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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망의 질주 끝에 죽음을 맞은 장준혁
ⓒ MBC
한 회도 빠짐없이 보던 <하얀거탑>(MBC TV)이 드디어 끝이 났다. 오랜만에 본 참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는데 이제 '다음' 주가 되어도 '하얀거탑'을 볼 수가 없다. 아마도 나는 드라마가 하던 시간에 친한 친구가 유학을 떠난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낄 것이다.

<하얀거탑>은 탄탄한 원작과 주조연 가릴 것 없는 연기자들의 호연, 유난히 클로즈업이 많아 생생한 표정까지 담아내는 연출까지, 딱히 흠잡을 만한 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맘에 드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내 맘을, 아마 대부분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장준혁'이라는 인물일 것이다. 그는 야망을 위해 끝없이 질주하며 물불 가리지 않지만 그런 그를 욕하기만 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BRI@"내 수술은 완벽했어. 나 아냐. 내 잘못 아냐."

장준혁은 간성혼수에 빠져 그렇게 중얼댄다. 내 잘못이지만 내 탓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누구라도 탓하고 싶은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죄책감과 자책감 속에서도 위악적으로 살아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나중에 장준혁을 찾아뵙겠다는 염동일에게 최도영은 그만큼의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장준혁에겐 더 이상 '나중'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나중, 다음을 기약하면서 살아간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달려가지만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놓치면서 살아간다. 그토록 당당하고 욕망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장준혁 또한 마지막엔 정말로 사랑하던 희재와 어머니는 보지도 못하고 떠났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언제나 '다음'이 없는, 지금 이 순간뿐인 것. 죽음 앞에선 야망도, 명예도, 권력도, 사랑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 그럼에도 살아가는 그 순간까지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나답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 그래야 하는 것.

인간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욕망을 좇지만 아무리 그런 척 해도 온전히 악할 수만은 없는 것. 장준혁 역시 악인이라 단정할 수 없는 것은 때때로 보여준 그의 위트와 비록 한 사람을 죽음으로 이르게 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낸 뛰어난 의술,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몸을 기증하며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물론 그것이 자신의 야망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라 해도) 등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심장이 뜨거운 인간이니까.

장준혁이 염동일에게 말한 것처럼, 난 장준혁을 용서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실수라고 해도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 이상 쉽게 용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미운 놈이라도 가끔은 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그의 말처럼 장준혁이 보고 싶을 것이다. 벌써 장준혁이 그리워진다. 희재의 말처럼, 장준혁 당신, 오래도록 기억해줄게.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기자단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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