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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맡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 기자회견은 일단 연기`하지만, 자신이 공개할 경우 `이 전시장이 반성해야할 만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인봉 법률특보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근처를 지나던 박근혜 의원의 측근인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당을 위해서 하지말라`며 만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인봉 변호사가 오늘로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정 변호사는 어제(14일)만 해도,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해서 소명한 뒤에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갖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하루만에, 다시 이를 취소한 것이다.

표면상의 이유로는 윤리위에 출석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 대신 경선준비기구 산하의 후보검증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정 변호사는 밝혔다. 그러나 그의 거듭되는 '공개' 약속과 번복은 여러모로 개운치 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의 신뢰성과 파괴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당의 압력에 의해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용은 못 밝히고 언론플레이만 하는 정인봉

'이명박 X파일'을 다루고 있는 정 변호사의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고, 후보검증 차원에서 쪽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면 소신대로 내용을 공개하면 되는 일이다. 사실에 근거한 내용공개 자체를 한나라당 지도부가 '해당행위'라고 무조건 몰아붙인다면 그것은 잘못이고,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태도이다.

그런데 정 변호사는 언론플레이만 계속하고 있을 뿐, 정작 그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공개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문제제기의 순수성, 나아가 자료의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 문제를 한나라당 내부 계파간의 문제로 지켜봐왔다.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측간의 대결 속에서 빚어진 공방전으로 다루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문제로 인해 한나라당 전체가 술렁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두 캠프는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러다가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 때문에 당 윤리위원회와 후보검증위원회도 소집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명박 X파일'의 내용과 진위여부가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지금 이명박 전 시장이 누구인가. 대선주자 가운데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주자에게, 정 변호사의 표현을 빌려 '반박하지 못하고 반성하게 될' 문제가 있다면 국민과도 직접 관련이 있는 일이다.

▲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상대로 연일 검증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한나라당은 13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X파일', 국민 앞에서 투명하게 검증해야

따라서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한나라당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정 변호사 개인이든, 당 차원이든 '이명박 X파일'의 내용을 밝히고 그 진위여부를 가려야 할 상황이 되었다.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관해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한나라당의 기구들이 이 문제를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다루어 자신들끼리 봉합을 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버린 대선주자의 신상문제에 관해 한나라당이 취할 책임있는 방식이 되지 못한다.

'X파일'의 내용을 공개하고 진위여부를 가려, 흑색선전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정 변호사에게 출당조치 같은 중징계조치를 내리고, 박 전 대표 캠프측에 대해서는 관련여부 조사를 벌이면 된다. 반대로 'X파일'의 내용이 근거있고 문제가 되는 수준의 것이라면, 한나라당과 이 전 시장측의 합당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가 되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민적 상식에 맞게 결말지을 일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용 공개를 무조건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발설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정인봉 변호사의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되었다. 그가 갖고 있다는 자료의 신뢰성은 철저히 검증을 거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가 언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과대포장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한나라당 내부의 밀실에서 논의하고 처리할 수 있는 단계도 이미 지나버렸다.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투명한 방식으로 '이명박 X파일'을 검증하고, 그 내용과 결과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어느 당이 되었든, 후보검증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태그:#정인봉, #법률특보, #이명박,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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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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