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작년 한해 본지 시민기자이자 고정 칼럼니스트('여론 뒤집어보기')로 활동해온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이 새 연재를 시작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에세이 형식의 글을 통해 정치권의 쟁점과 여론의 맥을 차분하게 조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 이명박 전 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린 `어둠속의 대화`전시를 체험하기 위해 조해진(오른쪽), 송태영(왼쪽) 언론특보와 함께 전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미래 어느 시점에 돌아본다면 지금은 이명박 대세기이다. 그 동안 대선에서 양자 대결도 아닌 다자 대결구도에서 50% 지지도(각주1)는 앞으로도 흔히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다. 앞으로도 이만한 지지도가 나올까 싶은 높은 지지도이다. 게다가 질적으로도 '일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꾸준히 축적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입으로만 떠들어 대는' 타 후보와는 달리 '탄탄하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이다.

대선을 예측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여당발 정계개편, 제3후보론, 남북관계의 급진전 등이 그런 변수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명박 대세론을 뺀 어떤 예측도 큰 설명력을 갖기 힘들다.

그는 현재 전 국민 여론의 '절반' 이상을 움켜쥐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논의조차도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도에서는 의미를 잃게 된다. 개헌 자체가 정국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제1후보가 외면하면 사실상 논의는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세기’ 이후의 정국 전개는 근본적으로 이 전 시장 스스로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그가 무너진 다음에야 급속히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시장은 대선이 있는 해 벽두부터 '뜬' 이상 이제 쫒기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바로 한솥밥 먹는 식구들이다. 적 가운데 가장 무섭다는 '내부의 적'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떠있는 이 전 시장의 풍선을 검증하자며 바늘을 들고 달려든다. 정인봉 변호사에 이어 김유찬 전 비서관이 나타났다. 해외에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찔러서 안 터지는 풍선 있나 보자'는 식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천장을 쳤다는 시점이다. 몇몇 여론조사(각주2)에서도 나타나듯이 지지도는 정체 상태였고, 옆에서 보기에도 고공비행을 계속할 만한 땔감이 부족해 보인다. 바늘로 찔리면 가장 '위험한' 때라는 것이다.

다만 이 전 시장의 풍선이 워낙 단단하다고 평가되는 만큼 웬만한 바늘로는 구멍을 내기는 쉽지 않다. 인물검증이라는 것이 대체로 사실 관계가 구체적이거나 명확해야 힘을 받는다. 또 검증의 단계에서 빚어지는 진실성 등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검증 광풍' 이 전 시장에 예방주사 되려면

설 연휴 이후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의 최근 공방이 계속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검증 논란은 당장 '진흙탕 싸움'의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전달할 것이므로 일단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주자들의 전반적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검증 광풍'을 이 전 시장이 견뎌낸다면 마치 예방주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좀 더 튼튼해 질 수도 있다. 물론 감기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감기가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못 견디고 '터지면' 문제는 커진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대로 보수와 한나라당의 미래를 위해 '끝에 가서 적에게 쓰러질 후보'를 사전에 걸러내는 것은 당에 대한 '충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과 그의 친구들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 쪽의 그 충정을 헤아려 주기 어렵다. 그나마 지지도라도 계속 유지된다면 모를까, '뚝' 떨어진다면 정말 용서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 전 시장의 역공으로 박 전 대표의 지지도가 추락해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의 속성 상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힘으로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만일 검증과정에서 치명타를 입고도 박 전 대표를 용서한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한 '진정성'이다.

지금 '이명박 대세기' 한 중간에 '검증'의 막이 올려지고 있다. 결말은 모른다. 다만 박 전 대표 발 검증이 '성공'하면 이 전 시장이 죽고, '실패'하면 해당 행위자인 박 전 대표가 치명상을 입는 상황이다. 다만 박 전 대표의 검증이 성공한다 해서 그 '떡'을 누가 가져갈 지는 속단할 수 없다. 대중은 '일그러진 영웅'을 버리기도 하지만 그를 '망친 자'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틈에 한나라당은 둘로 쪼개질 수도 있고, 아니면 제3자가 보수신당을 만들자며 등장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 최강자 이명박 검증기가 시작된다. 견디면 '대망론'이다. 못 견디면 '빅뱅' 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각주1) KSOI '동향과 분석', 2007년 2월 6일 전화조사, 전국 10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 ± 3.1% 
각주2) 문화일보-KSOI, 2007년 2월 15일 전화조사, 전국 10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 ± 3.1%


태그:#이명박, #김헌태, #대선에세이, #대망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