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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무한한 자원은 없다. 석유는 말할 것도 없고, 미래학자들은 인간이 마시는 물도 부족하여 국제분쟁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해양자원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미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바다 속 고기잡이 양도 제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해에서 잡히던 오징어가 남해는 물론 흑산도 연근해를 넘어 서해에서 어장이 형성되고,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

하루 종일 멸치그물을 당겨봐야 해파리만 가득하고 갯가의 어망에는 드는 고기가 없다는 어민들의 푸념은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다. 지구 온난화와 해양생태계의 변화 탓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까지 고대구리로 싹쓸이하고, 작은 고기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망으로 모조리 잡아낸 어민들 탓도 있다.

이러한 해양자원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정책 중의 하나가 '바다목장화사업'과 '자율관리어업'이었다.

▲ 안도 본(동)마을 앞 가두리 양식장.
ⓒ 김준
대략 포획에 웰빙 바람... 사라져 가는 수산물

일제강점기 저들이 여수와 남해 바다를 주목했던 것은 그 만큼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뱃길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후 안강망을 비롯한 대량으로 포획하는 어업기술이 발달하면서 연안어장의 어족자원들은 고갈되어갔다.

게다가 갯것들이 사람에게 좋다는 연구결과와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수산물 소비는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활어류는 물론 해조류마저 자원고갈을 걱정하는 실정이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수산정책을 전환했지만 이렇다 할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던 시점에 제기되었던 것이 '바다목장화사업'이다.

바다목장화사업은 1998년 경남 통영해역을 시작으로 2001년 전남 여수, 2003년 경북 울진, 충남 태안, 북제주 지역 등 2010년까지 국비 1589억을 투자하여 해역 특성에 맞는 바다목장 모델을 개발하는 국가 연구개발사업이다.

안도에서 만난 어민들은 바다목장화사업에 대한 문제를 낚시꾼에 대한 불만으로 에둘러 말한다. 요약해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바다목장화사업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해상국립공원지역으로 묶여져 바다자원을 이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불만이다.

바다목장화사업은 어린고기의 생산과 방류 및 어획에 이르기까지 통제 관리하는 과학적인 생산관리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금오열도의 다도해협 바다목장화 사업은 여수시 돌산읍, 남면, 화정면 일대에 2002년부터 2008년까지 307억원의 국비가 투자되는 사업이다.

바다목장에 몰리는 낚시꾼들... 떠난 자리엔 쓰레기가

▲ 해수부가 지정한 바다목장.
ⓒ 김준
주민들은 이 사업에 대해 치어방류가 어민들 소득보다는 낚시꾼들을 불러와 갯바위는 물론 바다오염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불만이다. 여기에 어장 배들이 코가 작은 그물로 치어들을 잡아 양식어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되파는 경우도 있어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섬에 들어와 하는 갯바위 낚시 등을 마을어촌계에서 직접 관리하고, 주민소득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낚시꾼들은 자신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떠난 자리에 쓰레기는 남기 마련이다. 활어 한 마리 잡기 위해서 바다에 뿌려지는 밑밥은 그 양이 엄청나다. 특히 낚시가 잘되는 갯바위 인근 바다에 들어가 보면 그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한다.

여수 관내에만 200여척의 낚시 배들이 운영되고 있다. 낚시 배들은 낚시를 원하는 사람을 포인트가 좋은 곳에 접안을 해 내려주고, 약속된 시간이나 전화를 받고 데려간다. 지금은 섬 주민들과 아무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레저 행위다.

여수지역 바다 목장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금오열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지역이기 때문에 외지인들은 물론 주민들도 생계와 관련된 어업 외에 낚시 등을 통해 영업행위로 해중생물을 채포하는 것은 금하고 있다. 국립공원 측도 인력과 재원의 부족으로 배로 와서 낚시를 하고 돌아가는 태공들을 단속할 길이 없다.

그래서 주민들은 바다목장화사업이 그나마 실효성을 거두려면 치어를 방류하는 것 못지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을 주는 것이다. 누가 관리할 것인가. 역시 어민들 밖에 없다.

40여분 가파른 고갯길 넘어 통학하는 섬 학생들

▲ 10여호가 거주하는 동고지마을.
ⓒ 김준
▲ 60여호가 거주하는 서고지 마을, 이곳에서 본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마을 뒤 산길을 넘어야 한다. 차길이 없어 학생들은 물론 노인들도 30분 이상 고개길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마을 앞 포구는 국가가 지정한 '3종어항'이다.
ⓒ 김준
이야포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20여 분 산길을 지나면 서고지에 이른다. 많은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지만 섬의 중심인 안도리를 갈 수 있는 길은 좁은 산길과 뱃길뿐이다.

서고지에서 안도리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해안을 따라 도로가 만들어지다 중단되었다. 중단 이유는 해상국립공원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사이에 금오도와 안도를 잇는 연도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고지의 중단된 도로와 연도교 공사가 진행되는 곳까지는 멀지 않다.

개인적으로 섬을 일주하는 도로를 만드는 일에 적극 찬성하지 않는다. 부득이 한 상황이 아니라면 손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늘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심지어는 주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곳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선착장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일주도로가 뚫리고 포장된다.

서고지의 어항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3종 어항이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벽지에 위치해 어장의 개발이나 어선의 대피를 위해 만든 것이다. 학생들이 고갯길을 넘어 40여 분을 걸어서 학교에 가야 한다. 가파른 오솔길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통학버스가 있을 리 없다.

일제강점기에도 어판장이 형성되어 활어들을 위판 할 정도로 활발한 포구였는데도, 섬 중심인 안도리에서 이 곳으로 통하는 도로가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마을에 적잖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고, 거문도를 제외하고 태풍이나 긴급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 유일한 포구인데도.

수산정책, 전복 수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 서고지에 위치한 국가관리 3종어항, 먼 바다의 어장개발이나 재난시 선박들이 피할 수 있도록 개발한 어항이다.
ⓒ 김준
▲ 안도와 금오도를 잇는 다리공사가 진행중이다. 안도 주민들은 다리가 연결되면 1시간 40분 걸리는 뱃시간이 짧아질 뿐 아니라 금오도를 찾는 등산객 등 관광객들이 안도까지 오게 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 김준
안도리와 서고지는 각자 별도의 어촌계가 있다. 이 중 안도어촌계는 2001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율관리어업을 하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은 1997년에 논의되어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지속가능한 어업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지역별 어업별 분쟁해소, 어업인들 소득향상과 어촌사회 발전을 위해, 어업인들이 어장관리, 자원관리, 경영개선, 질서유지 등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실천운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민들이 산란기 금어, 그물코 지키기, 마을어장청소, 해적생물구제 등 효율적인 어업자원 관리와, 위판량조절, 체장 준수 등 공급조절을 통해 적정의 가격을 유지해 어민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지금까지 개별 어촌계단위로 지선어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것이 해역이나 어업형태를 고려해 해역별로 어장관리를 하기도 한다.

안도리 자율관리어업은 마을어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전복과 해삼 등 채취활동을 잠녀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안도자율어업은 안도어촌계를 중심으로 14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마을어장을 중심으로 전복과 해삼을 채취해오고 있는 안도리는 자율어업이 실시되면서 관리선을 두고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지역은 해역을 중심으로 어장관리를 하고 채취(포)도 조절하고 있지만 안도는 안도리 어촌계 외에 서고지에도 같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자율관리어업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몇 개 지역은 행정과 마을중심의 어촌계를 넘어 어장과 해역을 고려해 자율관리어업을 운영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의 목적이 바다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행정중심이 아닌 어민 스스로 관리하는 데 있다면 안도리와 서고지 등 섬 일대의 어장관리는 통합 운영되어야 한다.

이제 수산정책의 중심은 볼락이나 전복의 개체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어민들의 생활까지 들여다보며 결정하여야 한다.

▲ 서고지로 넘어오는 고갯길에 만난 돌담집.
ⓒ 김준

태그:#바다, #수산물, #자원, #대량 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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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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