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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결국 서울대가 문제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주요 사립대학들이 꼬리를 내렸음에도 서울대는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굽히고 있지 않다.

물론 서울대도 할 말은 있다. 이른바 트라이앵글 선발체제의 균형 잡힌 선발 방식에 대한 평가는 외면한 채 왜 '정시모집'만 문제 삼느냐는 항변이 있을 수 있다.

서울대는 전체 선발인원의 3분의 1을 지역균형선발 방식으로, 또 3분의 1은 특기전형으로,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정시모집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지역균형선발 방식은 전적으로 내신(학생부)으로 뽑게 된다. 특기전형은 학생부와 기타 서류전형으로, 그리고 정시모집은 수능점수로 모집정원의 2~3배수를 뽑은 다음 내신(학생부) 50, 논술 30, 면접 20 비중으로 선발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정시모집 때 내신 1,2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의 서울대 합격자들이 내신 1,2등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2등급을 만점 처리하면 사실상 정시모집에서 내신 점수는 변별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시모집은 사실상 '논술'과 '면접' 점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교육부가 서울대의 정시모집 내신 반영 지침에 제동을 거는 이유다. 다른 주요 사립대학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한 점도 있다.

교육부가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한 것이 문제의 근원

서울대로서는 '지역균형선발'과 '특기전형'에서 내신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만큼 정시모집에서 '논술'과 '면접' 위주로 선발을 하는 것도 전형의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문제 될 것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 무식하게(?) 내신 1~4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겠다는 주요 사립대학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게다가 지난 4월에 이미 이런 전형 요강을 발표했을 때 별 이의제기가 없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항변도 있을 법 하다.

오늘 <경향신문>이 사설('내신' 혼란, 교육부의 일관성 결여가 문제다)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육부가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 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문제를 삼으려 했다면 지난 4월 서울대가 입시요강을 발표했을 때 확실하게 제동을 걸었어야 옳다.

하지만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내신 1,2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기로 한 것은 서울대가 밝힌 정시모집 전형 요강의 기본 취지에서 어긋난다는 점에서 서울대는 고집을 부릴 일이 아니다. 서울대는 분명 정시모집에서 내신을 50% 반영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실제 그렇게 반영하는 것이 옳다. 대다수 지원자들이 내신 상위등급인 점을 감안할 때 내신 1, 2등급을 만점 처리하겠다는 것은 내신을 실제로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서울대는 솔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주요 사립대학들이 무식하게 내신 1~4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겠다고 나온 것도 바로 서울대의 이 같은 입시 요강 때문임을 서울대가 모를 리 없다. 외고나 과학고 등 내신에서 다른 일반 학교 학생들에 비해 불리할 수 있는 특목고 출신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서울대 보다 후한 '내신 조건'을 내건 것이다.

서울대로서는 지난 해 내신 만점자 비율을 유지한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그 파급효과를 같이 고려하는 것이 '국립대학'으로서 마땅한 소임이다.

▲ 6월 19일자 <한겨레> 사설

"공교육 죽이는 서울대라면 국립일 필요 없다"

교육부는 서울대가 이런 입시 요강을 강행할 경우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는 입시 요강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교육부의 '압박'이 '엄포'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교육부의 제재가 가시화되자면 내년 입시전형이 끝난 다음이어야 할 텐데, 그 때는 세상(권력)이 바뀐 다음이니까.

그런 점에서 <한겨레>의 오늘 사설이 주목된다. '공교육을 죽이는 서울대라면 국립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별법의 보호 아래 각종 연구비 경상비에서 특별한 배려를 받고 있고, 최우수 학생을 독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이 파탄나건 말건, 교육정책이 왜곡되든 말든, 우수학생의 독점과 대학의 서열화에 매달린다면, 그런 학교는 국립일 필요가 없다." <한겨레>는 차제에 "'국립서울대'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학들이 '3불 정책'에 대해 집중 공략에 나섰을 때 필자 또한 그런 주장을 펴기도 했다.(아래 붙임 기사 참조).

맞는 말이다. 국립서울대를, 나아가 대학 정책을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대학의 자율성과 자치권한은 충분히 존중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것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학문의 자율성과 학교 운영의 자치권에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나 한국 사회 전반의 공공적 이익을 해쳐가면서 까지 국립대학이 누릴 수 있는 자율성과 자치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차제에 분명히 해야 한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 '국민과 대화'가 필요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교육 문제만큼 우리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미래 세대를 제대로 키우는 일 만큼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밤 10시 까지 학원에, 혹은 과외를 시키는 것도 부족해 그 시간을 밤 11시까지 늦추겠다고 교육당국(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서는 나라가 또 어디 있는가?

서울대가 내년에는 세상이 바뀌게 된다고 믿고, 정부의 제재 방침을 우습게 안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금 당장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주요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 첩경은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만드는 일이다. 무엇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경쟁력에 더 도움이 될지를 대선주자들과 함께 '끝장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비단 '서울대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사회의 '교육철학'과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올려보자.

태그:#백병규, #미디어워치, #서울대, #대입시, #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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