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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나 법학계의 요구로 제정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법률안(로스쿨 법안)'에 국회가 답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니 "이미 늦었다"는 여론도 있다. 정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 시점을 애초의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로 1년 연기했다. 2005년 10월 제안한 법률안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6당 원내대표는 로스쿨 법안을 4월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로스쿨 법안 논란의 쟁점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비교해 본다. / 편집자 주

▲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10여년 동안 이어진 로스쿨 법안 찬반 논란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재연되고 있다. 각 의견이 여전히 첨예한 논쟁거리를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로스쿨 법안 처리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여기에 당 특위에서 내놓은 '법학교육 및 법조인양성제도 개선제도(특위 대안)'까지 가세해 논란은 로스쿨 '찬-반-특위 대안 찬성' 등으로 번져가고 있는 양상이다.

논의에 새로운 국면을 제기한 김기현 의원. 김 의원이 내놓은 대안은 ▲사법시험 유지 ▲사법연수원 폐지 ▲2년 동안 공공기관이나 사기업 등에서 실무수습교육 받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법시험법ㆍ검찰청법ㆍ법원조직법 등을 개정하는 정도에서 로스쿨 법안 대안 논의를 마무리 하자는 것이다.

찬반 혼선에 특위 대안까지 논란

그러나 특위 대안이 크게 주목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날 의견을 낸 11명 의원 중 김기현 의원을 제외한 세 의원(안상수ㆍ차명진ㆍ이주영)만이 찬성했다. 로스쿨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일관되게 보여줬던 안상수 법제사법위원장은 법과대학은 물론 교육 정상화를 위해 당 특위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법과 출신 혹은 법학 과목 이수자로 제한해 모든 교육의 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로스쿨이 비법학 전공자들까지 흡수함으로써 우려되는 비법학 학문 위축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당 특위 대안을 통해 사법시험 응시횟수를 제한하면 '고시낭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사법시험이 변호사 등 직업과 연결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응시 횟수 제한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한나라당의 대안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안 위원장은 "로스쿨 법안이 최상의 개혁이라는 정부의 발상을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며 "법학교육제도ㆍ사법시험제도ㆍ판검사임용방법 등을 모두 대폭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특위 대안을 지지한 차명진 의원은 "법조인 자격증을 공인중개사 자격증처럼 폭을 넓히고 진정한 실력 양성과 승부는 시장경쟁을 통해 판가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발인원을 결정해 놓고 상대평가를 통해 변호사를 배출하는 사법시험을 통해 '자격시험'과 같은 수준에서의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차 의원은 "변호사 시험을 엄격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많이 뽑아서 시장에서 키우고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고 당 특위 대안에 찬성한 이주영 의원은 "로스쿨은 법학 기초과정만 주로 다루고 전문교육분야는 다루지 않는다"며 전문변호사 양성은 실무 경험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당 특위 대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로스쿨 법안 찬성 쪽은 한미FTA 타결에 따른 국내 법률시장 개방 등 정세변화를 찬성 이유로 내세웠다. 교육위원회 이주호 의원은 "한미FTA 타결로 법률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나라당은) FTA 후속대책인 로스쿨 도입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의원은 로스쿨이 유일한 대안인가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10여년 공론화 과정에서 다른 안과 달리 로스쿨만이 공론화가 됐기 때문에 로스쿨이 '현실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로스쿨 제도 도입 자체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는 것은 절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로스쿨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당 특위 대안에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한미FTA 체결됐으니, 로스쿨 도입이 한나라당 정체성에 부합"

▲ 왼쪽부터 김기현, 이주영, 주성영, 안상수의원.
ⓒ 여의도통신 photo DB
찬성 의원 중에서는 주성영 의원이 주목된다. 지난해 10월까지 '졸속추진'을 비판하며 사실상 로스쿨 도입에 반대했던 주 의원도 한미FTA 타결 이후 한국 법률시장의 경쟁력을 우려하며 로스쿨 법안 찬성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주 의원은 "세계 통상법이 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법을 공부해야 FTA는 물론 법률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전투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실패를 거울로 삼되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 의원은 로스쿨 도입을 '공기업 민영화'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면서 "로스쿨 도입이 한나라당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FTA로 영ㆍ미 로펌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국내 로펌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주영 의원은 "로스쿨 도입이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법률시장 위기 해결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경쟁력을 갖추려면 국력을 키워서 준거법을 한국 법으로 만들고 관할법원을 한국법원으로 해야 국내 변호사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로스쿨 도입으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주호 의원과 주성영 의원의 발언에 대해 안상수 의원은 "미국이 세계 로펌을 지배하는 것은 미국의 월등한 경제력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안 의원은 "로스쿨 졸업이 전문가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현장에서 2년간 수습교육을 받는 당 특위 대안이 시간적ㆍ비용적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당 특위 대안을 발의한 김기현 의원은 "로스쿨 도입은 한미FTA에 따른 전문변호사 수요 증가와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찬성측 의견에 반박했다. 김 의원은 "준거법이 되는 영ㆍ미 법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이 FTA체계에서 불리한 것"이라며 "결국 로스쿨도 국내법을 가르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FTA와 연관지어 로스쿨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엉뚱한 논리"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양수ㆍ박재완 의원이 로스쿨 도입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참석한 의원 중 당 특위 대안에 반대하면서 로스쿨법안에 반대한 의원은 없었다. /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덧붙이는 글 |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8호(4월23일자)에 개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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