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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답은 '아니요', 그 다음은 '네'?

"남녀 모두 정조 지켜야" 무함마드 지샨 살림과 그의 배우자. 파키스탄 함다드 대학 출신이며, 졸업후 아부다비로 이동해 삼촌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경영자 수업을 받고있다.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이들의 결혼관은 상상외로 순수하며 배우자를 위해 남녀가 정조를 지키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무함마드 제공
파키스탄 국립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뒤 아랍 에미레이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미혼 무함마드씨를 만나 최근 두바이에서 불거진 '처녀성 논란'을 주제로 몇 가지 솔직한 대답을 구했다.

- 처녀성 하면 흔히 여성에 한정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아랍에서도 처녀성은 여성에게만 해당되고 남성들은 그런 개념으로부터 자유롭지요?
"아닙니다. 처녀성은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 아랍에서는 남성도 여성과 똑같이 순결을 지킨다는 얘기입니까?
"제 대답은 처음은 '아니요'이고, 그 다음은 '네'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아랍'에서는 남성도 순결을 지킨다는 개념은 잘못된 접근이지만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남성도 여성과 같이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는 동의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보시는 아랍에서의 남녀간 불평등은 대부분 무슬림들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적 측면에서 그 근거를 찾으시는 것이 옳습니다.

이슬람이 사우디로부터 전파되기 이전 아랍의 여성차별 문화가 아직까지 상존한다고 보시면 되지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런 문화적 배경과 종교를 혼돈하는 것이 오늘날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라 당황스럽다.

- 그럼 이 경우는 어떻게 보십니까? 두바이에서 한 젊은 남편이 아내의 순결을 문제 삼았습니다. 남편의 입장에 동조합니까?
"여성의 순결을 의심하는 행위 자체는 이미 남성이 그런 행위에 노출되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총각 시절 매춘부 등을 통해 문란한 생활을 하지 않는 한 배우자의 순결을 의심하는 그 저의가 오히려 더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 여성이 혼전에 순결을 상실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만나는 상대에게 초기에 그런 사실을 밝히고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비단 여성의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결을 상실한 남성 역시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그런 사실을 미리 밝히고 그 다음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허락을 받는 것이 옳습니다."

- 궁극적으로 여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군요.
"아니요, 오히려 남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제 시각입니다. 제 시각이란 대부분의 정상적인 무슬림들 시각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군요."

경건한 기도모습 아부다비의 모스크 내부 전경. 예배 시간에 도착한 순서대로 앞에서 뒤로 줄을 지어 기도를 드린다. 한쪽 구석에서 기자가 두 명의 무슬림과 인터뷰를 했으나 이를 저지하거나 눈길주는 사람 한 사람 없을 정도로 겸손함과 검소함이 느껴졌다.
ⓒ 이상직
"처녀가 아니었지? 조사하면 다 나온다"

이 이야기는 두바이 법정에 흥미로운 사건이 접수된 지난해 12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27세의 아랍 에미레이트 남편이 역시 22세 아내에게 리볼버 권총을 겨누고 "조사하면 다 나오니 결혼 당시 처녀가 아니었음을 자백하라"고 한 것이다. 자백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이집트 출신 변호사는 아내가 구술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어 서명을 받았음도 밝혀졌다.

날이 밝기 무섭게 아내는 남편과 변호사를 상대로 경찰과 검찰에 본 건을 접수시켰다. 남편이 자신을 가리켜 "정실하지 못한 여자"라고 했다는 평소의 발언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결혼 수년 전 친척과의 잠자리를 통해 처녀성을 상실했다는 해당 여성의 고백도 나왔다.

밝혀진 상황에 근거, 지난 2월 21일 두바이 1심 법원은 남편과 변호사 양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그러나 아내측은 상급 법원에 항소할 뜻을 내비쳐 처녀성에 대한 논란은 이제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명예살인 : 가족의 명예를 지키겠다

같은 날인 지난 2월 21일 요르단 일간지 <요르단 타임즈>에도 짤막한 기사 한 편이 올라왔다.

올해 23세의 한 무슬림 청년이 독신 친척 아주머니 집 주변에 밤 늦은 시각 누군가 서성거리는 장면을 목격한 뒤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로 결심하고 '거사'를 도모한다.

사건 이후 경찰서를 스스로 찾아간 이 청년은 43세의 친척 아주머니가 외간 남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단정짓고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아주머니를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그러나 사체부검 결과 해당 여성은 처녀로 판명되었고 신체 각 부위는 심하게 맞아 함몰된 자국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집 주변을 배회하던 엉뚱한 한 남성으로 인해 애꿎은 여성이 영문도 모른 채 친척으로 부터 맞아죽었다.

요르단, 매년 50여명 명예살인으로 살해

"남자도 처녀성 유지해야" 시리아 출신 성형수술 전문의 아말 툴리맛 박사. 50대 중반의 아말 박사도 무슬림들은 반드시 남성 또한 처녀성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그러하지 못할 경우 결혼 전에 그런 사실을 알리는 것을 필수로 든다.
ⓒ 이상직
여성의 신체 중 얼굴과 손, 발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를 일체 외간 남성에게 보여주지 않는 이슬람 여성들에게 있어 처녀막 수술이니 명예 살인이니 하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다.

특히 처녀막 수술과 같은 어휘는 더욱 더 그러하다. 위의 두 사건을 예로 들어 아랍 이슬람 세계의 처녀막 수술과 명예 살인에 대한 시각을 이슬람의 보편적 시각으로 조망해 보고자 한다.

요르단 국립 법의학 기관장 모멘 하디디씨에 의하면 매월 4명의 여성이 요르단에서 명예살인으로 희생된다고 한다. 매년 50여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심판받는 셈이다.

부근에서 며칠 동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라지는 여성이 있으면 십중팔구 처녀막 검사 내지는 재생 수술을 위해 해당 클리닉에 며칠 입원한 것이라는 우스개소리 마저 들린다.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일단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클리닉으로 보내지고 나면 검사 결과는 가족의 명예에 대한 보증수표로 인식되는 시각이 대부분임에도 여전히 일부는 클리닉에서 그 결과를 조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문제의 양상이 훨씬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

두바이를 비롯한 걸프 지역에서 처녀막 재생수술 클리닉이 성행하는 것도 이런 요르단 내의 정서와 무관치 않다.

두바이는 처녀막 재생 수술의 천국?

한편 아랍 에미레이트를 포함해 사우디 등지의 아라비아 반도 국가에서는 처녀막 재생수술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의 기준이 따로 없다.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시내 은밀한 곳에서 얼마든지 간단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두바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그렇지만 아랍 에미레이트 최상급 법원의 이슬람 판결에 따르면 여성의 은밀한 부분은 보호자 내지는 남편의 손길만 허락되도록 되어있으니 수술을 하게될 경우 반드시 남편 내지는 보호자의 허락을 미리 얻어야 하는 절차적 문제가 남는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수술을 시행할 경우 이슬람 법정은 심각한 범죄행위로 간주한다. 거짓말이나 속이는 행위는 이슬람에서 대단히 엄격한 범죄로 다루기 때문이다. 특별히 적용할 성문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이슬람 법은 엄격하다.

"생산공장의 흠결을 정화하는 것"

"용서가 이슬람적 사고" 인도 출신 회사원 샤빌 아자입씨. 51세. 인도에서 결혼한 다음 아랍으로 건너온지 30년 되었는데 인도의 가족들을 데려올 수 없어 두번째 부인을 만나 인도에 있는 가족과의 관계를 설명한 뒤 결혼을 올려 행복하게 살고 있다. 두바이 처녀성 논란 관련, 남편이 아내를 용서해주는 것이 이슬람적 사고라는 견해를 보였다.
ⓒ 이상직
아랍 세계의 여성들에게 처녀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사담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의 여성 편력은 아직도 아랍 세계의 일반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겁탈하여 욕정을 채우는 방식을 가리켜 '우다이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많은 양가집 규수들이 무차별적으로 강간을 당하고 심지어 외국으로 도피하여 제3국 생활을 하면서도 단 한 건의 고소, 고발도 제기되지 않았다.

강간을 당했음은 명예를 상실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명예를 잃은 여성은 이미 여성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는 의식이 아랍에서는 지배적이다.

혼전관계를 맺은 여성이나 기혼 여성이 외간 남자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맺을 경우 흔히 명예살인을 통해 상실된 명예를 회복코자 하는데 하물며 강간을 당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있으랴.

그러나,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라말라 인근 벌자잇 대학의 저명한 인문학 교수 샤리프 카나나는 명예살인의 뿌리를 오히려 다른 측면을 통해 설명코자 한다.

아랍의 부족이나 가계에 있어 여성들의 존재란 부족을 이끌어갈 남성을 생산해내는 공장(factory)의 역할이었으니 처녀성을 상실한 여성에 대한 명예 살인의 뿌리는 해당 여성에 대한 '성적인 지배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생산 공장으로서의 '흠결에 대한 정화'의 의미라는 것이다.

생산 공장이 불순물로 인해 얼룩졌으니 그 공장으로부터 생산된 남성은 그만큼 순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얼룩진 생산 공장은 폐쇄되고 신규 공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이다.

살인자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BRI@처녀막 보존과 명예 살인이 일부 아랍 지역에서 불가분의 관계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것에는 이런 문화적 배경이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동일 문화권에서 함께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이를 처벌하기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흔히 파키스탄어로 '카로 카리'로 불리우는 명예살인은 이론적으로 다른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되지만 실제 카로 카리로 인해 기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파키스탄 수상 보좌관 닐로페르 바크티아르에 의하면, 지난 2003년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은 1261명이나 된다. 한 달에 100명 꼴로 희생되었다.

외간 남자와 통정한 죄를 물어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여성측 집안의 남자들이 모여 치밀한 계획을 통해 해당 여성을 살해한다. 우리 나라를 포함 서방의 경우 이런 식의 의도된 살인은 당연히 법정 최고형에 처해지지만 파키스탄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2003년을 기준으로 살인에 가담한 사람을 한 건당 한 명으로 산정해 본다면 최소한 1261명의 살인자가 기소도 당하지 않은 채 버젓히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는 세상이 파키스탄이다. 살인자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 것이다.

쿠란의 가르침 "살인에 대한 보상은 영원한 지옥"

이슬람은 명예살인과 어떤 사상적 유대를 유지하고 있을까.

명예살인의 역사적 뿌리는 이슬람과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랍의 남성중심 사회가 빚어낸 문화적 유산이 이슬람과 혼돈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30여개국에 이르는 아랍 전 지역은 물론 아시아의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서 조차 행해지는 빈번한 명예살인의 경우는 여전히 문화와 종교간 극도의 혼란스러움을 조장하는 면이 있다.

실제 해당 부분에 대한 쿠란의 말씀은 정확하게 이렇다.

"나를 믿는 사람을 고의로 죽이면 그에 대한 보상은 영원한 지옥이니라. 나는 살인자에게 분노를 퍼부을 것이며 그의 운명을 저주할 것이고 주체치 못할 운명을 그를 위해 준비하리라." (안-니사 : 93)

여타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역시 법적 정의를 통하지 않은 살인은 엄격히 금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명예살인은 무지와 불명예에 입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유일한 방지책은 엄한 형벌이라며 추상과 같은 법 적용의 형평성을 오히려 강조하고 있다.

명예살인을 행하는 무슬림들이나 이를 면죄해주는 이슬람 성직자들은 모두 알라의 가르침을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무슬림들이 벗어놓은 신발들 늦게 도착하여 미처 발을 씻지 못한 사람들은 양말을 신고온 신발에 끼워 둔 채 서둘러 모스크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입구에서 간단한 기도를 드리고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한 무슬림이 앉아서 무엇인가를 암송하는 모습도 보인다.
ⓒ 이상직
아랍 도시 남녀의 변화하는 정조관

아랍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의 나라들 역시 서방의 문화를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받아들이고 있다. 여성의 현실 참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요청은 더 이상 사람을 수입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 많은 아랍 여성들이 국내는 물론 심지어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현실로 인해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아랍의 남녀들은 배우자 선택의 어려움으로 골머리를 썩힌다.

남성은 남성 대로 또 여성은 여성 대로 그 동안 힘들게 지켜온 쿠란의 말씀들이 있기에 어쩌면 똑같은 만큼의 의무를 지켜온 적격자를 상대편 배우자에게서 찾으려고 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켰으니 너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다름이 아니다.

아부다비 출신 미혼으로 외교관 부친을 따라 대부분의 청소년기를 외국에서 생활한, 기자와 오랜동안 가깝게 지내온 파하드 알 압시씨가 '처녀성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략하게 전해왔다.

"자신을 존중하고 명예롭게 살도록 교육받은 남성이나 여성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거짓말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무슨 종교를 믿든 당신의 배경이 무엇이든 상관없을 것입니다…. 올바른 사람을 찾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오늘날, 결혼 후 수년간 속고 살아온 것이 신경쓰이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파키스탄 출신 무함마드씨와 달리 아부다비 출신 파하드씨는 같은 두바이 남성의 입장에 동조한다.

결국 문화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영국에서의 논쟁 촉발로 유럽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카이로와 도하에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간 첨예한 대립을 보인바 있는 베일 논쟁 역시 이슬람의 가르침이 아닌 문화적 측면에 그 근거를 두고 있음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겠다.

외부에 비쳐지는 아랍은 테러와 폭력, 오만과 불평등 천지이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와 잠시만 살펴보면 많은 부분들이 이와 같이 혼재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로 인한 총체적 혼란이 일정 부분 존재함을 살필 수 있는 너그러운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태그:#아랍, #처녀성, #파키스탄, #무함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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