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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찾아 헤매기.' 쓰촨성 청두시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직장을 찾으려는 수백 명의 대졸자들이 몰렸다.
ⓒ 모종혁

지난 24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진장(錦江)구의 한 공원. 대졸자를 위해 3일 동안 열린 중소기업 취업박람회의 마지막 날,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수백 명의 대학 졸업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6명을 뽑는다는 한 이동통신단말기 수리회사에는 이미 200장의 입사지원서가 쌓여있었다. 이 회사 장루이 과장은 "어느 때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장루이 과장은 "우수한 인재를 가려 뽑기 위해 행사 마지막 날까지 지원서를 받고 있다"면서 "올해 지원자들이 적어낸 희망월급 수준도 예년보다 낮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취업박람회를 찾은 천하오(23)는 "7월 졸업이 코앞인데 원하는 직장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쓰촨사범대학을 졸업하는 천하오는 "학교에서는 졸업생의 취업 문제를 거의 손 놓은 상태"라면서 "일정한 월급을 보장하고 전망이 좋은 기업에 입사하려면 뛰어난 성적에다 '꽌시'(關係)까지 필요해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푸념했다.

러산(樂山)에서 대학을 졸업한 리싱커(22·여)도 "이미 30여 곳에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이름 없는 대학 출신이어서인지 면접을 볼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싱커는 "가지고 온 돈이 다 떨어져서 일자리가 많은 식당 종업원이나 해야 할 판"이라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 볼 면목이 없다"고 절망스러워했다.

▲ 한 대학의 도서관 내부. 금세기 들어 대학 입학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지난 3, 4년 사이 대졸자가 매년 100만명 이상 늘어났다.
ⓒ 모종혁

취업시장 뛰어든 대졸자 600만명, 현실은 암울

중국이 대졸 청년의 취업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새로 취업시장에 뛰어든 대학 졸업생 수는 495만명. 작년 대졸자 413만명 가운데 30%나 되는 120만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난 것에 비춰볼 때, 600만명 이상의 대졸자가 직장을 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회의석상에서 톈청핑(田成平) 중국 노동사회보장부 부장은 "올해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 수는 2400만명에 달하지만 신규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1200만개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학 졸업생을 포함해 1200만명의 실업자가 중국 도시를 유령처럼 헤매는 것이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해마다 10% 가까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자 외국인 직접투자의 블랙홀인 중국에서 청년 실업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수요와 공급의 괴리 문제가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 대학의 입학생 수는 27만명에서 500만명으로(2006년) 늘어났다. 특히 1998년 중국 정부에서 고등교육의 보편화, 대학교육의 시장화를 기치로 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면서, 졸업생 수는 2001년 103만명에서 2004년 239만명, 2005년 306만명, 작년 413만명으로 급증했다.

대학 졸업생 수는 이처럼 갑작스레 늘어났지만 기업의 고급 노동력 수요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만인의 부러움을 받던 대학생이 별 볼 일없는 룸펜으로 전락한 것이다.

▲ 중국 노동사회보장부에서 발표한 '당금 노동력시장 공급수요상황 분석보고'.
ⓒ 모종혁

대졸자는 취업난, 기업은 인재난

중국 노동사회보장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 '당금 노동력시장 공급수요상황 분석보고'는 이를 잘 보여준다. 보고서는 "1960~70년대 출산 고조기에 태어난 세대가 현재와 향후 20년 동안 노동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8~9%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고 매년 800~9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도 연간 1200만명은 취업을 못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보고서는 "대학에서 배운 학문과 기업이 요구하는 수요가 접점을 못 찾고 대졸 취업자의 취업을 어렵게 한다"면서도 "민영기업과 향촌기업, 오지의 기업은 오히려 인재를 구하기 힘든 모순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졸자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쓸 만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서 난리다. 지난 8일 <시장보>(市場報)는 한 대졸 미취업자의 입을 빌어 "(대졸자들이) 4년 동안 대학을 다녔지만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업무능력은 제대로 배운 게 없다"고 보도했다.

황밍(黃鳴) 황밍(皇明)태양능그룹 회장은 "컴퓨터학과를 졸업했으면서 컴퓨터 해체나 조립은커녕 중앙처리장치(CPU)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대학 졸업생이 허다하다"면서 "대졸자는 취업을 못하는 것을 한탄하기 이전에 제대로 된 업무능력을 갖췄는지, 학교는 시장 수요에 맞춘 인재를 길렀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늘도 중국의 대졸 취업자들은 수십 통의 입사지원서를 쓰고 있다. 그러나 원하는 직장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 모종혁

대학교육에 대한 회의 늘면서 기피했던 군 복무 늘어

대졸자 취업난은 중국 대학교육에 대한 회의를 낳고 있다. 작년 8월 <중국청년보>가 대학 졸업자 87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4.7%는 대학 진학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시간과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응답자의 51.5%는 대학에서 실용적인 학문을 전혀 배우지 못했다고 답했고, 39.2%는 대학 학위가 직장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청년보>는 베이징농업대학을 졸업하고 경비원으로 취직한 자오(趙)아무개의 사례를 소개하며 "자오가 공연히 대학에 들어가 부모님께서 힘들게 번 돈만 낭비했다며 한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학 졸업자들도 고용 안정성을 좇아 '철밥그릇'(鐵飯碗)이라 불리는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작년 10월 <중국청년보>가 대졸 미취업자 1만7330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답해 그 인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때 낮은 봉급과 격무로 기피대상이던 군대 지원자도 늘고 있다. 작년 12월 영자지 <상하이데일리>는 "상하이에서 군 복무에 지원한 대학생이 46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00명이나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업이 직원을 뽑을 때 군 복무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면서 "대학생의 군 복무 지원은 심해지는 취업난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 번듯한 직장을 찾지 못하는 대졸 여학생들은 유흥업소나 향락업소에 진출하기도 한다.
ⓒ 모종혁

곡선취업·샤오퍄오족·컨라오족·베이퍄오족 양산

취업에서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대졸 여학생들은 취업을 포기하거나 유흥업소 혹은 향락업소에 진출하기도 한다. 대학 재학 당시 취업을 아예 포기하고 오직 좋은 경제적 조건을 갖춘 배우자를 찾는 여대생을 풍자한 '곡선취업'(曲線就業)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올해 하이롄(海聯)대학을 졸업하는 리우징(22·여)은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술집에 나가는 학우가 적지 않다"면서 "인식이 안 좋긴 하지만 최소한 달마다 3000~4000위안(한화 약 36~48만원)을 벌 수 있는 수입이 큰 유혹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정부도 대졸자의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작년 9월부터 미취업 대졸자가 서부 지역이나 벽지 농촌으로 가서 근무하면 융자해준 학자금 상환을 면제하고 의료보험, 수당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추이방옌(崔幇炎) 교육부 학자금대출센터 주임은 "대졸자들이 급여와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서부나 벽지 근무를 꺼리고 있어 도시 지역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이 구직난을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경제주간>은 "대학 졸업생이 늘어나 대졸 취업자의 평균 임금도 크게 떨어져 직장을 구한 사람들도 생활이 어려운 상태"라며 정부 정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경제주간>은 "취업난으로 졸업 후에도 학교에 남아 있는 샤오퍄오(校漂)족, 부모에 기생하는 컨라오(啃老)족,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베이퍄오(北漂)족 등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회로 쏟아져 나와 방치된 대졸자 실업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학 진학이 성공의 지름길이었던 중국. 오늘도 직장을 찾아 헤매는 대졸 '이태백'들의 허탈한 발걸음이 중국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 중국 정부는 대졸자의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졸업 후 낙후한 서부나 벽지 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 인민일보

태그:#중국 청년실업, #곡선취업, #샤오파오족, #컨라오족, #베이퍄오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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