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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대학로에서 노동자 1만5000명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이경태

29일 낮 12시 대학로에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지고 있지만 몇몇 노동자들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파업 5일째를 맞은 금속노조원들은 사전대회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참석하기 위해 각 지부별로 모여들고 있었다.

무대에는 움켜쥔 주먹을 높이 하늘로 뻗은 노동자의 그림과 "15만 금속노조 우리는 하나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무대를 점검하고 있던 박성현 금속노조 조직국장은 "우리의 파업을 왜 언론과 자본에서 '정치 파업'이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비록 언론들이 노조의 활동을 끊임없이 깎아내리면서 금속노조를 못마땅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한미FTA가 서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 금속노동자들에게 한미FTA가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시민 분들도 아시게 된다면 우리의 파업에 대해 박수를 칠 것이다."

빗방울이 굵어지자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한 금속노조원들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비를 피하며 김밥과 우동으로 점심을 때웠다. 오흥석 금속노조 인천지부 대원강업지회 대의원은 "어제는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오늘은 간부 중심으로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오 대의원은 "언제나 그들은 노동자의 파업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한다"며 "중앙 지도부의 결단을 우리는 전부 믿고 있다"고 답했다.

박점규 금속노조 선전부장은 일부 보수언론의 악선전에 대해 분노했다.

"정치 파업이라고 매도하지만 실제적으로 우리의 생존이 걸린 투쟁이다. 또 정치 파업이면 안 될 이유가 뭐냐. 우리의 노동조건, 처우에 대해 투쟁을 하면 노동자들 때문에 경제가 망한다며 이기적인 행동으로 폄하시켰다. 또 이번에는 정치적인 목적이라며 불법 행위를 그만두라고 한다. 결국 노동자는 그 어떤 이유로도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박 부장은 현대차 노조 파업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파업에 참가하면 꼭 집회에 참가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부장은 "노조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고 소극적인 사람이 있다"며 "그들 모두가 파업의 목적에 동의하는데 단순히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조원들이 분열했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을 '침소봉대'해서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굳은 얼굴의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 이경태
쏟아지는 비에도 노조원들은 비옷을 입고 자리를 지키며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무대 앞에 자리 잡은 금속노조 깃발 뒤로 다른 노조들의 깃발도 드문드문 세워졌다. 어느 새 대학로는 노동자들로 꽉 메워졌다.

사전대회 무대에 선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운동을 20년 넘게 했지만 이번처럼 언론이 '후벼파는' 것도 처음이다"며 "언론의 탄압을 뚫고 12시간 파업을 진행한 금속노조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밟으면 밟을수록 더 거세게 일어나 승리할 것"이라며 "금속노조의 명운을 걸고 한미FTA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날씨 탓에 예정보다 40분 가량 늦었지만 '전국노동자대회'도 내실있게 진행됐다. 이미 대학로를 메운 노동자의 수는 1만5000명이나 됐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민연금법·의료법 개정하라

가기 노조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목소리를 높여나갔다. 노동자들은 지난 9일 '6월 총력투쟁 선포대회' 때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던 사안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그 실행을 촉구했다.

▲ 이인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총무실장이 문예공연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 이경태
얼마 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교섭이 결렬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원들도 자리에 모였다.

보건의료산업노조의 현장에는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 중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인숙 총무실장은 "의료법 개악과 비정규직 정규화를 위해 계속 투쟁해나가겠다"고 결의를 높였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의향이 있다면 정규직 임금의 일정분을 양보할 수 있다고 교섭했지만 사용자측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7월 1일부터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도록 법적으로 정해진 사안 아니냐. 사용자측이 노조의 요구를 왜곡했다."

또 이 실장은 "한미FTA가 체결이 되면 지금도 거세져 가는 병의원, 의료산업 전체의 영리추구 행태가 강화될 것"이라며 "보건의료노조가 계속 투쟁해 이것을 막아낼 것"이라 말했다.

무대에서 국민연금법 개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27일 비공개회동을 거쳐 6월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9월 국회에서 사학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9일 국민연금법은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내용을 약간 고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영원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조금 전에 통과됐다고 하는데 여기 나와 있느라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결국 개악된 방향으로 알고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위원장은 "연금이라는 것이 퇴직 후 실질적으로 생활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 두 정당의 개정안은 국민연금 지급률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 이영원 공공서비스노조 위원장이 국민연금 개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경태
"지급률을 60%에서 40%로 낮추려고 했었는데 나 같은 경우에 90만원을 받다가 60만원을 받는 격이다.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액수인가. 정부가 2030년에 계속 기금이 고갈된다고 국민에게 알리고 있는데, 정부가 연구한 내용을 노동자와 시민들과 같이 확인하고 공유하면 얼마나 더 설득력이 있겠는가. 그리고 정말 어렵다면 기본적인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게 돈을 좀 더 버는 사람이 국민연금을 조금 더 내면 안 되겠는가."

이 위원장은 "정당들이 사회 양극화를 지적하면서 여러 가지 말들을 쏟아내지만 정작 그들의 정책 중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공공서비스노조가 사회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의료법, 국민연금법, 학교영리추진허용 반대 등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법 개악에 대해서 7월 2일부터 노숙 투쟁을 강행해서라도 막아내야겠다고 지금 결론이 나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들의 탄압... 하지만 승리한다"

한편 이 위원장은 "금속노조와 방법은 다르지만 정부가 또 다른 산별노조인 공공서비스노조에 가하는 탄압도 만만치 않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위원장은 "공기업은 정부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통해 갖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감사를 통해서 노조 사무실의 넓이며, 전임자 수를 두고 압박하는가 하면, 노조활동 때문에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고 추궁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을 일부 보수언론들이 계속해서 써내고 있다. 이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성과급을 조절하는 등 의 압박을 하기도 한다."

▲ 광화문으로 행진을 앞두고 김진찬 학습지노조 대의원은 노조원과 대화나누며 웃음을 지었다.
ⓒ 이경태
학습지교사로 활동하다 노조원 신분이 드러나 지난 3월 2일 해직된 김진찬 학습지교사노조 대의원은 노조깃발을 붙잡고 있었다. 이미 공덕동 한솔교육 앞에서 차량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인 학습지노조의 투쟁은 108일을 훌쩍 넘어섰다.

김 대의원은 "회사 측에서 영업 활성화를 위해 성과급여를 약속하거나, 성적우수자들에게 연수를 제안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노조 대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조합원 신분이 드러난 것이 해직의 이유"라고 말했다.

"원래 정부에서 6월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6월내에 해결은 불가능한 것 같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다 보니 이렇게 해직도 가능한 것이다. 우선 다른 노조와 적극 연대해서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력할 것이다."

2시간 동안의 집회가 끝나고 노동자들은 '한미FTA저지 범국민 총궐기대회' 합류를 위해 행진을 시작했다. 펼침막의 "약속은 지킨다"는 글귀가 유독 눈에 띄었다. 노동자들은 또 다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깃발을 들고 대학로를 떠났다.

태그:#전국노동자대회,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산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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