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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전 11시30분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를 제안하면서 추후 이 같은 방향으로의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안에 대한 대국민특별담화를 발표한 뒤, 빙그레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나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쓸 때마다 소속이 바뀌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을 때는 '한나라당편'이라는 소리를 듣고,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을 때는 '노빠' 소리를 듣곤 한다.

최근에도 그러했다. <'집권야당'이 왜 국회 단상에 서 있나>, <돌아온 이회창, '차떼기' 책임은 어디로>라는 칼럼을 올렸을 때, '홍위병'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다시 <대통령의 '말', 어디까지 달리나>, <대통령의 개헌카드,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이라는 칼럼을 통해 노 대통령을 비판했을 때, 어김없이 '한나라당 대변인'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2년에도 그러했다. 노무현 후보를 뭐라고 하면 그의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났고, 이회창 후보를 뭐라고 하면 그의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래서 시달리는 나를 보고 "뭐하러 인터넷에 글을 쓰냐"고 묻던 사람마저 있었다.

개헌제안 비판을 그렇게 적대시할 이유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니 인터넷도 뜨거워지고 있고, <오마이뉴스>의 댓글들도 달아오르고 있다. 몇 달 전과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칼럼을 올렸다가 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당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이 정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나의 해석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외면한 정치적 해석으로 공격받아야 했다. 그것이 그렇게도 부당한 문제제기였을까?

노 대통령의 제안 이후 실시된 각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 가까이가 개헌을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하는데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국민여론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오마이뉴스>의 댓글에서는 개헌제안에 대한 비판이 용인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자신이 쓴 글에 대한 공격을 받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민심과 댓글간의 괴리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노 대통령을 아직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그렇게 분노하는 것만큼, 민심과의 괴리 현상을 진지하게 성찰하기를 주문하고 싶다.

나는 그래도 인터넷 공간에서 면역이 되고 단련된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다. 어지간한 비판, 심지어 욕설이 쇄도해도 자기 중심을 쉽게 잃지는 않는다고 믿고 있다. 타당한 비판에 눈감고 둔감해져도 문제이지만, 특정한 층으로부터의 비판에 너무 민감해도 사고의 균형을 잃게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마이뉴스> 칼럼에서 '익명의견 쓰기'를 항상 열어놓는다. 그리고 올라온 모든 의견들을, 심지어 욕설까지도 다 읽곤 한다. 그같은 과정을 통해 하나의 사안을 놓고 얼마나 다른 생각과 판단이 가능한지를 파악하곤 한다. 댓글 하나하나에 불쾌해하고 민감해하는 단계는 벗어난 셈이다.

노 대통령을 비판할 때 겪어야 하는 수난

내가 정작 아쉬워하는 것은 2002년 이후 5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인터넷에서의 '편가르기 문화'가 조금도 변화되지 못한 현실이다. 가치와 사고의 차이가 인정되지 못하는 것은 정치판이나 이곳 인터넷 공간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니 용인하지 못하는 문화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비단 나의 경우만은 아닌 듯하다. <오마이뉴스>에서 손석춘의 글에 대한 반응이 그러하고, 김종배의 글에 대한 반응이 그러하다. 노 대통령을 건드리는 경우, 영락없이 호된 공격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됨을 지켜볼 수 있었다.

평소에 진보 혹은 개혁적인 성향으로 인식되었던 필자들이기에,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배신감을 안겨주는 글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나는 손석춘의 비판이나 김종배의 전망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생각과 글을 존중한다.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그리고 가져야 하는 다양한 사고와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판단이 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경우가 있다고 해서, 그 자체가 공격받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정확히 말해 노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우리의 글이 재단되어야 한다면, 그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에 대한 찬-반 혹은 비판-옹호가 우리 시대의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그의 존재는 우리 정치사회의 변화를 위한 도구적 역할의 의미를 가졌다.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2002년에는 '노무현 정신'이 시대정신에 접근하려는 현실적 형태로서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의미를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해와 성원을 강요하는 것은 화석화된 도그마일 뿐이다. 사안에 따라 노 대통령을 지지할 일도 있고 비판할 일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노 대통령이 아직도 비판의 성역으로 남겨지기를 요구하는가.

더구나 노 대통령의 행보를 지지하면 진보적이고, 비판하면 수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방식이다. <오마이뉴스>의 몇몇 필자들에게서 종종 노 대통령 비판이 나오곤 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정책을 내놓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상 문제는 진보냐 보수냐를 논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영역에서 발생해왔다. 진보나 개혁성의 기준을 노 대통령 지지여부에서 찾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왜 우리가 여전히 '노무현'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어야 하는지, '노무현'의 굴레에 갇혀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회의 환경은 많이 변화했다. 우리가 앞으로 가려면 '노무현'이라는 화두는 진작에 넘어섰어야 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을 지지하느냐 비판하느냐가 화두가 되고 있는 인터넷 공간의 현실은, 일종의 문화적 지체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다. <오마이뉴스>에서 글을 쓰는 한, 올해도 홍역을 치를 것 같다. 이번에도 수없이 '여당편'이 되었다가 '한나라당편'이 되는 과정을 겪어야 할 운명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사평론가의 숙명이다.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성역없이 시시비비를 가리면 결국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거나 기껏해야 양비론 소리를 듣게 되어있다. 대통령권력, 여당권력, 야당권력, 언론권력, 그 모두가 우리가 감시하고 채찍질해야 할 대상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미리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 나는 결코 대선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수들의 반칙행위가 있으면 고발하고, 관전자들을 위해 좀더 수준있는 경기를 보여주기를 촉구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그 이상을 하려고 욕심을 낸다면, 저마다의 생각을 갖고 관전하던 국민들이 화를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을 사랑하는 열성적 지지자들이 이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미래를 찾아 나아가기를 바란다.

태그:#노무현, #개헌, #비판, #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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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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