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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7일 대선 경선 출마 선언을 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 임기 내내 지속된 부동산 투기 및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앙등은 국민들의 큰 근심거리였다.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당에 정치인들이 무심할 수는 없는 법. 특히 대권을 꿈꾸는 여야 정치인들은 한국사회의 고질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백가쟁명식의 해법을 내놓았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그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 대부분이 총론을 제시하는데 머무르거나 몇몇 미시적 대책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선주자들 가운데 총론과 각론 양면에서 돋보이는 부동산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다.

'부동산 문제가 양극화의 원흉'... 지적은 옳다

심 의원은 지난 1월 12일 <경향신문>과의 대선주자 인터뷰에서 양극화 해법으로 '자산 재분배'를 천명했다.

"국민들께 소원이 뭐냐고 여쭤보면 내 집 장만하는 것, 내 자식 잘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민들이 24시간 이것을 위해서 일하고, 이것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저는 대한민국 경제를 '자산 주도형 투기경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제 소득 재분배를 넘어 자산 재분배를 체계화해야 한다.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부동산 자산, 투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금융자산, 부의 대물림을 가져오는 교육자산 등 자산 주도의 투기 경제에서 자산 재분배를 이슈화하려고 생각중이다. 각론은 차차 밝히겠다."

물론 금융자산과 교육자산도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부동산 문제를 서민들의 삶을 옭죄는 주범으로 적시하며 문제 해결을 주장한 심 의원의 주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칭 타칭의 대선주자들 가운데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상정 의원을 여타 대선주자들과 구별 짓는 것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심 의원의 문제의식이 아니라 정책이다.

심상정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얼개는 그가 2005년 6월 1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재정경제부 업무보고 때 한 질의 요지에 잘 요약돼 있다. 살펴보면,

[부동산 문제 진단 1 : 공급 측면] 공공적 부동산 공급체계 구축, 정부 국책개발사업 공영개발, 시급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건설

[부동산 문제 진단 2 : 수요 측면] 거품 유발하는 투기수요 근절, 투기수요 유발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 금지 및 실수요자에 주택 제공

[부동산 문제 진단 3 : 개발이익환수 측면] 취약한 부동산세제 전면 강화, 개발이익 전면 환수


질의요지를 꼼꼼히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심 의원은 공급과 수요, 개발이익 환수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을 사고하고 있다. 위의 정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고 풍부해지고 있다.

공공택지에는 공공주택만을 건설하고 그 공급방식을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으로 한다는 주택법 개정안, 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계층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충(전체주택의 20%수준), 종부세를 부동산부유세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이 이를 증거한다.

공급과 수요, 개발이익 환수 등을 아우르는 정책들

▲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신규 공급된 주택 586만 채 중 54%만 집 없는 사람의 내 집 마련에 쓰였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심상정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1%의 국민이 사유지 57%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주택 공개념에 근거해 일정한 소유 제한을 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향신문> 1월 16일자 기사)"

"보다 근본적으로는 개헌을 해서라도 토지·주택공개념을 도입해서 땅과 집에 대한 극소수 부유층의 독점적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 (<이코노미21> 1월 29일자 기사)"


하긴 심 의원의 주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토지에 대한 소유편중도가 워낙 악성이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2005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땅부자 가운데 상위 10%(약 500만명)가 차지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98.3%이며, 상위 1%(50만명) 소유의 땅은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소득분포나 자산분포의 편중도를 표시하기 위한 지표로서 지니계수를 사용한다. 지니계수의 값이 1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높고, 0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상기 정부의 통계를 기초로 하여 토지 소유 세대만으로 지니계수를 계산하면 면적 기준으로 0.811, 가액 기준으로 0.644가 되고,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세대까지 포함하여 계산하면 지니계수 값이 더 커져서 면적 기준으로 0.887, 가액 기준으로 0.787이 된다. 이 때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는 민유지를 가리킨다.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김윤상 교수 계산)

우리나라 소득분포의 지니계수가 0.3 전후이고, 금융자산 소유분포의 지니계수가 0.6 전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토지소유 분포의 편중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5.9%로 집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자가 보유율은 간신히 60%를 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소수의 사람들에게 주택 소유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신규 공급된 주택 586만 채 중 54%만 집 없는 사람의 내 집 마련에 쓰였고 46%는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의 집 사재기에 활용됐다. 또한 전체 가구의 1.7%인 29만 세대가 집을 5~20채씩 차지하고, 최고 집부자 열 명이 가진 주택수가 5500채가 넘는다. 또 100대 집 부자에 들려면 최소 57채의 주택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공개념을 소유제한으로 이해하는 건 아쉬워

▲ 경기도 분당 일대 아파트촌.
ⓒ 오마이뉴스 남소연
통계를 보면 심 의원이 토지 및 주택 소유 편중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및 주택에 대한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소유제한을 중심으로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다음과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첫째, 심 의원은 토지 및 주택 소유의 편중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언지를 간과하고 있다. 사람들이 심심해서 토지 및 주택을 사모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토지 및 주택이 소수에게 편중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이를 보유하거나 처분할 때 생기는 불로소득(특히 토지)의 존재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및 주택의 소유편중 현상을 막으려면 토지 및 주택을 보유하거나 처분할 때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해야 한다. 그런데 심상정 의원은 토지 및 주택 소유를 제한할 의욕만 충만할 뿐 정작 부동산 소유 편중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언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005년 7월 심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개정 등 보유세 강화는 마땅히 필요한 것이지만, 근본대책은 제쳐두고 몇 가지 세제를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미봉책으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그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 및 환수에 가장 효과적이라 할 보유세의 존재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둘째, 심 의원은 토지와 주택을 구분하지 않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경제학의 관점으로 볼 때 토지와 건물은 전혀 다른 재화이다. 토지는 자연의 선물인 반면 건물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토지는 공급이 제한된 반면 건물은 그렇지 않으며 토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증가하지만 건물은 감가한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발생한다. 유감스럽게도 심상정 의원은 이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공개념의 적용대상은 토지에 국한되어야 한다.

셋째, 심 의원이 주장하는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은 반시장적이며 위헌 소지가 크다. 만약 토지 및 주택에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공개념을 적용한다면 토지 이용 상의 애로, 주택 전세 시장의 급격한 축소, 신규 주택의 공급위축,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등의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토지 공개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는 달성할지 모르나 이를 상회하는 부작용을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은 사유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를 원인으로 위헌 결정을 받았던 택지소유상한제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법 재정립 필요

위에서 살핀 것처럼 심상정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수준, 부동산 정책의 총체성 등의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한 인식과 해법 면에서는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익히 알다시피, 심 의원은 청춘의 빛나던 날부터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해 살아왔다. 엄혹한 시절 국가권력 및 자본과 정면으로 대결하면서 정의를 추구해왔던 그의 삶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심 의원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다양한 체험이 그로 하여금 '소유제한이 미덕'(?)이라는 의식을 은연중에 갖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심상정 의원 역시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한 인식과 해법에 관해서 민주노동당이 기존에 지녔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해 매우 아쉽다.

무릇 기존에 고수해 왔던 관점을 재정립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심상정 의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심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마음이 있다면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부터 벗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심 의원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부동산 정책 평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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