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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우석훈 칼럼 < 노무현과 이명박의 공간정책은 달랐나 - 국민임대주택 개선을 위한 논의 ①>에 대해 전대원 시민기자가 반론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 시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들의 '분양원가 공개' '공공주택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우석훈 칼럼에 대한 반론을 쓴 것이 며칠 전의 일이다. 우석훈 교수의 재반박이 있었으나 그쯤 해서 멈추기로 했었다. 그러나 우석훈 교수는 참여정부의 국민임대주택에 대하여 본격적인 비판을 시작하기로 한 듯하다. 지난번 문제가 된 칼럼에서는 오세훈과 노무현을 대척점에 놓더니, '노무현과 이명박의 공간정책은 달랐나'라는 기사에서는 노무현과 이명박을 한 편에 두고 있다.

국민임대주택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본격적인 반론을 펴야 할 것 같다. 주택문제는 우석훈 교수도 지적했듯이 국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주거권의 문제이고, 따라서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기존 언론에서는 부동산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 아니면 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만 있었지, 실제로 주거권을 행사해야 할 시민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 역시 우석훈 교수가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소수가 소주 마시면서 하는 논의이기보다는 더 공개적이고 더 심도 있는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 이는 인간의 삶과 직결된 집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택의 상품성격도 부인 못해

@BRI@먼저 우석훈 교수가 '주택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복합재'라고 한데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제학자가 이 말을 한 것은 주택을 단순히 시장원리에 맡겨서는 안 되고,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겠다. 뉴라이트 운동에 앞장서는 경제학자의 강연을 듣다가 설전을 벌인 일이 있다.

아파트 값 폭등에 대하여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면서 종부세 부과 등 현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는 것을 듣고 이것은 아니다 싶어 반박하다가 논쟁까지 벌이게 되었다. 각자의 가치관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자료와 추론을 들이대기 때문에 결론이 날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주택이 상품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부동산을 실질적인 상품으로 여기고 있다. 정규직으로서 어느 정도 고정월급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치고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없다.

부동산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보기엔 온 국민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것이다. 가족 전체적으로 본다면 한 가족 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부동산값 안정 방법을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라면 정답은 있다.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배운 지식을 아주 조금만 활용한다면,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서 수요곡선을 왼쪽으로 옮기고, 주택공급을 활성화시켜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하면 균형가격은 하향 안정으로 될 수 있다.

6억원 초과 아파트의 종부세 부과나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 등은 모두 수요곡선을 왼쪽으로 보내고자 하는 정책이고, 판교 신도시나 송파 신도시 건설 등은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이다. 여기서 한나라당이나 정부 내 재경부 관료들은 시장원리에 맞게(?) 공급확대 정책을 선호하는 것이고, 우석훈 교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수요억제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문제는 실제로 이러한 양쪽의 방법을 다 써 봐도 부동산값은 오히려 폭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도 양측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신도시 건설과 같은 공급확대 정책이 투기 수요를 부추겨 집값 상승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한 축이고, 시장원리를 무시한 세금폭탄이 집값 상승을 가져왔다고 맹비난을 퍼붓는 것이 또 다른 축이다.

그린벨트 원주민 문제 제기는 '탁상공론'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너도나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난을 하기만 했지, 책임 있는 대안 제시는 좌측으로도 우측으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나오는 대책들이 실현가능성이나 수도권 인구집중과 재원조달 문제, 주택수요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긴 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탁상공론이라는 말은 공무원을 비판할 때 많이 쓰는 말이지만, 부동산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이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물어보고 싶다. 우석훈 교수는 국민임대주택 건설이 공영개발 방식이란 것에 초점을 두고 비판을 시작하였다. 비판의 목소리를 아래에 옮겨 놓았다.

"현재의 국민임대주택이라는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질문들이 몇 가지 있다. 천천히 얘기해볼 것인데, 그 중에서 제일 큰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토지수용'이라는 것은 그곳에 살던 사람의 땅을 공공이 필요하니까 주거권을 제한해서 강제로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하는 행위이다. 인간의 말로는 '돈을 주고 쫓아낸다'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작 현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민임대주택단지들의 대부분 기존 주택지가 아니라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에 지어지고 있는 국민임대아파트 단지들은 하남 풍산, 성남 도촌, 청계 의왕 등인데 모두 기존 주거지가 아니라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다. 극히 일부 원주민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책적 고려가 될 정도는 아닌 극히 미미한 숫자일 것이다.

다시 말해 돈을 주고 쫓아낼 세입자들이 거의 없는 곳에 국민임대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 단지는 직장이 인접하고 교통편이 편리한 도심지에 짓는 것이 최적이나, 우석훈 교수의 지적대로 주택재개발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에 건설하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안으로 서울과 인접하여 교통편을 원활히 구성할 수 있는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하여 짓게 된 것이다.

▲ 지난해 3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택지개발현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굳이 비판을 하자면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환경훼손을 들 수 있다. 이는 정말로 가치관에 관련된 문제이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환경평가가 4~5등급이 나와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국민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석훈 교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원주민을 근거로 해서 그들이 돈을 받고 쫓겨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탁상공론식 비판의 전형이다. 다만 국민임대아파트에 극빈층이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짚어볼 만한 문제이다.

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임대아파트의 최소평형의 경우에도 침실수 기준 미달 가구의 20%, 전용 부엌 및 화장실 기준 미달 가구가 대부분 입주할 수 없는 금액의 임대료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최고 극빈층이고, 이에 대한 해결은 재정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다시 말해 국민임대주택에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판교나 송파신도시 등 대규모 신도시에 나타나는 철거 세입자 문제를 확대해 비판한 듯 하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려면 참여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을 비판할 일이지 국민임대주택을 겨냥할 일은 아니다.

우석훈 교수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과 도시빈민운동의 신화 제정구를 언급하며 기사를 시작하였다. '난쏘공'은 지금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가르쳐지고 있으며, 제정구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일생을 마쳤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70년대와 80년대의 패러다임으로 지금의 주거문제를 바라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주거의 질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며, 다양한 계층에게 다양한 접근방법의 주택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임대주택단지는 50%는 임대주택이고, 50%는 분양주택으로서 사회적 통합(Social mix)을 추구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혐오 대상이 되었던 전례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평형별로 입주자격을 소득군별로 다양화해 다양한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나 역시 우석훈 교수의 지적대로 국민임대주택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 어느 정책을 두고도 정답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서 아웅다웅하면서 사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 정답은 있을 수가 없다.

완벽할 수 없는 정책을 두고 엄밀하게 검증하고 비판을 하는 것은 백번 타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정책의 실제적인 조건을 두고 비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판의 목적은 상실되고, 오직 비판만이 남을 수가 있다.

나는 우석훈 교수의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 혹은 이미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 386 국회의원들에 대해 알 수 없는 적의를 느낀다. 그 적의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오세훈 시장에 대한 과도한 칭찬으로 나타나는 식의 균형감각 상실은 주의해 주었으면 한다.

국민임대주택이 건설사 이익 대변?

우석훈 교수는 재반박의 글에서 여전히 오세훈 시장의 정책이 중요한 흐름의 변화라고 했지만, 매입임대주택은 주공의 시범사업 정도가 아니라 2015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사업 계획에 이미 잡혀 있는 일이었다.

386 국회의원들이 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나 역시 실망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세훈 시장에게 매입임대주택 하나로 갈채를 보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실성 없는 매입 임대 가격 책정' 등과 관련 서울시 주택정책의 문제점은 이미 언론에 보도가 된 바 있다. 설익은 정책에 대한 섣부른 박수만이 존재해서는 곤란하다.

이명박 시장의 강남북 균형 개발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을 같은 관점에서 보는 것은 해석의 자유로서 존중할 작정이다. 그러나 국민임대주택이 건설사가 맡아서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익이 된다고 해서 정책 자체를 건설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으로 폄훼하는 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민간건설사들에게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해 무늬만 임대였던 5년 임대주택을 건설하게 했던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따지면 국가의 모든 정책은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으로 모두 비판할 수 있다.

어쩌다 보니 우석훈 교수에게 반박하는 기사만 연달아 두 번이나 올리게 되었다. 2년 후 국민임대아파트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실수요자로서의 문제제기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 교수의 말대로 국민임대주택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나올 국민임대주택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을 기대해 본다.

태그:#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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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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