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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홍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30일 서울역에서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의 새마을호 승무업무 외주화 방침에 맞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영훈)과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30일 오후 2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철도노조 새마을호 승무업무 외주화와 승무원 해고방침 철회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BRI@새마을호 승무원들은 14일째 서울열차사업소에서 천막농성을 하면서 "철도공사는 승무원이 고객의 안전을 담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승무업무는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라고 강조하며 "사고가 나면 고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고 전적동의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승무원들은 "철도공사는 이미 3월 16일 KTX 관광레저와 위탁협약서를 체결했으나 1년 가까이 비밀에 붙여왔다"며 "철도공사는 위탁방침에 거부하는 승무원들에게 '재계약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해고위협을 계속해 왔다"고 폭로했다.

철도공사가 새마을호 승무원들을 역무계약직으로 보내는 것은 철도공사의 외주화 방침에 반대해 집회를 열거나 깃을 거는 등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며, 아직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역무계약직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이다.

이 날 결의대회에서 이철의 철도노조 미조직·비정규직 특별위원회 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이철 사장은 외주위탁에 반대하는 KTX승무원들을 정리해고해 길거리로 내몰았고, 이어 자회사인 KTX관광레저로의 전적에 동의하지 않는 새마을호 승무원들마저 31일자로 해고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이철 사장과 경영진의 해고방침에 맞서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의사표시"이라며 "승무원들을 하루아침에 소모품처럼 내버리려는 철도공사의 횡포에 맞서 끝까지 저항해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은진 새마을호 승무원 대표는 "철도공사는 일방적으로 전적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재계약 없을 것이라는 일방적 통고했는데, 이는 해고 통보나 다름없다"며 "철도공사는 KTX관광레저에 위탁되면 고객의 안전을 더 이상 책임질 수 없고, 철도공사의 외주위탁을 막고자 하는 마음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노사간 협의가 이뤄져야 함에도 철도공사는 중요한 생존권의 문제인데도 철도공사는 3월 관광레저와 협약을 해놓고 12월이 되어서야 전적동의서 강요를 하고 있다"면서 "전적동의서 백지화 투쟁을 통해 고객을 위해서 다시 새마을호 승무업무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펼치겠다"며 시민들에게 지지와 성원을 호소했다.

결의대회가 끝난 뒤, 새마을호 승무원 6명 및 철도노조 관계자 7명은 '철도공사의 강제외주위탁 및 해고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새마을호 승무원 113명 가운데 현재 25명이 KTX 관광레저 전적에 동의했고, 58명은 역무계약직으로 전적동의서를 작성한 상태이다. 남은 승무원 31명은 지난 17일부터 서울열차사무소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으며 22일부터 투쟁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있고, 24일부터 열차 내에서 방송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다.

승무원들은 단식농성장에서 "철도공사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 사이 전국의 새마을호 승무원 개개인에게 계약만료통보서를 우편발송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개별면담을 통해 KTX관광레저로의 전적에 동의할 것을 강요했다"며 "지난 1일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보호법안이 통과되었는데도 그 법안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철도공사는 외주위탁을 강행하며, 이에 저항하는 승무원들은 회유하고 협박하다 못해 이제는 모조리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들은 "철도공사가 우리들을 일회용 물건처럼, 소모품처럼 내버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면서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횡포에 그대로 짓밟힐 수는 없기에 단식으로 항의를 표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인 부산KTX승무지부 지부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KTX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모든 승무지부 조합원들과 철도노동자들이 함께 뭉쳐 철도공사의 외주화에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했더라면 현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KTX승무원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고, 더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며 힘든 결단을 선택해야 할는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정 지부장은 "300일 넘는 KTX파업투쟁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기에 KTX 승무원들과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함께 연대해 철도공사의 외주화 방침에 전면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철도공사의 2007년도 영업분야 비정규계약직원 운영계획에는 새마을호 열차내 고객서비스 업무 위탁과 관련, 현행 새마을호 열차승무원의 경우 열차승무원으로 재계약을 할 수 없고 12월 31일로 업무가 종료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철도공사의 '영업분야 비정규계약직 운용지침' 개정의 주요내용을 보면 근로계약은 1년으로 하되, 회계연도 도중에 채용할 때에는 당해 회계연도 말일까지로 제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언제든지 외주위탁을 맡긴 자회사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1년 단위로 재계약이 가능하다. 승무원들은 "매년 철도공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며 "철도공사의 해고위협에 떨지 않도록 정규직 직접고용을 통해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는 것이 승무원들 요구하는 핵심이다.

이들은 철도공사의 강제 외주위탁과 해고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성원을 호소했다.

ⓒ 박철홍
또 이들은 서울역 KTX 타는곳과 KTX열차 안에서 승객들에게 전단물을 배부하며 선전전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한 승무원은 "일부 승객들은 철도공사 외주화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고, 승무원들을 격려했다"고 말했다.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한결같이 솔선수범해야 할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승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허울뿐인 외주위탁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한 뒤, 철도공사가 강제외주위탁 및 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 박철홍
이러한 승무원들의 요구에도 철도공사의 계획대로 31일이 지나면 전적동의서 작성을 하지 않은 승무원 31명은 2007년 1월 1일자로 해고된다. 이미 철도공사는 3월 16일 KTX 관광레저와 'KTX 여승무원 및 새마을호 승무원 위탁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KTX여승무원의 외주화에 이어 새마을호 승무원들까지도 외주위탁을 그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이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 전환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반면, 철도공사는 지난 5월 KTX 승무원 400여명을 자회사인 KTX 관광레저에 외주위탁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승무원 280명을 정리해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는 제2의 KTX승무원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박철홍 기자는 현재 코리아월드뉴스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코리아월드뉴스(www.coreaworld.net)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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