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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혹은 '컬러'... 서울 남대문 앞에서 농민단체가 벼 100가마를 쌓아놓은 뒤 포대에 담긴 쌀을 길에 흩뿌리는 모습. <동아일보(위)>는 흑백사진으로, <한겨레(아래)>는 컬러사진으로 실었다.
ⓒ <동아일보> <한겨레> PDF

여러 개의 신문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는 신문의 차이를 발견할 때이다. 그 차이는 비단 신문 기사와 논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무심코 넘어가는 신문에 실린 사진에서도 신문의 '시각'과 그 '차이'가 잘 드러난다. 어찌 보면 신문 사진처럼 그 신문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한겨레>는 사진 3장, <조선일보>는 사진없이 기사만

오늘(29일) 신문의 주요 기사 가운데 하나는 말할 나위 없이 한미FTA 관련 기사들이다. 막바지에 이른 협상 소식을 전하는 기사부터 반대집회나 시위 소식, 정치권의 반응들,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 담화 발표 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사들이 대거 실렸다. 당연히 관련 사진들도 다수 실렸다. <한겨레>처럼 관련 사진을 3개까지 실은 신문도 있다.

그러나 단 한 장의 사진도 싣지 않은 신문도 있다. <조선일보>다. 1면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즈키 메소드 그랜드 콘서트' 장면의 사진이, 2면에는 아랍연맹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사진이 실렸지만 한미FTA 사진은 없다.

한미FTA 소식을 다룬 4면에도 기사만 덜렁 실렸을 뿐이다. 대신 정부의 개헌홍보물 문제를 다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기사 관련 사진으로 정부와 시민단체의 '개헌홍보물' 사진만 자그마하게 들어가 있다. 사진만 안 실린 게 아니다. 시민 사회단체의 반FTA 시위나 집회 소식도 없다.

<중앙일보>에는 한 장의 사진이 실렸다. 협상장인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취재진과 시위대의 접근을 막고 있는 사복 경찰들 모습이다. 그 자체로서 나름대로 시사적일 수 있겠으나, 조금은 밋밋하다.

같은 사진, 다른 느낌

▲ <경향신문>의 '촛불시위' 사진은 줌임 기법을 통해 시위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 <경향신문> PDF
대조적으로 <한겨레>는 1면에 반FTA 구호가 적힌 종이봉투를 머리에 쓴 시위대 모습(김태형 기자)을 1면에 크게 올렸다.

<경향신문>도 같은 사진(강윤중 기자·3면)을 실었지만, 그 이미지는 딴판이다. <경향신문>의 '봉지시위' 사진은 긴박함 보다는 이색적인 재미가 더 살아난다.

그러나 어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을 배경으로 한 <한겨레>의 사진은 아주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많은 신문들이 어제 서울의 갑작스런 이상 기후를 포착한 사진들을 실었는데, <한겨레>는 이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경향신문> 9면에 실린 '촛불시위' 사진(박민규 기자)은 줌임 기법을 사용해 촛불시위의 메시지를 경쾌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한겨레>의 사진이 대낮의 칠흑 같은 먹구름을 배경으로 상징적인 이미지를 포착했다면 <경향신문>의 이 사진은 줌인 촬영기법으로 어둠 속의 촛불의 잔상을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같은 장면의 흑백효과도 대조된다.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2면에 서울 남대문 앞에서 농민단체가 벼 100가마를 쌓아 놓은 뒤 포대에 담긴 쌀을 길에 흩뿌리는 장면의 사진을 각각 실었다. 아무래도 컬러 사진의 사실감이 더 뛰어나 보인다.

'긴박' 혹은 '재미'... 같은 '봉지시위' 장면인데도 <한겨레(위)>가 긴박한 모습인 반면, <경향신문(아래)>는 이색적 재미를 살렸다.
ⓒ <한겨레> <경향신문> PDF

'침묵' 혹은 '밋밋'... 29일자 <조선일보(위)>에는 한미FTA에 대한 사진이 한 장도 실리지 않았고, <중앙일보(아래)>는 밋밋한 한 장의 사진이 실렸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PDF

태그:#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조간신문 리뷰,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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