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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신문지국의 불법 경품 신고자를 대상으로 신고포상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고가 경품을 동원한 판촉이 신문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신고포상제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혹시 신고하면 지국으로부터 협박 등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공동기획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신고포상제를 정확하게 알리고,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언론개혁국민행동이 지난 2004년 6월 14일 개최한 신문시장 불법 경품 무가지 실태 고발 전시회. 지나가던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2005년 11월 29일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나오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만난 그는 조선일보 판촉요원이었습니다. 그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면 집 근처 H플러스 상품권 3만원을 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6개월 동안 신문을 공짜로 넣어 준다고 했습니다.

판촉사원이 던진 '미끼'

처음에는 구독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구슬리면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판촉사원이 계속 쫓아오면서 '미끼'를 던졌습니다. <조선일보>에서 나오는 '맛있는 한자' 만화책도 준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안 본다고 하니까 <헤럴드경제>를 <조선일보>와 같이 계속 넣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럼 볼까?"

전 잘못 알아 듣는 척 하면서 "뭐라고요? 뭐 해주신다고요"라고 되물으며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1주일여 남짓. <조선일보> 무가지 6개월, <헤럴드경제>, 맛있는 한자, 대형마트 상품권 3만원을 모아놓고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12월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습니다. 그간 들어 온 신문도 함께 찍어서 말입니다.

그 뒤 저는 신문시장 신고포상제 덕분에 포상금 205만원을 받았습니다. 로또복권 3등 당첨금정도 되나요? 로또복권 1등 당첨확률이 821만분의 1이라는 것은 아시죠?

제가 좀 '황당한 돈벌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눈팅' 회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언련 홈페이지를 눈팅하던 중에 신문시장 신고포상제가 2005년 4월부터 실행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썼는데 그 좋은 제도를 활용해 돈도 벌고 신고포상제의 존재가치, 취지를 잘 살리는 일이 저 같은 '눈팅' 회원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30만원, 이웃 아주머니는 61만원

▲ <조선일보>를 구독하면 집 근처 H플러스 상품권 3만원을 준다고 했다. 사진은 올초 <조선일보> 한 지국이 경품으로 돌린 백화점 상품권.
남편도 사무실로 찾아온 <조선일보> 판촉사원에게 핸드형 청소기와 무가지 6개월을 받기로 하고 계약서도 잘 썼는데 포상금을 30만원밖에 받지 못했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 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지국에서 독자카드를 없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조선일보>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게 너무 싫어서 이틀 만에 "<조선일보>를 고발하기 위해 본다. 내일부터 신문 넣지 말아라"라고 조선일보 지국에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지국에서는 당연히 남편의 독자카드를 없앴을 것입니다. 남편이 작성한 계약서는 있지만 독자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받은 포상금 액수와 차이가 났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저랑 같은 날 함께 고발한 이웃 아파트의 한 아주머니는 61만원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이 분은 신문판촉사원을 너무 '반갑게' 맞이 하는 바람에 경품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좋은 일하고 돈도 벌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이지요.

매일 아침 배달되는 '증거자료'

저는 신고 뒤에도 공정위가 조사를 마친 뒤 통보를 해올 때까지 조선일보를 잘 모아두었습니다. 신문이라기보다는 증거자료였습니다. 덕분에 아침마다 1면 머리기사를 보며 '뜨악'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받은 포상금은 저희 딸아이 '늦봄 문익환학교' 입학금으로 냈답니다. <조선일보> 덕분에 생긴 장학금으로 제 딸은 문 목사님의 뒤를 이어 통일과 민족을 위해 열심히 싸울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조선일보>여, 정말 고맙다!

덧붙이는 글 | 위의 글은 신고자의 보호를 위해 익명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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