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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경찰은 새벽부터 함안 인터체인지를 비롯해 곳곳의 고속도로 입구에서 고속도로 진입차량을 일일이 검문하는 등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 윤성효

한국 농촌은 황폐화되고 있다. 추수가 끝난 농촌은 도무지 풍요로움이 없다.

이미 작년 말 소비량의 8%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한미FTA협상에서 또다시 미국 쌀 수입이 거론되고 있다. 쌀만은 예외로 한다는 한국 측 협상대표의 얘기를 믿는 농민은 없다.

거기다 4대 선결과제로 내 준 쇠고기 수입은 이미 2차례에 걸쳐 들여왔다. 뼛조각이 더덕더덕 붙어있고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한미FTA 5차 협상이 미국의 쇠고기 집산지인 몬태나에서 열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환갑 지나도 '마을 청년회원'이 될 판

@BRI@배추는 그대로 밭에서 얼고 있다. 가끔 트랙터로 갈아엎은 밭도 있다. 조류독감(AI)으로 양계농가는 자식같은 닭이나 오리를 땅에 묻어야 한다. 농가 빚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만 간다.

60살까지 가입한다는 마을 청년회가 회원의 연령을 더 늘려야 할 판이다. 명절 외에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된 마을도 늘어난다. 농촌총각의 3분의 1은 외국인과 결혼할 정도다. 한 때는 농어민 후계자로 농촌지역에서 괜찮은 조건에서 영농을 해 온 한농연 회원들도 이제는 투쟁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11월 22일 한미FTA를 반대하는 민중들의 총궐기는 전국을 뒤덮었다. 민중연대 정광훈 상임의장의 표현대로 '무공해 농민'들이 더 격렬한 투쟁을 벌인 것은 그만큼 농민들의 삶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자본언론들은 농민들의 처절한 절규를 외면하고 시위를 '불법 폭력'으로 왜곡하고 매도하였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은 여론몰이에 편승해 노동자·농민들을 구속하고 체포영장과 소환장을 발부했다. 급기야는 2차 총궐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경찰은 2~3일 전부터 전화를 걸어 농민들이 서울 대회에 가지 못하도록 괴롭혔다. 집 앞에서 밤을 새우며 감시했다. 농민회 간부를 전경 차에 잡아가두고 사무실에 불법 감금했다. 당일엔 서울로 향하는 차량을 탈취하고 톨게이트마다 지키고 서서는 참가자들을 불법 연행했다.심지어 집에 찾아와 노모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를 말하는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집 앞에서 감시, 노모 협박, 차량 탈취에 불법 연행까지

▲ 지난 11월 29일 오전 함안농민회 농민들의 천막 농성장 앞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 윤성효
이는 피고인의 석방이 사회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재판 전에 피고인을 구금하는 예비검속(豫備檢束)에 해당한다. 대부분 피고인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독재국가에서 자행되는 관행이다. 일제식민지배체제나 군사독재정권을 방불케 하는 폭거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를 두고 '경찰계엄'이자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경찰파쇼체제'라 규정했다.

피고인도 피의자도 아닌 농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원천봉쇄한 경찰의 행위는 폭력 그 이상이다. 농민들은 생존의 벼랑에 몰려있다. 그들은 한미FTA가 초래할 파국적 현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설령 그들의 시위가 일정부분 교통방해나 시민불편이 있다 하더라도, 당연히 헌법과 집시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국민의 당연한 저항권이다.

또다시 경찰이 농민들의 행진을 가로막을 것인가? 노모를 찾아가 협박할 것인가? 노무현 정권은 이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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