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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얄 텔레비젼 소사이어티 저널리즘상을 휩쓴 채널4 뉴스팀
ⓒ 채널4 뉴스
지난 22일 영국 내 방송 저널리즘의 최고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로열 텔레비전 소사이어티 저널리즘상(Royal Television Society journalism award) 시상식 이후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갈렸다.

세계적 명성의 BBC 뉴스는 카메라맨 단 한 명의 수상에 그친 데 반해 ITN이 제작하는 채널4 뉴스는 최고의 국내·해외 저널리즘을 비롯하여 올해의 뉴스 프리젠터(진행자) 상 등 굵직굵직한 5개의 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영국 생활 4년째, 꽤 오랜 기간 채널4 뉴스의 애청자였던 나로서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방송 뉴스도 이들의 형식을 좀 빌린다면 좀 더 역동적이고 내용 있으면서 흥미로운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던 터라 이번 기회를 빌려 이들의 독특한 뉴스 진행 방식과 저널리즘을 소개해 볼까 한다.

두 개의 뉴스 데스크로 분리해 뉴스의 역동성 살려

@BRI@채널4 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두 개로 분리된 뉴스데스크다. 대부분 방송 뉴스가 하나의 중앙 데스크에서 한 명 또는 두 명의 진행자가 진행하는 형식과 달리 채널4 뉴스는 주요 뉴스를 심도 있게 전달하는 중앙 뉴스 데스크와 기타 뉴스를 다루는 보조 뉴스 데스크로 분리되어 있다. 이 두 데스크가 서로 분리된 역할에 따라 주고받는 진행 방식은 전체 뉴스 프로그램의 역동성을 살려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방송 뉴스의 주요 뉴스는 비슷한 형식의 몇 개 꼭지를 통해 전달된다. 반면 채널4 뉴스의 중앙 데스크를 통해 전달되는 주요 뉴스는 리포트·인터뷰·토론·분석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그 중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은 주로 생방송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다.

대부분의 주요 뉴스에서 정부 장ㆍ차관과 같은 뉴스의 당사자, 또는 시민단체나 이해집단 관계자, 관련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스튜디오 내에서 또는 대형 화면에 연결되어 실시간 인터뷰가 이루어진다.

실시간 인터뷰를 통해 뉴스의 생동감은 물론이거니와 관련 당사자 또는 관계자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직접 들어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논쟁적 사안은 양쪽 관계자를 모두 스튜디오로 불러들인다. 생방송 뉴스에서 이렇게 당사자를 직접 출연시키는 데는 당연히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들을 다루는 진행자들의 숙련된 솜씨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다.

▲ 채널4 뉴스 인터뷰 장면
ⓒ 채널4 뉴스
말의 진검승부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인터뷰

올해의 프리젠터 상을 받은 존 스노우(Jon Snow)를 비롯한 메인 진행자들은 인터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해박한 이해력으로 인터뷰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할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질문을 연타로 날려 대상자에게 분명한 답을 하게끔 유도하는 솜씨는 뉴스의 긴장감과 흥미를 높인다.

물론 인터뷰 대상자로 자주 등장하는 국회의원 장ㆍ차관(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장ㆍ차관이 모두 국회의원이다)들도 만만치는 않다. 확실한 근거와 논리로 무장한 이들은 날카로운 공격을 쉴 새 없이 받아친다.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거짓으로 드러난 후 이루어졌던 진행자 존 스노우와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 간의 인터뷰였다. 분명한 잘못의 인정을 받아내려는 스노우와 이를 방어하는 블레어 간의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은 마치 말이 칼이 되어 서로 부딪치는 진검 승부를 보는 듯했다.

서로 잘 짜인 점잖은 인터뷰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가끔 '왜 저런 수모를 당하면서 인터뷰에 임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불리한 사안에서조차 직접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생방송 인터뷰에 임하는 매력일 것이다.

전쟁의 위기 속에서 사람을 보여주다

▲ 채널4 뉴스의 중심 진행자 존 스노우
ⓒ 채널4 뉴스
채널4 뉴스가 뛰어난 또 다른 측면은 논쟁적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매우 심도 있게 전달해 준다는 점이다. 특히 이란 핵위기가 높아지기 시작할 무렵 다른 뉴스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반응을 그냥 보여주는데 그친 반면 채널4 뉴스에서는 중심 진행자인 존 스노우를 이란에 파견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이란의 분위기뿐 아니라 언론·여성·사회 현안 등 이란의 다양한 측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살벌한 핵무기 논란 뒤에 자칫 잊히기 쉬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이 기획은 이번 시상식에서 스페샬리스트 저널리즘 상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전 보도에서도 폭탄 테러가 몇 번 일어나고 몇 명이 죽는다는 매번 반복되는 뉴스를 넘어서 그 속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었다.

새로운 이라크에 희망을 품고 돌아갔던 영국 망명 이라크인 의사가 후세인 치하보다 더 일상적으로 유린당하는 인권을 보고 다시 이라크를 떠나면서 독백조로 들려주는 이라크 현실은 사회적 붕괴상황이 한 사회의 가치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뛰어난 뉴스 리포트였다.

우리나라 방송 뉴스들이 시청률을 의식할 때면 흔히 자극적인 소재나 이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미 내용에서나 형식에서나 너무나 뻔한 뉴스의 틀에 질려가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채널4 뉴스는 뉴스의 흥미와 생동감을 높이면서 동시에 질적으로도 다른 차원의 뉴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채널4는 최근에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빅브라더를 방송하는 바로 그 채널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채널 이미지와 정치적 지위에 상당한 타격을 입긴 했다. 하지만 시사부분에서 채널4 뉴스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심층시사 프로그램인 디스패치스(Dispatches) 등은 영국내 어떤 공중파 채널보다 뛰어난 명성을 지니고 있다.


태그:#채널4, #뉴스, #BBC,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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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지역및복지행정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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