은 노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보통 장안공원에는 노인들로 북적인다. 비가 내려 공원은 제법 한산했는데도 할머니들이 하나, 둘 화서문 화장실로 서서히 모여든다.

이 할머니는 화장실에 온 사람들을 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다 내 손님들이지"라고 말한다. 오는 손님들마다 안부 인사를 건넨다. 한 남학생이 들어가자 "어째 혼자 오는가?"라면서 반갑게 맞기도 하고, 동네 할머니들과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사하기도 한다.

지나가는 한 동네 주민이 이 할머니를 마르고 닳도록 칭찬한다. "이분은 얼마나 청소를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항상 깨끗하고 좋답니다"라면서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할머니의 밝은 성격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숙이 고마움으로 간직된다.

"옛날에는 화장실이 더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깨끗하지"라는 말에 할머니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깨끗해진 화장실로 인해서 사람들은 많이 조심하고 더 깨끗하게 사용하려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사진도 찍어간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화장실을 더럽게 쓰는 행위들은 하지 말아야겠다.

앞으로 수원시의 공공화장실을 간다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청소하는 '환경관리자'들을 생각하자. 화장실은 우리 모두가 지켜나가는 곳이다. 화서문 화장실의 이기덕 할머니의 끝없는 화장실 사랑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카페, #화성,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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