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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의 계절이 지나갔다. 예년보다 빨리 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4월 말이 되면 황사의 소강기에 접어든다. 황사 근원지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4월 말이면 네이멍구·화베이·산시 등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의 상태가 급변한다. 근원지에 풀이 돋기 때문이다. 풀이 돋으면 어느 정도의 바람이 분다해도 황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바람이 여전히 약하다는 것도 황사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부분이다. 보통 3월 말 4월 초에 절정인 편서풍은 올해 한번 기승을 부렸을 뿐 거의 움직임이 없다. 4월 중순이 넘으면 시베리아 기단이 급격히 힘을 잃어 황사를 발생할 만큼 풍속을 내기 어렵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황사 근원지의 상태가 나빴지만, 2월달에 광범위하게 내린 비로 인해 근원지에는 수분이 충분히 남아있었다. 거기에 봄이 빨리 찾아오면서 풀들이 싹을 틔우고, 방풍림으로 조성한 미루나무·포플러·버드나무· 은사시나무 등이 잎을 펴기 시작했다.

조용히 지나간 황사, 운이 좋았을 뿐

▲ 지난 11일 베이징 공항고속도로 모습. 나무들이 벌써 잎을 피우기 시작했다.
ⓒ 조창완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올 황사는 거의 끝났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갑자기 강풍이 닥칠 경우 황사가 불어닥칠 수 있지만, 그 강도나 횟수에서도 이제 안심할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악의 황사로 상태가 계속해서 나빴던 지난해에도 4월 중순을 기점으로 황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휠씬 나은 상태기 때문에 낙관해도 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파견되어 황사 관측 보고를 하고 있는 김정훈 기상청 기상관도 이미 황사는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4월 1일 강한 황사가 한차례 찾아왔지만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 황사도 베이징을 벗어나 있어, 올해 베이징은 단 한 차례의 '사천바오'도 오지 않았다. 중국은 황사를 푸천·양사·사천바오·지앙사천바오로 분류하는데, 보통 황사는 사천바오 이상의 단계를 말한다.

그렇다면, 올해 중국에 황사가 찾아오지 않은 것은 긍정적인 기후 현상일까.

사실은 천재일우의 우연이었을 뿐 올해 베이징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는 황사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리고 위험성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황사라는 징후를 넘어서 동아시아 재앙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담 너머 소뿔을 보면 소를 생각하라

▲ 우리나라 포털사이트의 황사기사 댓글에서 중국 관련 비난을 찾기 쉽다.
도올 김용옥은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에서 벽암록의 첫 부분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산 넘어 연기가 피어오르면 거기에 불이 난 것을 즈레 알 수 있다. 담 너머 뿔이 지나가는 것만 보아도 거기에 소가 지나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모름지기 현상을 통해 큰 것을 바라볼 수 있어야하는 것을 말한다.

도올은 소의 뿔을 보고 소를 생각하는 것은 지식의 기본이라고 하는데, 그럼 저 황사의 본체는 무엇일까.

황사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 책임을 중국에 돌린다. 심지어는 배상을 말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황사가 심해졌다면 그 원인은 당신 스스로에게 있지 중국에 있지 않다.

물론 중국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아 황사가 심해졌다면 그 책임을 중국에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황사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 중국은 매년 수십억위안을 투자한다.

투자는 황사방지를 위한 근원지 환경정리를 비롯해 사막화·황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 항공기 등을 이용한 풀씨 살포작업 등 광범위하다. 또 사막화의 원인이 무분별한 방목 지역에도 있기 때문에 ▲양의 사육두수 감소를 위한 지원 ▲농작지를 초지나 산림으로 바꾸기 위한 퇴경환림 ▲환경 악화지역의 주민을 이주시키는 이민 정책을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사막화나 황막화는 그들에게 국토의 황폐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긴장감이나 노력은 상당하다.

그런데 이런 조치는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황사 근원지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소비 등에 그 원인이 있다.

중국 설산에서 '지구의 종말'을 본다

▲ 윈난 바이망쉐산은 만년설산이었으나 온난화로 인해 눈이 간데 없고, 앙상한 뼈만 남아있다.
ⓒ 조창완
지금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 1000불을 갓 넘긴 국가이고, 대한민국은 2만불에 육박하는 국가다. 절대량에 있어서는 중국이 우리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겠지만, 개인단위로 쓰는 에너지의 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에너지의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는 촉진되고, 황막화나 사막화로 인해 황사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그 원인을 중국에게서만 찾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일 수 있다.

물론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에너지 소비 상승의 가장 큰 영향은 지구 온난화다. 온난화로 인해 스위스 등 유럽국가들의 스키장이 개장하지 못한 것이 가십처럼 보도됐지만, 이런 사실은 재앙의 묵시록일 수 있다.

베이징도 변화에서 예외는 아니다. 올해 베이징에서는 4월이 들어서자마자 공항고속도로 부근 나무들의 움이 돋았다. 빨라야 4월 중 늦으면 5월 초가 되어야 움을 트던 나무들이 한달이나 빨리 싹을 돋은 것이다. 16일에 본 공항 고속도로 인근 나무들은 이미 봄의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수천년 동안 백색의 모습을 내놓지 않은 윈난이나 쓰촨의 설산들이다. 이 곳에 가면 '지구의 종말'을 느낄 수 있다. 과장일까.

나는 사막의 근원지인 네이멍구를 비롯해서 중국의 서부를 자주 돌아본다. 윈난은 만년설산이 유명하다. 그러나 위에롱쉐산, 하바쉐산 등은 해가 갈수록 그 자태를 잃어간다.

눈이 녹아버린 자리는 앙상한 돌과 흙이 차지하는데, 그 곳을 스쳐가는 바람들로 인해 흘러나오는 울음소리는 더욱 높아간다. 특히 메이리쉐산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바이마쉐산은 늦여름이면 눈이 완전히 녹아버려 가죽을 잃어버린 처참한 죽은 말의 형태를 하고 있다.

백마가 살 수 없고, 옥룡이 살수 없다면 머잖아 사람도 살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사막에 나무 심는다고, 황사가 방지될까

▲ 지난해 3월 7일의 황사 발생도. 1번이 타클라마칸, 2번이 파단지린, 3번이 마오우쑤, 4번이 훈찬타커 지역이다.
우선 최근에 유난히 강조되는 것이 '우공이산'의 정신인 것 같다. 사막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어 황사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몽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황사의 근원지인 네이멍구나 몽골의 근원지는 이미 사막화나 황막화가 급속히 진전된 지역으로, 연 강수량이 500㎖를 넘는 지역이 거의 없다. 심한 곳은 50㎖ 전후인 곳도 많다. 이 곳에 나무를 심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현지 전문가들은 대부분 물의 소비를 줄이면서 생존할 수 있는 사막화 방지책을 강조한다. 나무는 심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물 소비양이 많아 이 지역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황허의 강물을 끌어들여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황허 자체가 고갈상태일 만큼 수량이 부족해 이런 방향으로 물을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산림청은 나무 보다는 공중상포를 통한 풀씨 살포 등의 정책으로 사막화 지역을 복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큰 성과가 있다. 내가 둘러본 곳 가운데 황사 방지 정책이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곳은 아라산멍 등 텅그리 사막 남부였다.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황허 인근에는 미루나무·포플러 등 나무를 심을 수 있지만 생존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관리에도 너무 많은 공이 든다. 게다가 이런 식목지역은 우리나라 10배에 달하는 네이멍구 지역에서 극소수 지역에 지나지 않는다. 요식적인 식목활동으로 황사를 막겠다는 정책이 중심인 것이다.

중국, 황사 방지 위해 제대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는 크게 네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지역은 지역별로 편차가 커서 환경 대책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단 '죽음의 땅'으로 불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경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사막인데 인간이 통제가 불가능한 땅이다. 또 오랜 퇴화로 인해 분진의 양이 많지 않으며 우리나라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곳이다.

둘째, 지역이 몽골과 네이멍구 파단지린, 텅그리 사막 지역이다. 이 지역 역시 오랜 사막화 지역으로 모래의 입자가 커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초기부터 사막화 방지를 위해 꽤 공을 들였고 비교적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또 파단지린 사막과 텅그리 사막의 사막 사이에는 비교적 높은 인산 산맥의 줄기가 지나가서 병풍 역할을 해주고 있다.

네이멍구 아라텅아오빠오에는 11㎞의 빈 틈이 있는데, 이 곳을 통해 강풍과 모래가 텅그리 사막으로 유입량을 강화하는 상태다. 따라서 인공으로라도 이곳에 장벽을 강화하면 텅그리 사막의 사막화 진전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지역은 네이멍구 중남부 지역의 마오우쑤·쿠푸치 사막 등이다. 여기에 동쪽으로 펼쳐진 샨시·산시·허베이성 등의 황토고원도 땅의 입자가 작아서 황사의 근원지로 꼽힌다.

이 지역은 사막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다행히 이 지역은 황허가 에둘러가는 지역이라 세밀하게 황사 방지를 위해 작업한다면 궁극적으로 사막화를 잡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황허의 사용가능한 수량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나무보다는 풀 등을 활용하고, 지하수를 개발한다면 사막화 방지를 통해서 황사를 통제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책임 떠넘겨서는 황사 해결 못한다

▲ 구글어스로 본 파단지린 사막과 텅그리 사막. 가운데 사막선을 연결한 지역이 인산산맥의 틈인 아라텅아오빠오 지역이다.
최근에 관심이 주목되는 곳이 훈찬타커 지역이었다. 우리나라의 북서쪽에 있어서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사막화가 진행되고, 바람의 방향이 복잡해지면서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주기 시작한 지역이다.

이 곳은 사막화의 초기 단계가 진행되는 곳인데, 우리나라에서 가까워 사막화가 진전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과거 이곳은 거대한 초원지역이었으나 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줄면서 문제가 되는 지역이다.

게다가 베이징·톈진에서 인공강우가 빈번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줄어드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사막화 황막화의 근원적인 원인을 찾아서 치료할 경우 충분히 통제가 가능할수 있다. 특히 사막의 오른쪽에 거대한 타리뤄얼 호수가 있어 관계를 통한 사막화 방지도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나 실험으로도 황사를 바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급한 것은 제대로 된 예보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의 황사에 대한 바른 이해와 감측 설비의 강화다. 우선 황사는 인체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지만 태풍이나 폭우 같은 기후 현상으로 이해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그 책임을 중국에만 떠넘기고 지구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땐 황사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중국 사막화 지역은 이제 네이멍구에서 시장(티벳) 등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티벳이 사막화되면 그 강도나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티벳이나 윈난에서 소멸해가는 설산을 보고 있으면 그 날도 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 대책 없으면 말짱 헛수고

▲ 기상청이 최근에 강화한 관측 시스템. 이 시스템을 강화할 경우 단기 예보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얼마전 기공식을 끝낸 5개의 관측점을 비롯해 황사 예보 시스템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지만 황사를 막기 위한 조림사업은 근본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효과를 볼 시기도 예측하기 어렵다. 연 강수량 5㎖인 땅에 황사를 방지하는 나무를 심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관리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정훈 기상관은 "당장 마땅한 황사대비책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단 예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황사에 대한 이해를 바르게 해야한다"며 "언론도 황사에 대한 무분별한 키우기식 보도 보다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태그:#황사, #환경, #사막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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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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