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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열린 19일, 전국민은 잠을 설쳤다. 온 국민의 성원 속에 우리선수들은 정말 잘 싸웠다. 이제 우리 축구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전세계를 상대로 당당하게 축구를 이야기 해도 될 만큼 그 성숙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나가있는 전 해외교민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 필리핀 마닐라 산 안드레스체육관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교민들
ⓒ 김홍련
내가 있는 필리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필리핀 한인사회는 교민이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다. 한인사회는 필리핀 국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의 외국인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응원은 그런 영향력에 더욱 가속도를 가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

프랑스와의 경기가 열리는 새벽 4시(필리핀 시간은 오전3시). 모두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들어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일찌감치 말라테체육관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어두운 골목길은 이미 붉은 색으로 가득했다.

경기시작 휘슬이 울리고 응원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 프랑스의 슈팅이 한국골문을 흔들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으나 이내 응원열기가 되살아났다. 밤잠을 설치고 나온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힘차게 외쳐댔다.

하늘도 감동한 탓일까. 패색이 짙어가든 후반전 막바지의 박지성이 터트린 황금 같은 슈팅이 체육관에 모인 2500명의 몸을 하나로 묶었다. 아니, 10만 필리핀 한인사회를 똘똘 뭉치게 한 기적의 슈팅이었다. 교민들은 그간의 반목도 한인사회의 설움도 성공스토리도 모두 허공으로 집어 던진 채,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하나 되어 체육관을 뒤흔들고 있었다.

▲ 응원전을 펼치러 나온 교민 김순영,권구관,권다솔 씨
ⓒ 김홍련
필리핀에서 5년째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권구관(45)씨는 아내 김순영(43)씨와 아들 다솔(16)군을 데리고 응원을 나왔다며 이번 일들을 계기로 필리핀 한인사회가 더욱 성숙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10만을 하나로 묶은 스포츠, 그건 축구이기에 앞서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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