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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운명은 시청률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청률에 따라 울고 웃으며 명암이 엇갈리는 등 국내 드라마 방송사, 제작진, 배우들 모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지어야 할 배우들은 더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마니아 드라마'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열혈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러한 드라마를 '마니아 드라마'라고 우리는 부른다.

어떻게 보면 지지와 성원은 시청률 높은 대박 드라마보다 마니아 드라마의 열기가 더 높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마니아 드라마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하고 극심한 찬반논란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런 사이 시청률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시청률 높은 드라마, 시청률은 낮지만 인기를 끄는 드라마 두 부류로 나뉘고 있다.

물론 시청률에서도, 인기에서도 동시에 사랑을 받는 작품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은 한 해 동안 두 편 이상 나올까 말까 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제외하고, 시청률도 인기도 없는 드라마들을 제외한다면 다른 드라마들은 이러한 현상이 공식화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층에 따라 갈린다?

▲ 수목드라마에서 <쩐의 전쟁>으로 인해 <메리대구…>와 <경성스캔들>은 낮은 시청률 5%대를 유지하고 있다.
ⓒ SBS
이러한 드라마들을 우선 살펴보면 시청자층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른바 대박 드라마라고 지칭하던 드라마를 보면 <주몽> <내 남자의 여자> <쩐의 전쟁> <행복한 여자> 등이 시청률에서 상위에 랭크되었던 작품들이다.

우선 이 작품들을 보면 일단 사극, 불륜, 주말드라마는 우리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소재로 과거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연령층이 높은 40~50대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받는 편이다. 물론 <쩐의 전쟁>은 골고루 지지를 얻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10대와 20대의 지지율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은 편이다.

대신 시청률은 낮지만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올해에만 <메리대구 공방전> <경성스캔들> <新현모양처> <마왕> <꽃 찾으러 왔단다> 등이 있다. 이들 드라마는 모두가 톡톡 튀는 스타일과 신선한 소재 등에도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가령 무엇을 볼까 고르기 어렵다는 수목드라마를 보면 <쩐의 전쟁>으로 인해 <메리대구…>와 <경성스캔들>은 낮은 시청률 5%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내 남자의 여자>가 종영되지 마자 <新현모양처>는 6%에서 12%로 시청률이 급등했다.

'인터넷 다시 보기'가 양극화 만들어

즉 시청자들의 연령층에 따라 시청률의 높고 낮음이 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원인제공자는 '다시 보기'이다. 예전 같으면 안방극장에서 가족들이 서로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드라마를 보겠노라 외치며 전쟁 아닌 리모컨 전쟁을 처절하게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 시대가 급속도로 진화하는 만큼 TV에서 보지 못한다면 인터넷으로 'On Air'를 켜 보거나, '다시 보기'를 통해 보기 때문에 다툴 필요가 없어졌다. 특히 학생들이 방학기간이 아닌 이상 TV 채널권은 주로 주부 시청자에게 있거나, 간혹 사극과 같은 드라마를 볼 때는 남성 시청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극, 불륜, 주말, 일일드라마와 같은 낡은 소재지만 친숙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주부 혹은 남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시청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새로운 것을 자꾸 찾는 10, 20대들은 신선한 소재로 새롭게 등장하는 장르의 드라마들을 선호하고, 동시에 채널권을 박탈당한 그들이 인터넷에 모여 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선우 완으로 출연한 강지환의 굴욕 6종 세트 등장 등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경성스캔들>
ⓒ KBS
예를 들어 <경성스캔들>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워 암울할 줄로만 알았던 일제시대를 숨쉬게 만들었다. 또한 극중 선우완을 연기하는 강지환에 반한 여심은 '강지환 굴욕 6종 세트'라고 해서 귀여운 장면을 캡처해서 인터넷에 올리고 그것을 공유하기도 한다. 반응은 대박 드라마 <쩐의 전쟁>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또한 <新현모양처>도 불륜을 이야기하지만 가벼운 코믹터치와 주부들의 자아 찾기를 조금 더 색다른 시선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극중 허명필(김호진)의 뻔뻔함에 인터넷 게시판이 열띤 토론으로 반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운데, 단지 채널권의 박탈로 인해, 인터넷 다시 보기로 인해 시청률이 저공비행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또한 유쾌한 이야기, 산뜻한 이야기가 지금 현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은 무거운 소재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이는 때로 사회적인 현상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시청률 높다고 다 좋은 드라마? 인기 드라마??

▲ 주말드라마 시청률 강자인 <행복한 여자>지만 시청자는 행복하지 않다.
ⓒ KBS
하지만 이러한 TV드라마 시청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오로지 시청률의 잣대를 내세워 성공과 실패를 갈라야만 하는 것일까? 역으로 시청률이 높지만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드라마도 있다. <행복한 여자>와 <나쁜 여자 착한 여자>가 그러하다.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은 방향과 달리 '불굴의 의지'를 보이는 드라마가 이들인데, 욕하면서도 보기 때문에 시청률은 좋은 편이지만 반응이 썩 시원찮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높을수록 광고 수입이 올라가기 때문에 방송사에겐 효자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연말 시상식에서 그 보답으로 여지없이 상들을 싹쓸이해가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또한 아무리 반응이 뜨거웠다 할지라도 시청률이 높지 않은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상관없이 여지없이 제외된다.

물론 그중에서도 인정옥, 노희경 작가처럼 열혈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가들의 작품은 비교적 상복이 있지만 여타의 드라마 작가들의 작품은 시청률을 얻지 못하면 수상 명단에조차 오르지 못한다. 거기에 모든 책임은 배우들이 져야 하고, 그들의 인기와는 달리 실패 드라마로 꼽히게 돼 배우들 자신에게도 여지없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결국 시청 문화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데, 여전히 우리는 드라마의 성공 잣대를 시청률로만 계산하고 재단한다. 분명 소수의 시청자가 존재하는 한 드라마가 제 수명을 채우고 퇴장해야 하는 것도 마땅한 일인데, 그것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져 백번 양보한다 해도 모든 것을 시청률에 좌지우지하는 것은 오히려 방송사에게 해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우선 시청률에 의존하다보면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만 광고 수입이 들어올 것이고, 무조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인기공식에 의거한 작품들만 쏟아지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볼 권리를 빼앗아가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질릴 대로 질려가는 마당에 외국 사람들조차 우리 드라마를 멀리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한류 붐이 시들해지는 것이고, 드라마 수출에 의존하던 방송사들도 어려움을 겪게 되어 수입이 감소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송사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것으로, 근시안적으로 제작하고 시청률에 연연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게 될 것이다. 또한 본인들 스스로 노이로제와 강박관념에 휩싸여 '드라마 왕국' 타이틀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는데, 언제까지 얼토당토않은 전쟁으로 방송사 직원들을 혹사시킬 것인가?

시청문화가 변화만큼 시청률로만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분명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역효과로 인해 전적으로 방송사에게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얼른 캐치해 좋은 질의 작품들을 많이 만들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은 <시청률은 낮지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드라마>에 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드라마, #시청률, #인터넷, #다시보기,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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