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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팬들에게 아이돌 스타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분명 작은 의미는 아닐 것이다.

배금택 원작 <영심이>에서 주인공 '영심이'는 당시 인기 절정의 댄스가수 박남정의 열성팬으로 등장한다. 김성재·서지원 등의 인기가수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거나 자살을 선택했을 때, 그들을 따라 목숨을 끊은 소녀팬도 있었다. 1992년에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방한했을 당시에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든 나머지 1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이성에게 민감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녀들인만큼 미소년 가수들에게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과열된 사랑이 비극을 불러온 경우도 있다.

'과열된 사랑'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새로운 형태로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변화된, 그녀들의 과열된 사랑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 셈이다.

스타의 '생일'을 알려라, '광클'을 아시나요

▲ '광클'의 영향으로, 아이돌 스타들의 생일은 검색순위 1위를 차지했다.
ⓒ 네이버, 다음 캡쳐
▲ 경쟁 구도까지 이뤄지는 '광클'의 현장
ⓒ 네이버 캡쳐
포털사이트가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검색 순위의 중요성은 나날이 더 커지고 있다. '검색'을 권장하는 광고 문구도 버젓이 나오고 있으며, 그에 발맞춰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알리고 싶어하는 그녀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누리꾼들은 특정 아이돌 스타의 생일이 검색순위 1위로 자리잡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2월 10일 '슈퍼주니어' 맴버 '최시원 생일', 2월 16일 '신화' 맴버였던 '에릭 생일', 2월 18일 '동방신기' 맴버인 '심창민 생일'이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올랐던 것이다.

심지어는 지식인 게시판에서까지 스타의 생일을 알리려는 소녀팬들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대형 팬카페에 모여든 열성팬들이 '광클'(집단클릭)을 시도해 스타의 생일을 알리려 한 것이다. 그녀들은 서로 검색을 권장하며, 다른 검색어 때문에 '스타의 생일'이 검색순위에서 밀릴 경우, 울상을 짓거나 '더욱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광클'의 사례는 해당 스타와 관련된 투표 등에서도 발견된다. 중요한 투표 사례의 경우 공지에 내걸어 다시 한번 서로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다. 이렇듯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사이트에서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검색순위나 투표에 대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여론 조작'의 우려가 깊은데, 그녀들은 그 위험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저, "남(다른 스타의 팬클럽)들도 다 이렇게 하는데 왜 우리만 비판하는거냐"는 반응이거나 "우리가 우리 오빠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건데 뭐 어떠냐"는 변명을 할 뿐이다.

'어른들의 빗나간 상업주의

▲ 아이돌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치킨회사 콘서트 응모 광고.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고가 교복'이 누리꾼의 비판 대상이 됐던 적이 있었다. 고액의 가격을 내세우는 교복 메이커들은 대개 아이돌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우며, 아이돌 스타를 추종하는 소녀팬들을 의식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 SS501 등의 인기절정의 아이돌 스타들을 모델로 캐스팅한 교복 메이커의 가격은 30~40만원 선이라고 한다.

"경품과 스타마케팅, 복잡한 유통 과정 등 거품을 빼면 15만원 선에 공급할 수 있다"는 학부모 단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른들은 소녀팬들의 아이돌 스타 사랑을 이용해 지나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물론 교복메이커 관계자의 주장은 "인기 스타가 청소년들의 교복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광고 모델로 채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복값에 미치는 영향은 벌당 2000원 수준"이라는 것이라 또다른 논쟁이 파생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1년 전, 어느 치킨 회사가 '동방신기'를 모델로 내세우면서, 치킨을 구매하면 콘서트 응모권을 증정해 100명의 당첨자들에게 초대권을 준다는 마케팅을 하기도 했고, 동시 제한된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치킨을 구매한 4000명에게 별도로 초대권을 준다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래의 문단은 그와 관련된 동방신기 팬들의 때아닌 치킨 구매 열풍을 다룬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 회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아이디 mil1599인 고객은 이벤트가 시작된 지난달 3일부터 무려 140차례나 응모했는데 이는 가격이 가장 싼 '후라이드 치킨'(1만3천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182만원이나 되는 금액이다. (중략)

회사 관계자는 "동방신기 등이 인기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며 "심지어는 콘서트 티켓을 얻기 위해 친구들끼리 계를 맺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6년 3월 23일자 연합뉴스 기사 <동방신기 보려면 닭 10마리는 먹어야> 일부 발췌-


과격해지는 '오빠 사랑'

▲ 이런 소녀팬이 부디 '일부'이길 바랄 뿐이다.
ⓒ 네이버 지식in 캡쳐
그녀들의 오빠 사랑은 너무 지나쳐 법을 어기거나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까지도 지나치게 감싼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단적인 예가 아이돌 스타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사건의 경우다.

강타가 강남경찰서로 입건됐을 때 "우리 오빠가 뭘 잘못했느냐"는 주장을 내세우는 일부 팬의 강력한 항의로 경찰서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됐던 사례가 있으며,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입건됐을 당시에는 "맥주 세 병이 무슨 술이냐"는 주장을 제기하는 팬도 있었다.

물론 상당수의 팬들은 스타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가운데, 반성과 재기를 독려하는 편이지만, 이런 식의 지나친 주장을 전개하는 팬들로 인해 전체가 오명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격함'은 자신들의 스타가 이성 연예인과 연계되거나, 이슈의 주인공이 됐을 때도 자주 목격된다. 단적으로 강은비가 TV 쇼프로에서 "오빠들에게 꼬리를 친다"는 이유로 해당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나, 미니홈피의 욕설 테러를 당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002년 월드컵 이후에는, '터프가이'라는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김남일의 소녀팬들이 자주 화제의 대상이 됐다. 그가 전남 드래곤즈 소속일 당시 K리그 경기 도중, 안양LG 외국인 선수 '안드레'와 몸싸움이 일어나자, 김남일의 소녀팬들이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인 '안드레이 셰브첸코'의 국내 팬홈페이지에 욕설을 퍼부은 사건은 여전히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 중에 하나다.

진정한 '스타 사랑' 고민 필요할 때

그렇듯 그녀들은 자신들의 스타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당하게 표현하는 것이냐'는 관점까지 같이 생각하는 소녀팬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어쩌면, 이 기사를 작성하는 필자를 향해서도 "기자가 혹시 안티 아니냐"거나, "너나 잘 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소녀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소녀팬들의 어긋난 스타 사랑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어른에게 있다. 그녀들의 열성적인 사랑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그녀들에게 토론 문화의 상식을 가르치기보다 무작정 욕만 하는 어른들이 많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치려는 어른은 많지 않았다. 뭔가 몰입해보거나, 열광하는 것은 사춘기 시절에 필요함직한 것이지만 '몰입'이나 '열광'에도 상식이 있다.

어디까지나 같은 생각을 가진 본인들만의 문화를 공적인 공간에서 아무 고민없이 표출하는 것은, 해당 스타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일부 소녀팬들은 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보여 아쉬운 것이다.

좋아하는만큼, 그가 저지르는 잘못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매서운 비판을 가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스타 사랑이며, TV 속의 설정과 현실도 엄연히 구분하면서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것도 그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녀들의 스타 사랑이 건강해져야 스타도 건강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필진네트워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클, #열성팬, #10대, #소녀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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