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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창립대회'에서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참가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상임대표 권용목) 창립대회' 참가자들이 연설자의 발언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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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탈환을 꿈꾸는 한국의 뉴라이트 세력이 노동부문에도 깃발을 올렸다.

권용목 전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상임대표로 하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신노련)은 23일 오후 3시 여의도 63빌딩에서 창립식을 열고 "국민의 외면으로 구시대의 노동운동은 막을 내렸다"고 선언하며 ▲노사간 가치관 개혁운동 ▲일터 사랑 실천운동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실천운동 등을 신노동운동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권용목 상임대표는 "노동과 자본이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라는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공식을 폐기할 것"이라며 "21세기의 무한경쟁시대에 서로를 죽이는 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원건 공동대표도 "과거사는 다 지워버리자"며 "계란만 빼먹기 위해 닭잡는 일은 없도록 경제와 노동자를 함께 살찌우는 데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은 격려사에서 "그동안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거칠고 맞서 싸우는 투쟁의 이미지가 강했다"며 "이제 노동자와 경영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창립위원 19명 중 10명이 현대 관련 노조 간부

▲ '뉴라이트 신노동연합(권용목 상임대표) 창립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권용목 상임대표가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깃발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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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상임대표 권용목) 창립대회' 참가자들이 뉴라이트대학생연합 회원들의 판소리 공연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신노련이 현대관련 전직 노조출신들이 중심이 되어 창립했다는 점에서 조직력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신노련이 공개한 창립준비위원의 얼굴을 보면, 19명의 준비위원 중 현대관련 노조(부)위원장을 지낸 인사만 10명에 이른다.

신노련의 핵심인물은 역시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권용목 상임대표다. 권 상임대표는 현대엔진노조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또 이원건 전 현대중공업 6대 노조위원장은 공동대표이자 영남본부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현대중공업 대주주)가 창당한 '국민통합21'의 노동특별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권영목 상임대표는 정책위원으로, 이원건 공동대표는 권역별 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또 정철 신노련 사무처장은 현대하이스코 3·4대 노조위원장, 서중석 영남본부 대외협력국장은 현대자동차노조 초대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 외에도 김영일 전 현대중전기 노조위원장, 김학두 전 현대중장비 노조위원장, 박춘호 전 현대로보트 노조위원장, 이두희 전 현대철탑 노조위원장, 이용우 전 현대 알루미늄공업 노조위원장, 이형건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등이 창립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권용목 상임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만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현대엔진 회장 시절 노조위원장이었던 권 상임대표를 해고한 바 있다. 신노련과 현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오늘처럼 특별한 감회를 가져본 날은 없다"며 "권용목 대표가 기자회견 하는 걸 보고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자신의 감회를 털어놓았다.

▲ 권용목 상임대표가 현대엔진 노조위원장일 때 회장으로 있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권용목 상임대표를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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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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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목 해고시켰던 이명박의 축사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신노련의 출범과 함께 이들의 정치세력화에도 관심거리다. 이러한 관심은 권용목 상임대표가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을 계기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인제→정몽준 후보 지지 전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권 상임대표는 이러한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여기에 정치하러 왔나, 노조 현장을 바꾸러 왔나"라고 참석자들에게 물은 뒤 "우리까지 대선에 휩쓸려 잡탕밥을 만들지 않겠다"며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정치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계진출설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저를 철새라고 욕을 하는데 세 번인가 정치권에 발을 딛었다"며 "한번은 다르지만 두 번은 친구 따라 강남 따라간 철새였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저는 정치할 사람이 아니다. 80년대에는 제 이름이 (정치인들보다) 더 높았다. 당시 국회의원 나오라고 했지만 전 나가지 않았다. 천성이 자유로운데 정치하겠나. 정말 정치는 하지 않겠다. 노동문제에만 전력하겠다. 그것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신노련은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거 참여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축사는 뒷부분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축사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신국환 국민중심당 대표에 한정했다.

▲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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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뉴라이트세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나라당은 신노련에 러브콜을 보냈다. 강재섭 대표는 "오늘은 노동운동이 새롭게 출발하는 위대한 날"이라고 추겨세운 뒤, "여러분을 설득해서 정치활동하자고 온 것 아니다"라면서도 "신노련의 방향이 한나라당과 같아 반갑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강 대표 외에도 이재오·권영세 최고위원과 전재희 정책위의장, 이계경 대외협력위원장, 이주호 제5정조위원장, 나경원 대변인,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도 축전을 보냈으며,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용득 위원장을 대신해 축사를 낭독했다.

23개 시군구 조직에 1500여명 회원 참여

한편 신노련는 지난 3월 '1차 동지회' 모임을 시작으로 140여명의 발기인들을 모집한 뒤, 지난 9월 1일과 2일 경주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워크숍을 열었다. 이어 지난 20일 19인의 창립준비위원 모임에서 권용목 창립준비위원장을 상임대표로 추대했다.

권용목 상임대표 외에 이원건(영남본부장)·양재헌(호남본부장)이 공동대표, 주동식 전 한국핵연료 2대 노조위원장이 홍보위원장, 김용민 전 LG화학노조위원장이 영남본부 사무국장, 전교조 회원이었던 한영선씨가 교육기획원장, 김동천씨가 조직위원장, 민경란씨가 영남본부 여성국장을 맡았다.

신노련에는 9월 현재 23개 시군구 150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권용목 상임대표(맨 오른쪽)와 주요간부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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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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