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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미터 보도자료와 CBS 보도내용.
ⓒ 윤근혁

사립학교법(사학법) 재개정 찬성 의견이 49.8%(반대 25.5%)였다는 지난 8일 CBS 보도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송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다.

사학법 재개정 논란에 발목잡혀 임시국회가 주요 민생법안 처리 없이 폐회된 직후 나온 이 소식에 대해 한나라당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한나라당 브리핑 자료를 보면 이 당은 9일 김형오 원내대표와 황우여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김충환 원내공보 부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이 절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사학법 관련 활동이 국민에게 상당히 인정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그동안 국민 정서가 재개정을 반대한다고 계속 억지주장을 해왔는데 이번 결과를 보고 반성해야 한다"면서 "우리 한나라당으로서는 3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을 재개정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얼미터 작성 '질문 내용' 살펴보니

그런데 과연 그럴까. 리얼미터의 조사문항을 10일 입수해 분석해보니 질문 내용과 결과 해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조사결과부터 석연치 않다.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하는 국민의 지지정당을 살펴보면 열린우리당(56.3%) > 민주노동당(52.6% ) > 한나라당(49.0%) > 민주당(28.2%) 순이었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에 가장 완강하게 반대운동을 벌인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찬성비율이 한나라당의 비율보다 3.6%나 높은 이상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나이에 따른 분석에서도 기본 상식을 벗어난 결과가 나왔다. 20대가 사학법 재개정 의견이 가장 높았고 50대 이상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찬성도 별로 보면 20대(55.7%) > 30대(54.6%) > 40대(52.5%) > 50대 이상(39.9%) 순으로 나타났다.

통념상 한나라당 지지자가 가장 많은 50대 이상이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사학법 재개정을 가장 많이 반대(29.3%)한 이상한 결과를 나타낸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해답은 리얼미터의 질문 내용에 있었다.

이 회사는 전화 설문에서 "사학법 재개정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단순하게 물었다. 이런 질문을 받은 국민은 어떻게 답했을까.

▲ 리얼미터가 밝힌 정당 지지자별 사학법 재개정 찬성 비율.
ⓒ 리얼미터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해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박경양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만약 나에게도 여론조사 기관이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을 바라는 여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개정된 '누더기' 사학법이 사학비리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강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라면서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지지자와 20대가 사학법 재개정에 가장 큰 찬성비율을 나타낸 이번 조사 결과는 바로 더 강하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까지 합쳐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자신들의 재개정안을 찬성한다고 즐거워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덧붙였다.

리얼미터 "받아보는 사람이 해석해야"

이름을 밝히지 않은 리얼미터 관계자는 '20대와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재개정 지지율이 높은 이유를 어떻게 해석했냐'는 물음에 "이번 조사는 테마조사가 아닌 단순 조사라 받아보는 사람의 해석이 필요하다"면서 "분명한 사실은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해 지지정당을 불문하고 찬성의견이 높아진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학법, #여론조사, #리얼미터,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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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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