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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4일 국회 앞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아 부모
ⓒ 위드뉴스
봄꽃이 참 좋습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그와 같이 좋기만 합니다. 안녕하신지요. 안녕이란 말이 안전하고, 태평하다고 합니다. 정말 그러하신 지요. 봄꽃이 온 천지에 피어나고, 여의도에 벚꽃이 흐드러져 눈처럼 날리는 4월에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데모 질을 했습니다.

저마다 비장한 마음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이 사람들은 계절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차갑게 외면 받는 겨울이지요.

두 분은 장애 당사자이고, 한 분은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이 사람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들의 요구는 한결 같습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가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을 만들자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들여 왔는지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교육.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세 분 의원님

얼마나 더 상처를 받으며 살아야 하겠습니까?
얼마나 더 한숨의 세월을 보내야 하겠습니까?
얼마나 더 눈물의 세월을 보내야 하겠습니까?

장향숙, 정화원 의원님.
두 분이 받았던 차별을 자라는 아이들이 그대로 받아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두 분이 받았던 냉대와 멸시 그리고 소외와 편견의 눈총을 그대로 받아야 좋겠습니까?

나경원 의원님
아이가 학교에 가고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까?
상급 학교에 진학을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가며 지내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까?
아니면, 그런 걱정은 애초부터 가지지 않고 지내는 것인지요?

자그마치 국회의원 220여명이 서명을 했고, 약속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고 해도 세 분의 경우는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단식을 하고, 농성을 하고, 집회를 해야 이 땅에서 장애인들이 편히 쉴 공간을 얻을 수 있을까요?

선진국이 되자고 외치면서 왜 제도와 복지는 따라가지 못하고 차별은 심화되는 것일까요? 왜 사회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늘 외톨이로 지내야 할까요?

세 분 의원님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을 한 이 나라에서 장애아동이 학교에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간답게 생활하는 것과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을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지난 3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는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
ⓒ 보건복지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는 것도 힘들지만 대학교육은 엄두도 낼 수 없으며,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은 언제쯤 장애아 부모들 앞에 나타나 정부가 앞장서서 장애인 교육 지원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으신가요? 여러분은 언제쯤이면 국회의원의 역할 중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일을 할 수 있으신가요?

지금도 많은 부모님들이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라며 단식에 참여를 하고 있으며 삭발을 합니다. 여러분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는 계시는지요.

과거의 악습을 다 털어내도 시원찮을 판입니다. 그런데 장애아 부모들은 그 악습을, 정부의 무책임과 외면을 저마다 등에 이고 또 지고 버거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버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과연 무엇을 위해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빛나는 금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는지 알고 싶어집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인해 행해지는 모든 차별을 해소하고,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체계를 만들어 가자는 가장 근본적인 취지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차별받는 첫째 이유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며, 교육에서 차별받았기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취업도 못하고 더욱 큰 사회적 소외를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부터 다시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촉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중인 장애아 부모들
ⓒ 위드뉴스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장치를 만들어 놓자는 것입니다. 법률적 관계, 용어의 문제, 예산의 문제 등등 모든 것을 꼬투리 잡는 식으로 풀어간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필요한 것은 필요한대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 국민들의 소망이며, 장애인과 장애아 부모들의 열망입니다. 그것이 다소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다는 일부 견해도 수긍합니다. 하지만 장애인 교육지원은 너무도 시급한, 한시라도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하기에 지난 4월 14일에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있은 장애아 부모들의 결의대회와 삭발식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자식들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면 아비 된, 어미 된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며, 지금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목숨을 걸고 무기한 단식농성 중입니다.

세 분 의원님

누구보다도 장애인 당사자의 아픔을 잘 알고, 부모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신 분들이 앞서 나가며 다독이고, 북돋고, 함께 해야 할 일인지라 다시, 다시 한 번, 또 다시 부탁을 드립니다.

국회 안에서 잠자고 있는 민생법안 중 장애인교육지원법안을 꺼내들어 주십시오. 먼지 훌훌 털어내듯 각 당의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노무현 정부에게 힘 있게 말해주십시오. 장애인 교육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십시오.

4월에는 국회에서 반드시 좋은 소식이 있어, 벚꽃처럼 화사하게 480만 장애인과 장애아 부모들 가슴으로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아
ⓒ 위드뉴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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