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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대선일 180일 전 6월 22일부터 선거일까지 '네티즌은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추천할 수 없다'고 밝히고, '불법행위 단속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 UCC 운용기준'에 따르면, 네티즌은 선거운동기간 23일만 선거UCC를 제작, 배포할 수 있고, 단순한 의견개진이라 하더라도 댓글, 스크랩, 퍼가기, RSS, 트랙백 등을 사용하여 반복 게시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규제를 한다고 한다. 거기다 19세 미만은 선거권이 없어 선거UCC를 제작, 배포할 권리도 없다.

후보와 언론은 날마다 대선, 대선 하는데 정작 투표의 주체인 유권자는 후보평가와 검증과정에서 입을 다물라니 얼마 전에 민주화 20주년 기념 정부 행사까지 치른 마당에 기가 막힐 노릇이다.

허위사실 유포도 아니고, 후보 비방도 아닌데 후보에 대한 지지, 추천, 반대까지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단속하겠다는 것은 선관위의 시대착오적이고,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국민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네티즌 항의 행동, 일파만파

구시대적인 선거법과 선관위의 오버스러운 유권해석에 대해 네티즌들의 항의 행동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고 있다. 불복종 운동을 하자고도 하고, 헌법소원을 내자는 제안도 곳곳에서 들린다. 말머리에 근조 리본을 달고 '▶謹弔◀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댓글도 파도를 타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6월 말까지 온라인상에서 '선거UCC 운용기준 폐기' 서명운동을 벌이고, 선관위를 상대로 항의 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또, 지난 수년간 시민사회의 선거법 개정 요구를 무시하고 오늘날 이 같은 혼란과 저항을 초래한 국회를 규탄하고, 선거법 개정 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 참여연대가 벌이고 있는 '선관위 선거UCC 지침 철회' 온라인 캠페인
ⓒ 참여연대
국회도, 선관위도 유권자의 축제가 되어야 할 대선을 과도한 검열과 규제로 위축시키고 왜곡할 권한은 없다. 이번에도 네티즌이 힘을 합쳐 국민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는 안중에도 없는 국회,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규제만 하려는 선관위에 강력히 저항하고,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를 바로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선거에서 진정 유권자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음은 참여연대 논평 전문

선관위는 대선일 180일 전인 오늘부터(6/22) 선거일까지 네티즌은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추천할 수 없다고 밝히고, 불법행위 단속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관위의 이 같은 방침은 후보와 언론은 날마다 대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작 선거의 주체인 유권자는 후보평가와 검증과정에서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허위사실 유포나 후보자 비방을 넘어 후보에 대한 지지, 추천, 반대까지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단속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선관위가 선거법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유권해석을 변화에 맞게 수정하고, '선거UCC운용기준'을 전면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선관위의 선거UCC 운용방침에 따르면, 선거UCC는 선거운동 기간에만 할 수 있고, 선거에 대한 단순한 의견개진은 허용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당락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할 의도가 있는 UCC는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단순한 의견개진이라 하더라도 게시물을 인터넷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유포시키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처벌을 당한다.

▲우선, 네티즌들의 지지, 반대 의사표시를 선거운동기간 23일간만 허용하겠다는 것은 유권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으로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항이다.

▲두 번째, '의도'라는 것은 주관적인 것으로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없고, 드러나는 양태만으로 목적 여하를 따지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의견개진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행위를 구분하여 규제하겠다는 것은 자의적이고, 모호하여 유권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기준으로 1천1백 년 전 후삼국시대 궁예의 관심법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세 번째, UCC의 반복게시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온라인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그 의미 또한 불명확하다. '글을 여러 번 쓰느냐, 한번 쓰느냐'는 선거에 대한 관심의 차이일 뿐 선거운동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로 사용할 수 없다. 특히, 댓글, 스크랩, 퍼가기, RSS, 트랙백 등 정보공유와 소통을 위한 기술적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한 조건에서 이러한 규제조항은 더더욱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하겠다.

국회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 룰을 만들기 위한 공방은 벌였지만, 선거의 주체인 국민의 선거참여 확대 문제는 등한시해왔다. 국회는 시민사회에서 수년간 제기해왔던 선거법 개정 요구를 무시하고, 대선이 코앞에 닥치기까지 변화를 수용할 만한 법개정 논의를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6월 국회가 다가도록 구성하지 못한 정치개혁특위를 지금이라도 시급히 구성하고,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참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을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특히 UCC 등 온라인상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정치활동, 선거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을 제고하여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지 않으면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과정에서 저항과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한국사회 온라인 인구는 3천만을 넘었고, 이들이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 자신 만의 미디어 공간에서 일촌, 이웃, 회원 등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또, 인터넷을 사용해봤다면 온라인 공간 내에서 충분히 자정기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는 시대착오적인 선거법의 확대 적용으로 유권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행정 편의적 방침으로 국민을 규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의 축제가 되어야 할 대선 과정을 자기 검열과 위법 여부로 노심초사 하게 만드는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선관위의 '선거UCC 운용기준'은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과도한 유권해석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검은 돈은 묶되, 유권자의 선거활동의 제한과 규제는 푸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는 6월 말까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선거UCC 운용기준’의 폐기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태그:#참여연대, #선관위, #선거법, #선거U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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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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