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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당원 1천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모여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비대위 해산`과 `창당정신 사수`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비대위가 신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추진할 모양입니다. 정상적인 중앙위원회도 아닌 비상대책위가 그런 결정을 하는 것도 좀 우스운 일입니다만 전당대회를 평일인 2월 14일에 열기로 했다는군요. 가위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는 엿장사 맘이긴 하지만 참 신기한 인물들입니다.

당원공포증은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의 고질병인가?

@BRI@한 번도 상향식 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던 우리의 정치인들에게 어쩌면 기간당원제가 좀 무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사사건건 당원이라면서 잘못을 힐난하고 간섭하는 기간당원들이 많이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창당의 명분이라는 점과 선거 때 도움을 받았던 일도 있기는 하지만 과거 동원되어 선거운동하고 정치인들에게 무조건적 존경을 표하던 당원들에 비하면 대단히 불편한 존재였을 수도 있겠지요?

열린우리당의 당원공포증은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던 시기에는 자신들의 동원당원 만들기에 나름 자신이 있었을 것입니다. 창당 후 첫 전당대회에서 정동영이 압도적 지지로 당의장이 된 것을 보면 당원들과 정치인들이 서로 등을 돌릴 일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 때까지는 당원들도 정치인들을 그리 불신하고 비판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의장이 되고 나서 곧바로 총선국면에 들어가자 상황은 달라집니다. 상향식 공천은 당헌당규에 따른 당연한 일이지만 시간도 모자라고 출마할 인물도 모자랐습니다. 그런 상황론을 가지고 경선없이 대부분의 후보를 당의장이 직접 공천하였습니다. 부분적으로 마찰이 있었지만 서로 극단으로 나가진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민은 여당을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의원당선자들의 모임에서 곧 실용주의를 들고 나왔습니다만 당원들은 그것의 의미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넘어갑니다. 문제는 총선이 끝나고 곧 바로 정치인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분명히 당헌이 있고 당규가 있었지만 정치인들이 기간당원제를 노골적으로 허물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기간당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당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또 다시 6개월 기간당원 규정을 허물고 2개월 경과규정을 도입합니다.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왜 당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황급히 경과규정을 도입했을까요? 기간당원들의 의구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응집력과 참여도가 높은 개혁당 및 노사모 출신 당원들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경과규정 도입을 안한다면 당의장 선거불출마를 선언하겠다는 유시민의 제안도 묵살되었습니다. 결국 경과규정은 도입되고 수십만의 동원당원들이 들어와서 당권파의 승리를 만들었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동원당원들은 대부분 당을 떠나거나 외면하고 있습니다. 당의 지지율은 바닥이고 더이상은 당원을 가입시킬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기간당원제를 없애는 것이 여당의원들의 폭넓은 공감속에 이루어 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기간당원들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중앙위원회가 비대위에게 기간당원제를 포함한 전권을 넘기기로 의결한 순간 모든 승부는 끝난 것입니다. 이제 당원들은 그들에게 큰 장애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포심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의 비대위가 2007년 2월 14일(수요일)에 신당 추진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로 한 것은 바로 기간당원 공포증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혁성향 기간당원들이 직장을 가진 사람들로서 평일에 개최되는 전당대회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노리고 그렇게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를 평일에 한 일은 없었습니다. 너무나 속이 훤히 들러나 보이는 결정이 아닐 수 없죠. 그들의 당원공포증은 치유가 불가능한 수준인 듯 하군요.

중앙위원들의 어리석은 결정은 누가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

당이 어려워서 김근태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출범시켰습니다. 물론 비대위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야 소신껏 당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이 무엇을 해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할 중요한 임무가 비대위에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당을 살리려고 출범한 비대위는 당을 없애는 데 온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창당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발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당의 추진의 비대위의 주된 업무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비대위에 기간당원들의 권한까지 몽땅 넘겨버린 중앙위원들은 이미 별다른 대응책도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모계파 소속의 중앙위원들은 반대했다고 합니다. 다른 모계파는 찬성했지만 책임질 일은 없다는 태도입니다. 그들은 기간당원제만 팔아먹은 것이 아니라 당의 운명을 팔아넘긴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 잘 몰라서 속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런 머리들로 무슨 정치를 한다고 중앙위원이 되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결국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와야 하는 원리를 정반대로 당권은 비대위원으로부터 나오게 만들어버린 중앙위원들은 당장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반성해야 합니다. 한치앞도 못보는 어리석은 눈으로 어떻게 당의 중앙위원에 출마했는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제 모든 권한을 비대위에 넘겨서 당을 뿌리채 흔들어버린 결과에 대하여 중앙위원들은 단식투쟁이라도 해서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비대위원이 당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한 중앙위원들은 늦었지만 몸으로라도 막아야 할 것입니다.

비대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면...

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은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서 출범시킨 비대위라면 당을 살리기 위한 적절한 수순을 밟았어야 합니다. 초보자라도 알 수 있는 수순을 비대위는 전혀 무시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당원공포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만을 경주할 뿐입니다. 그래서는 모두의 공멸을 초래할 뿐입니다. 어느 국민도 다시는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했습니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외면한 이유를 변명도 가감도 없이 받아들여서 반성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비대위의 임무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반성도 참회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국민은 차라리 그 당을 없애버리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참회가 없는 정치세력에게 아무 희망도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게 철저한 반성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개혁한다고 시끄럽게 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개혁도 할 생각이 없었고, 의지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참회했어야 합니다. 창당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창당 시 했던 대국민 약속을 단 한톨도 지키지 못한 자신들의 욕심을 반성했어야 합니다. 물론 말로만 하는 반성이 아니라 진정으로 돌이키는 참회가 있었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곧이어 창당 시 했던 약속들을 구체적으로 실행했어야 합니다. 지역구도에 의존하려는 합당론자들을 출당시키고 철저한 상향식 정치를 다시 시작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본래의 지지세력인 개혁지향적 국민을 우선 든든한 원군으로 확보했어야 합니다. 못했던 개혁입법에도 다시 불을 붙이고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국민에게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진솔하게 물었어야 진실된 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대다수 국민은 열린우리당에 짜증섞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당을 없애버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열린우리당이 포장지를 바꾸서 다시 국민을 속여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비대위원들의 바람일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국민의 신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붙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열린우리당 비대위가 당을 영원한 나락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기간당원 공포증이 열린우리당 소속의원들의 몰락을 유발한 것은 아닐까요?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죽 정치를 못하면 당원들이 그토록 무서울까요? 참 구제불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일날 개혁성향의 대의원들이 모두 직장 가고 나서 슬그머니 전당대회를 열고 신당 추진을 합리화하려는 그 졸렬하고 비겁한 행태에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낄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 인터넷진지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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