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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운동의 대모, 지구의 딸 에코페미니스트, 유전자 조작의 비합리성을 지적한 과학자, 반다나 시바. 6월 중순 인도 뿌네에서 델리까지, 반다나 시바를 만나러 가는 길은 기차로만 28시간이 걸리는 멀고도 먼 여정이었다. 인도의 일상인 기차 연착, 7시간의 기다림은 빼고 말이다.

반다나 시바를 다룬 다큐멘터리 <소똥>에서 본 그녀는 큰 몸집의 우렁찬 목소리를 지닌 '여장부'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뉴델리 하우스 카츠에 있는 나브다냐(반다나 시바가 이끄는 유전자조작에 반대하는 운동단체) 본부에서 만난 반다나 시바는 큼지막한 빈디(인도인들이 이마에 붙이거나 칠하는 빨간색 표시)만큼이나 자신의 존재를 확연히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매순간마다 확신에 찬 어조로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과 유기농업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아래는 반다나 시바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왜 인도 농민들이 자살하냐고? 몬산토에게 물어봐"

▲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반세계화 단체 '나브다냐'를 이끌고 있는 반다나 시바.
ⓒ 김조영혜
- 인도 농민들의 자살이 빈번하다.
"나는 지금 (인도 중부의 평원에 위치한) 마하라슈트라 주에 있는 비다르바에서 왔다. 비다르바는 농민 자살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달에도 농민 두명이 자살했다. 바로 그곳에 내가 있었다.

왜 농민들이 자살하느냐고 물었나? 물론 '몬산토' 때문이다. 몬산토는 세계 최대 종자 회사로 인도 전역에서 Bt 면화를 판매하고 있다. 몬산토가 판매하는 Bt 면화가 재배되는 곳이 바로 농민 자살이 번지고 있는 곳이다. 간단히 말하면, 몬산토의 광고에 속아 넘어가 몬산토의 Bt 면화를 재배했던 농민들이 Bt 면화를 살 때 진 빚에다 Bt 면화를 재배하기 위해 뿌린 농약 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고 있는 것이다."

- 왜 몬산토가 문제인가?
"몬산토는 종자 분야에서 독점을 추구하고 있다. 나는 그 독점에 반대한다. 인도 전역의 모든 면화 종자가 몬산토 한 회사로부터 수입되고 유통되고 있다. 거기에는 어떤 독립체계도 없다. 몬산토가 독점해 팔고 있는 종자를 'Bt 면화'라고 하는데, 바로 '유전자 변형 면화'다. 해충이 잘 꼬이는 면화가 스스로 'Bt 독소(일명 나비세균)'를 만들어 해충을 퇴치하게 유전자를 변형한 것이다.

인도에서 몬산토는 하루 100번 이상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냈다. '이 면화를 심으면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이 선전에 넘어간 농민들은 재배하던 검은콩, 녹두, 참깨, 토종 면화 등을 포기하고 빚을 내 Bt 면화 종자를 사들여 재배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충이 Bt 독소에 적응했고 더 많은 농약이 필요해졌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해충은 오랫동안 독소에 노출되면 적응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 조작 종자의 문제점이다."

- 몬산토의 Bt 면화와 토종면화를 비교하면?
"1998년부터 1999년까지 Bt 면화와 토종 면화를 재배한 농민들의 실제 추수량을 비교하면, 토종 면화를 재배한 하리야나 지역에서는 (Bt 면화 지역에 비해) 40배, 마드야 프라데시에서는 33배, 안드라 프라데시에서는 3~4배 높은 추수율을 보였다. 또, 토종 면화를 재배했을 때는 종자, 기술, 농약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에 비해 Bt 면화는 1에이커 기준으로 볼 때, 일단 종자를 사는 데 550루피(한화 약 1만 2100원), 기술 비용 2000루피(4만4000원), 농약 비용 7500루피(16만5천원) 등 총 1만50루피(22만1100원, 계층에 따라 다르지만, 인도인들의 하루 평균 지출은 100루피를 넘지 않는다)를 소비했다."

- 몬산토는 제품을 많이 사면 더 많이 할인해 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계속 산다고 들었다.
"내가 독을 판다고 치자. 거기에는 두 종류의 독이 있다. 하나는 싸고 다른 하나는 비싸다. 싸게 판다고 해서 독을 파는 게 면죄부가 되는가? 마찬가지다. 몬산토가 농민들에게 종자를 비싸게 팔든 싸게 팔든 그 종자는 독을 가지고 있다. 독이 든 종자를 파는데 돈을 적게 받는다고 해서 합리화될 수 있는가? 독은 독일 뿐이다, 싸든 비싸든 간에. Bt 면화는 유기적으로 독을 함유하고 있다. 당장 농민들을 빚더미에 앉게 해 자살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땅'을 죽이고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은 엄연히 '독'이기 때문이다."

- 유기농은 대규모 농작이 불가능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 유전자 조작식품이나 제초제, 농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면 진실이고 일면 거짓이다. 유기농법으로 대규모 농작이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거짓이다. 대규모 농작은 한가지 종자를 대규모로 뿌리고 농약을 쳐가며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독점 재배 말이다.

자, 우따란찰 지방에서 쌀을 독점 대량 생산한 경우와 만두아, 잔고라, 가핫, 밧(인도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곡물들)을 유기농법으로 섞어 재배한 경우를 비교해 보자. 독점 재배는 종자를 사는 데 180루피, 비료값 200루피를 들여 1에이커 당 12톤을 생산, 총 6720루피(한화 14만7840원)의 소득을 얻었다. 반면 유기농법을 이용한 다종자 재배는 종자는 기존 것을 그대로 이용하고 비료는 자연농법으로 해서 총 14톤을 산출, 2만4600루피(한화 54만1200원)의 이득을 냈다. 무려 4배의 이득이다.

농약을 사용해 대규모로 독점 재배하는 것은 농민에게만 불이익이 아니다. 농약은 지렁이를 죽이고 나비들을 죽이고 결국 농토를 죽인다. 결국 농토 생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기농만이 농토를 살리고 나아가 미래의 농토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쇠락하고 있는 인도의 녹색혁명... 유기농이 대안"

▲ 나브다냐는 인도의 토종 종자로 만든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나브다냐 본부의 유기농 매장.
ⓒ 김조영혜
- 당신이 이끌고 있는 나브다냐는 어떤 운동인가?
"알다시피 인도는 녹색혁명으로 유명했다. 특히 펀자브 지방은 녹색혁명의 특혜지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1984년 펀자브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녹색혁명의 부작용이 농민 봉기로 드러난 것이다. 그때부터 농약을 사용한 독점 대규모 농작의 문제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부터 나브다냐 운동을 시작했다. 나브다냐는 유기농을 기본으로 한 '종 다양성'을 추구한다. 사라져가는 토종 종자를 보존하고 이를 농민과 공유하는 게 우리의 주된 일이다. 농민들에게 유기농법을 보급하고 소비자들에게 유기농의 이점을 홍보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 판매하기도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우리는 종자를 무료로 분배한다. 지금까지 5톤의 종자를 농민들에게 공급했다. 물론 나브다냐의 토종 종자를 얻은 농민들은 우리와 굳은 약속을 한다. 추수가 끝난 후 종자를 다른 농민들에게 전해 토종종자를 재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 말이다. '농민에서 농민으로, 씨앗에서 씨앗으로' 유기농법이 전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독점을 반대한다. 몬산토 같은 거대 종자회사가 전 세계의 다양한 토종종자를 몰살하고 오로지 한가지 종자만을 독점 생산, 유통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농민들 반응은 아주 좋다.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농촌을 방문할 때마다 그들은 환호했다. 현재 5000명의 농민이 나브다냐의 토종종자를 재배하고 있다. 그리고 나브다냐가 종자독점이나 자유무역 농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면 1억명이 넘는 농민이 참가한다. 소비자들 반응도 좋다. 델리 하트, 델리 하우스 카츠, 그리고 뭄바이, 총 3곳에 농산품 직거래장이 있고 델리에만 1000명, 뭄바이에는 500명의 회원이 있다."

- 몬산토나 카길은 거대 다국적 기업인데 나브다냐는 작은 운동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솔직히 말해 우리는 몬산토만큼의 돈도 권력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연대'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무엇보다 진실이 있다. 20년 후 지구상에 인류가 있고 농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나브다냐의 종자이지 몬산토의 것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가 나브다냐가 몬산토의 독점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으냐고 묻는다면 난 아주 희망적이라고 대답한다. 앞으로 내 계획은 하나다. 더 많은 토종 종자를 더 많은 농민들과 나누는 것이다."

"몬산토 종자 하나가 우리의 식생활을 지배한다"

▲ 반다나 시바.
ⓒ 김조영혜
- 핵물리학을 전공했는데 환경운동가가 된 이유가 있는가?
"난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캐나다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하면서도 방학이 되면 고향인 데라둔(인도 서북부에 위치한 고지대 평원)에 돌아와 사람들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는 것을 막아서곤 했다.

우리는 스러져가는 나무들을 끌어안았다. 칩꼬(대규모 벌목에 반대하는 나무 껴안기 운동) 운동에 참여한 것도 그저 나무들이 스러져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무를 베어내려면 내 몸도 베어내시오'라고 말했다. 그게 전부다."

- '시바'라는 성이 특이하다(시바는 파괴의 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도 사람들에게는 자연을 상징한다).
"인도에서는 성이 바로 카스트를 의미한다. 우리 부모님은 카스트 제도를 반대하셨다. 그래서 부모님 때부터 '시바'라는 성을 쓰셨고 나도 물려받았다. 이를 테면 난 날 때부터 자연과 한 몸인 셈이다(웃음)."

- 얼마 전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나?
"2005년 인도와 미국의 무역농업협정이 체결됐다. FTA와는 다르지만 그 이후 우리는 농업 독립권을 잃었다. 인도는 밀을 수입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미국은 인도에게 밀 수입을 강요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건강 기준을 바꾸고 식생활을 그들 식으로 바꾸고 있다.

인도에는 수천만의 토종종자와 약 4천만의 소매상이 있지만 그들은 오직 몬산토의 종자만을, 오직 월마트를 통해서만 분배하려고 하고 있다. 1997년 자유농업정책이 시작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15만명의 인도 농민이 자살했다. 한국의 농민도 FTA에 반대해 자살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FTA 협정 체결 후, 얼마나 많은 한국 농민들이 자살 위협에 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다나 시바

1952년 인도 출생의 물리학자. 캐나다 온트리오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한 학자지만 지금은 에코 페미니스트이자 환경운동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70년대 고향인 데라둔에서 산림파괴에 맞서 여성들이 주축으로 벌목 위기에 처한 나무를 끌어안는 칩꼬 운동에 참가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1982년 '과학연구재단'과 '테크놀로지와 천연자원 정책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지적재산권, 바이오테크놀로지, 유전자 조작 등에 반대하는 과학 논문을 300건 이상 저술했을 뿐만 아니라 활동가로서 나브다냐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1993년 좌파의 노벨 평화상이라고 불리는 '올바른 삶을 기리는 상(The Right Livelihood Award)'를 수상했으며 현재 에드워드 골드스미스, 랄프 네이더, 제레미 리프킨과 함께 반세계화 운동의 국제연대인 '세계화 국제포럼(International Forum Globalization)'을 이끌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다작으로 유명한데, 특히 그녀의 저서 <살아남기>(Staying alive)는 제3세계 여성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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