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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모든 시계는 '2008년 8월 8일 8시'로 맞추어져 있다. 아니 중국 전역의 시계가 그렇게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은 바로 베이징올림픽 개막일이다. 향후 2년간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를 보는 바로미터가 될 베이징 올림픽의 모든 것을 베이징에 거주하는 조창완, 박현숙 통신원이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희미한 6백년 고도 스모그가 하얗게 내려앉은 자금성. 지난 2월말 중국의 한 환경단체는 작년 중국의 환경보호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 AP=연합뉴스

춘지에(춘절, 春節) 황금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2월 21일.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의 쌴샤(三峽) 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저녁 7시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베이징에 낀 짙은 안개 때문이었다. 다음날엔 좌석이 없다는 말을 듣고 급히 표를 물리고 가장 가까운 우한(武漢)으로 향했다. 혹시나 했지만 우한의 비행기들도 발이 묶인 건 마찬가지.

이날 하루 동안 중국 전역의 베이징행 항공과 고속도로가 사실상 전면 봉쇄되었다. 이른바 '안개대란'이었다. 이날 안개는 베이징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설을 쇠러 내려와 있던 후베이 지역에서도 20일부터 짙은 안개가 끼면서 곳곳의 고속도로가 봉쇄되었는가 하면 동베이(東北)지방과 져장(浙江)등 다른 지역에서도 안개 피해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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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중국의 모든 길은 '올림픽'으로 통한다

안개대란... 폭죽이 원인이다?

▲ '그린 올림픽' 엠블렘
중국의 일부 언론들은 춘지에 기간 중 중국인들이 쏘아댄 폭죽이 원인이 되어 안개가 발생했다는 제법 그럴듯한 분석도 제기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원인은 역시 대기오염이다. 오염물질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심각한 안개대란을 유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안개대란 전에도 베이징에는 두 차례에 걸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황사가 불었다. 안개가 걷힌 후에도 황사는 여전히 불어왔다. 올림픽을 1년 반 앞으로 남겨둔 베이징시와 정부 관계자의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할만한 일들이다.

'녹색, 인문, 과학기술 올림픽'이라는 세 가지 구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 정부는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녹색 올림픽' 준비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두가지는 인위적인 방법이나 행정적인 수단을 통해서 어느 정도 통제와 극복이 가능한 반면 녹색 올림픽 목표는 인위적이고 행정적인 노력 외에도 '하늘이 도와야' 가능한 일이다.

세계의 공장, 세계의 굴뚝으로 불리며 맹렬한 경제성장을 질주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그 뒤에는 '세계 최대의 오염국'이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올림픽을 치른다고 경제성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루아침에 뿌연 스모그로 가득 찬 베이징 하늘을 푸르게 바꾸는 일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 중국인들이 작년 7월 18일 베이징 동쪽 100km 지점 위톈에서 자전거를 탄채 한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짙은 매연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 APF=연합뉴스
"선수들의 필수품은 망사 보자기"

마라톤 경기 도중 갑자기 황사가 불거나 스모그가 발생했을 때 과연 경기를 계속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만일 경기를 강행한다고 하면 그건 심각한 '살인행위'다.

비슷한 우스개 퀴즈 하나.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 참가 선수들이 반드시 소지해야 할 필수품은 무엇일까. 정답은 망사로 된 보자기다.(황사나 스모그가 심한 날 시민들이 얼굴에 쓰는 것)

농담 같지만 결코 농담으로만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해 홍콩에서 개최된 아시아 마라톤 경기도중 대기오염으로 참가선수가 실신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홍콩보다 오염지수가 더 심각한 베이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국 관계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문제도 바로 이런 돌발사태다. '하늘이 돕지 않는다면' 베이징의 기상조건은 언제든지 돌발사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기상국 분석에 따르면, 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베이징 대기상태의 60%는 오염물질 확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대기오염이 이미 심각한 정도로 진행되어 오염물질의 확산 역시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오염을 통제할 수 있는 정도가 전체 대기상태의 40%라고 한다. 때문에 베이징시 정부는 최대한의 인위적인 노력으로 오염상황의 확산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다.

"푸른 하늘을 보위하라"

그 대표적인 노력이 이른바 '푸른하늘 보위전(藍天保衛戰)'이다.‘푸른하늘 계획’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환경정화 노력을 통해 1년 중 베이징에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을 전체일수의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환경정화 전쟁'이다. 다시 말해 대기오염 정도를 줄임으로서 1년 중 공기의 질이 (국가가 정한) 양호급 이상인 날을 전체일수의 60%이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현재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1998년 이 푸른하늘 보위전이 시작된 이후 베이징 하늘은 예전보다 많이 맑아지고 있지만 상태는 여전히 심각하다. 베이징시 부시장 지린은 "지난해 2006년까지 8년 연속으로 꾸준히 대기상태가 개선되었지만 현재 베이징의 환경상태는 여전히 아주 심각하다. 공기의 질은 국가기준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고 밝혀 아직도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적절한 '녹색환경' 마련이 여의치 않음을 시사했다.

▲ 경제 발전으로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도 베이징의 대기 오염 악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 박현숙
중국 기상국 왕챵 교수는 <21세기 경제보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갈수록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오염상태의 심각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2004년 건강에 해를 끼칠 정도의 중급 이상의 최고 오염지수는 402였던데 반해 2005년에는 472로 늘어났다. 이렇게 중급 이상의 심각한 오염을 결정하는 요소는 인간의 노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상조건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베이징의 대기상태는 인위적이고 정책적인 수단을 통해서 극복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건강에 극히 불리한 오염일수가 2005년에는 5일이었지만 지난해 2006년에는 17일로 대폭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베이징의 대기오염 상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가 사라진 거리에 갈수록 늘어가는 베이징의 자동차 행렬도 오염을 심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베이징시나 중국정부가 하늘의 뜻에 맡기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찌되었든지 간에 40%의 인위적인 노력으로라도 오염의 확산을 막는 것만이 최선책일 수밖에 없다.

베이징시는 현재 올림픽을 앞두고 주변 환경을 최대한 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비교적 큰 오염을 유발하는 4천대의 낡은 버스와 3만대의 택시를 폐기하였는가 하면 동남부 교외지역의 화학공단 지역과 수도 철강회사 전체를 외곽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 중에는 경기장 부근 건축자재 공장 등의 가동을 중단하고 6환 이내 및 베이징 외곽의 순이와 창핑 지역의 건설공사를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또한 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 등 화베이 지역 5개성시의 오염기업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베이징시는 인근의 톈진, 산시, 허베이. 내몽고 등 5개 지역과 연합해서 대기오염을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림픽때도 보일까? 5일 아침 베이징 도심의 서쪽 끝인 왕징에서 바라본 서쪽 모습. 간밤에 내린 눈의 영향으로 30㎞가 넘게 떨어진 향산이 선명히 보였다. 평소 같으면 스모그나 공사장 먼지로 인해 불가능한 날씨다.
ⓒ 조창완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대부분 주변지역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고, 이로 인해 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시내 주요 오염원들을 통제한다고 해도 주변 지역의 오염환경들이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매년 봄철 베이징 하늘을 먼지바람으로 뒤덮는 황사 역시 대부분 베이징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기 때문에 근원지의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속수무책인 것과 같다.

이외에도 올해 베이징시 사회경제발전 주요지표 10개 가운데 73개항목이 환경보호에 책정됨으로서 베이징시가 올림픽을 앞두고 환경개선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베이징시 부시장 지린은 이와 관련하여 올해 베이징시는 공기 질 개선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공기의 질이 양호한 정도 이상의 날을 전체 일수의 67%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이하로 줄일 방침이다. 베이징시는 올해 3월말 전까지 이러한 모든 대책을 포괄하는 '올림픽 공기질량보장방안'을 완성해서 올림픽을 앞두고 막바지 녹색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내외 환경 전문가들은 올림픽을 전후해서 베이징시의 대기오염 상태가 그다지 많이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탄을 위주로 하는 중국의 현재 에너지 소비구조로는 오염상태의 감소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올림픽을 전후하여 베이징시의 각종 건설공사가 폭주해 있는 상황인데다 자동차의 빠른 증가 역시 오염을 확산시키는 최대의 난제로 꼽히고 있다.

스모그가 뿌옇게 낀 베이징 하늘위로 올림픽 오륜기가 올라가고 성화가 점화된다는 상상을 해 보라.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간담이 서늘해질 만한 일이다.

태그:#환경 올림픽, #그린 올림픽, #베이징, #안개대란, #스모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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