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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입구의 쥐똥나무 울타리
ⓒ 시화호환경연구소 김호준
향기치료(아로마테라피)는 아름다운 향기(Aroma)로 정신과 신체의 질병을 치료(Therapy)하는 것을 말한다. 나무, 식물, 풀, 열매 등의 순수자연에서 추출한 정유를 이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인체의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자연의학의 한 형태이다.

향기치료는 기원전 4500년경 이집트에서 많은 종류의 정유를 사용한 것이 미이라를 통해 알려졌고, 히포크라테스가 "건강 유지의 비결은 향기 목욕과 흡입, 마사지를 매일 계속하는 것이다"라고 할 만큼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하여 호평한 바 있다.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굳이 치료를 위한 식물 추출물인 정유를 구입하지 않아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4월에서 5월 초까지는 아카시아 향에 취하고, 5월에는 장미 향기에 취하고, 6월에는 쥐똥나무 향기에 취하고.

▲ 쥐똥나무의 꽃
ⓒ 시화호환경연구소 김호준
안산시 상록구 시화호 상류에 조성된 갈대습지는 수자원공사가 시화호로 흘러들어가는 상류의 오염된 하천수를 정화하기 위해 만든 인공 습지다. 수질정화를 위해 만든 인공습지이지만 2002년 개장 후 수많은 철새들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변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어 생태학습장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습지입구에서 관찰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데 족히 1-2시간은 걸리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다양한 볼거리에 지루할 틈이 없다.

나는 이곳에서 오늘 향기 여행을 떠나본다. 습지 입구 도로변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하면서도 한편으론 비릿한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전만한 타원형의 잎 사이로 하얀 꽃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향기다.

▲ 해당화
ⓒ 시화호환경연구소 김호준
주로 도심의 울타리용으로 널리 이용되며 산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쥐똥나무'다. 나무 이름만 들으면 자칫 구릿한 상상을 하겠지만, 열매의 모양이 마치 그렇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일 뿐, 장미향보다는 못하지만 기분을 들뜨게 하기에는 충분한 향기이다.

습지 생태관을 지나고 관찰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작은 섬이 나온다. 그 작은섬에 닿으면 진한 장미향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한다. 방금 지나간 여인이 유혹하는 건가?

▲ 찔레나무
ⓒ 시화환경연구소 김호준
자세히 둘러보면 장미처럼 생긴 분홍색 꽃을 발견할 수 있다. 장미는 꽃잎이 여러 겹으로 되어 있지만, 이 꽃은 모두 다섯 장의 꽃잎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잔가시가 너무 많아 도도하기 짝이 없다. 주로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해당화다. 이 꽃을 보면서 이곳이 예전에 바닷가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눈을 감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에 빠져본다. 달콤하고 상큼하고 어지럽다.

본래 장미는 꽃잎이 5장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기 좋게 만들다 보니 여러 장의 꽃잎으로 치장하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나, 그 내면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단다. 장미는 꽃잎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여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한다. 아름다움 뒤에 또 다른 애처로움이 있다는 걸 뒤로 하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장미보다 더 순수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 찔레나무의 꽃, 꽃잎은 다섯장이며 장미향이 진하다
ⓒ 시화호환경연구소 김호준
하얀색의 찔레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찔레꽃도 장미과인지라 꽃잎은 역시 5장이다. 그만큼 냄새도 순수하고 은은하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한없이 빠져보고 싶다.

누가 부른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찔레꽃은 흰꽃이건만…. 붉은색이라니. 노래에 나오는 꽃은 해당화라는 얘기가 있다. 어찌 되었든 그 향기에 취해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 진다.

▲ 하천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족제비싸리
ⓒ 김호준
돌아오는 길에 좋을 듯 말 듯한 강한 냄새가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꽃다운 꽃은 보이지 않는데…. 길쭉한 꼬챙이 끝에 달려 자줏빛의 못생긴 나무에서 풍기는 향기다. 주로 하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족제비싸리였다. 꽃이 족제비의 꼬리를 닮았다거나, 잎을 손으로 부벼 냄새를 맡으면 족제비의 노린내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향기에 취해 주위 갈대습지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개개비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만들어진 향수로는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향기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기운다. 가슴 가득 이 향기를 담아 매캐한 도심에 옮겨주고 싶다.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 족제비싸리의 꽃
ⓒ 김호준

태그:#시화호, #갈대습지공원, #향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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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 및 생태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공기업 연구소에서 환경생태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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