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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 및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서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월이 기점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3월을 예고하는 말들이 한나라당 안에서 흘러나온다.

원희룡 의원이 말했다. "후보들이 경선 참여 여부를 두고 분열하는 계기가 빠르면 3월에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예측한 걸까? 사정이 있다. 한나라당은 3월 초까지 경선 방식과 시기, 그리고 검증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경선 방식과 시기다. 양측이 타협을 보지 못하면 당이 나서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이 조화가 아니라 배척으로 나타난다면 어느 한쪽이 반발할 것은 자명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게 따로 있다. 경선 방식과 시기 외에 검증 방법도 3월 초에 결정한다고 한다. 이게 뇌관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 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어제 기자회견을 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성과 재산형성과정 등에 대한 내용이 서너 가지 있지만 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대표가 만류하니까 공개하지 않고 3월 10일쯤에 당 경선준비기구에 넘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당이 검증을 못할 경우 3월 말 이후에 자신이 직접 공개하겠다고 했다.

시점이 맞아떨어진다. 당이 검증 방법을 결정하는 시점과 정인봉 변호사가 이명박 전 시장 관련 의혹을 당에 넘기는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

뇌관이라고 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적어도 정인봉 변호사 개인, 나아가 박근혜 캠프 쪽에서는 당이 정할 검증 방법을 이미 확보한 이명박 전 시장 관련 의혹 내용에 맞춰 평가할 것이다. 검증 방법이 자신들이 확보한 의혹 내용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잴 것이다.

당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검증을 위해 조사에 나선다 하더라도 어차피 수사권은 발동할 수 없다. 게다가 경선 참여를 선언한 각 후보 대리인이 두루 참여하는 경선준비기구다. 절충형 조사 방법을 택할 공산이 크다.

정인봉 변호사나 박근혜 캠프에서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당 경선기구의 후보 검증 딜레마

▲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맡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 기자회견은 일단 연기`하지만, 자신이 공개할 경우 `이 전시장이 반성해야할 만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최고위원이 말했다. "당 지도부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전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최고위원이 "검증 문제가 당내 싸움이나 혼란으로 비친다면 당이 적절하게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무슨 뜻인가? 넓게 해석하자면 검증 논란에 당 지도부는 나서지 말라는 경고다.

엇갈린다. '중립'과 '엄정'이 교차한다. 당 경선준비기구가 정할 검증 방법은 '엄정'해야 하고, 검증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당 경선준비기구는 검증 방법을 중립적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는 분열을 막기 위해 검증 논란에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가 훈수를 뒀다. 묘수는 속도전이다. "(당 경선준비기구가)중심이 돼 하루빨리 후보 검증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필요하다면 3월 초로 예정된 경선 방식과 시기 및 검증 방법의 결정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뭘 우려하는지는 분명하다. 시간을 끌수록 '일탈'과 '자해'가 횡행할 수 있다. 어차피 거쳐야 할 관문이라면 최대한 빠르게 통과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게 낫다.

하지만 희망사항이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얘기다. 후보간 견제구도가 지나칠 정도로 팽배해진 게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무엇 하나 쉽게 결정 내릴 수 없는 형편에 몰려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측면이 더 큰 것이다.

태그:#김종배, #3월파경, #한나라, #정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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