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이제 댓글은 TV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익숙하게 사용된다>
ⓒ 박희석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댓글문화. 1999년 한 포털 사이트에 댓글 형태의 게시판이 형성된 이후로 현재는 공중파 방송 및 정치권에서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초기에 의견이나 주장을 마음껏 표출하는 공론의 장이었던 공간이 최근에는 각종 언어폭력과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등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면서 댓글 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아졌다.

지난 1월 악플러에 대한 실질적 처벌이 처음으로 이뤄졌던 ‘임수경씨 사건’이후 댓글 문화에 대한 여러 자정 운동과 구조 개편이 이뤄졌는데 얼마 전에 보도된 네이버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올 4월 전면적으로 뉴스 댓글 개편을 감행했던 네이버는 개편 한 달만에 악성 댓글이 절반 가량 줄어들고 1인당 평균 댓글 수는 4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소수 네티즌이 일방적 댓글로 여론을 몰아갔던 부정적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현상 못지 않게 인터넷 특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개선안도 없지 않아 이에 대한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 제시가 필요한 때이다.

댓글에는 소위 ‘통신언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댓글에 흔히 달리는 세줄 요약, 고고씽 등의 개념이 생소하다면 ‘네이버 지식in'에 물어보시라. 그럼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줄 댓글로 친절한 설명이 올라올 것이다.

댓글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수용자들이 주체로 등장하면서 시민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정책 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기존 특정 세력의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건전한 비판과 공유의식이 새로운 정보를 재창출해냈고, 정당한 권익 보호에 대한 역감시 수단으로 댓글이 사용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신생아 학대 사진이나 부실 파문 도시락 사건 등은 사진 및 기사가 게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며 결국 닷새만에 관계 부처의 처벌규정 개선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또 지난 ‘3.1절 태극기 몹’의 경우 인터넷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참여 여론이 형성되고, 광장에 모여 3.1운동의 모습을 재현하는 등 이전의 ‘강요된 동원문화’와는 다른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악플 100% 삭제는 불가능... 악플이 여론을 호도하기도

▲ <개똥녀 사건 이후 달린 ‘D' 사이트의 악성댓글들>
ⓒ 박희석
그럼에도 많은 네티즌들은 한두 번쯤 ‘악플’에 의한 심적인 상처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단백질 인형’ 논란으로 방송에 출현했던 평범한 고3 학생 이지현양의 경우 출연 직후 홈피 실물과 다르다며 욕부터 달리는 악성 댓글에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런 악성 댓글에 대해 동아닷컴의 이덕영 대리는 “악플을 100%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댓글의 형성과 삭제는 바이러스와 백신의 관계”라고 말했다. 즉 악플의 형성은 바이러스처럼 불규칙적 다수에 의해 무차별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막는 금칙어 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뒷통수를 치는 변칙적 욕설들이 매일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동아닷컴 게시판에 설정되는 금칙어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보통 게시판에서 악플이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곳은 기사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 네티즌을 'citizen'이 아닌 ‘nation'으로 해석할 정도로 댓글에서는 맹목적 애국주의적인 글이 눈에 많이 띈다.

이덕영 대리도 “부시나 고이즈미에 대한 비판은 다수의 여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욕설은 참아주는 편”이라며 민족적 정서에 대한 수위 조절은 인정했지만 지나친 애국주의에서 나오는 타 국가에 대한 폄훼성 댓글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악성 댓글의 내용이나 달리는 개수보다는 임수경씨 사건처럼 명백하게 일정 수준을 넘어서 개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히 처벌되어야 할 ‘악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정의구현에서 나오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도 악플의 전형적 형성공간이다. 서울대 ‘철사마’ 사건이나 ‘개똥녀’ 사건의 경우 죄목은 경범죄 수준이었지만 당사자에 대한 정보공개나 인식공격의 수준은 세계토픽에 오를 정도로 정도가 넘어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독 사회적 지도층에 대한 도덕심 잣대가 높은 우리 나라이지만 개인에 대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낮은 인식도 점차 개선해야 할 점이다.

마지막으로 신문 기사에도 보도가 됐듯이 댓글 작성자의 76.7%가 남성으로 밝혀졌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유독 반 페미니스트나 마초 성향의 악플들도 흔하게 발견된다.

이렇듯 그동안 댓글 공간은 활발한 상호작용에 의한 건설적 담론 공간으로 주목받은 측면도 있지만 진지한 의견교환보다는 자극적인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무분별한 폭로성 글들이 사실 확인의 과정 없이 난무하면서 오히려 여론을 호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실명제.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나?

▲ 임수경씨 기사에 달렸던 조선일보의 악플들. 모두 실명으로 남긴 댓글이다.
ⓒ 박희석
인터넷 공간에 대한 해결책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입법 예정을 밝힌 ‘인터넷 실명제 법안’처럼 실명제 개념을 기초로 한 제도적 규제는 오히려 현상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라는 비판의견이 만만치 않다.

실명제가 자신의 실명과 정체를 분명히 노출하여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게 한다는 개념으로 법안에서는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으로 악플러들의 처벌이 선고되고 실명제 논란이 수위로 표출된 임수경씨 기사의 경우 각 신문사 사이트를 통해 수만 명이 실명으로 악성 리플들을 달았었다. 또 현재 젊은 층이 대다수 이용하는 미니홈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강원래씨 미니홈피의 경우 실명으로 남기는 방명록임에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써놓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사)사이버 문화연구소 민경배 이사장은 “인터넷 공간의 문제점으로 간주하는 익명성은 오히려 현 상황의 본질적 핵심을 빗겨간 것”이라며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 표출되는 문제점은 비대면성이라는 특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본래 익명성이 ‘나를 감추는 속성’이라면 비대면성은 ‘타인을 인격체로 인식하지 못하는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감추며 타인에 대한 인식 없이 자신의 욕구만을 배출하는 비대면적 공간에서 단순히 실명 공개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은 인터넷 구조 자체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것이다.

악플들이 생겨나게 된 구조적 원인으로 현재의 방명록형 댓글 구조에 대한 비판도 있다. 초기 제목과 내용이 분리된 게시판 형 댓글 형태에서 손쉽게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타내어 다양한 여론을 이끌어내겠다고 만들었던 형태가 현재의 방명록형 댓글 구조다.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네티즌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댓글이 노출되지만 200자 이내로 글자 수가 제한이 되면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충분히 드러내기 힘든 문제가 있다.

또한 이런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글쓰기는 단답형적이고 직설적인 댓글 형태가 되기 싶다. 때문에 댓글을 읽는 네티즌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아무렇게나 뱉어놓고 간 앞선 사람의 비난 속에서 논리적이고 의미 있는 의견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어졌다. 결론적으로 여론이 일방향으로 몰아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를 언론에서는 ‘네티즌 전체의 인견인 양’보도하는 오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네티즌 전체가 악플러? 트랙백, 해보셨어요

▲ <네이버의 댓글 개편 안내문, 하루 10개 덧글은 어떤 의미인가? >
ⓒ 박희석

지난 4월 댓글 구조를 전면 개편한 네이버의 사례는 충분히 주목받는 일이다. 우선 무분별하게 노출됐던 댓글 공간이 일부 공개로 바뀌면서 자연적으로 내용이 없거나 무분별한 악플들은 노출 빈도가 저하되었다. 그리고 합리적 의견 교환을 이끌어 내기 위한 댓글 추천제도 결과적으로 작성자 수를 늘이는 현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일인당 댓글 수를 10개로 제한하는 댓글 총량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민경배 이사장도 “댓글 총량제는 네티즌 전체를 잠재적 악플러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댓글 총량제가 소수 악플러들을 막기보다는 인터넷 공간 자체의 활발한 토론문화를 저해하고 자율성을 침해하는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댓글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트랙백의 개념이다. 이미 네이버, 야후, 엠파스 등 대부분의 포털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트랙백은 기존 댓글 구조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댓글은 해당 게시물 밑에만 남겨지지만 트랙백은 해당 게시물과 자신의 블로그 및 홈페이지가 연동되어 원격적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이런 트랙백의 가장 큰 효과는 분산의 효과다. 기존 댓글은 긴 글을 작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태그 사용이 제한되어 텍스트 위주로만 이뤄져 시각적 효과가 부족했다. 또 자신의 댓글에 대한 추후 반응을 얻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트랙백으로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기존 포털에서 계속 제기돼왔던 ‘포털의 폐쇄성과 독점화’에 대한 해결도 이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개념이다.

이에 대해 민경배 이사장도 “자기 집에 침을 뱉거나 욕설을 써 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트랙백을 통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 공간이 상당부분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리고 이런 트랙백은 최근 싸이월드나 블로그 등 인터넷 매체의 개인화 경향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네거티브 no! 포지티브 yes!

처벌 위주와 윤리의식 고취를 통한 해결책은 한계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2002년 발의된‘음란물에 대한 청소년 보호 정책’도 법안이 발효되었을 때는 대부분 서버가 해외로 옮겨지거나 모바일로 옮겨져 별다른 실효성을 내지 못한 전례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익명성에 대한 실명제 도입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은 결코 인터넷의 비대면적 속성을 해소할 수 없는 해결책이다. 익명성을 이유로 억압된 개인의 생각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네티즌들의 이런 행동은 반드시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 위에서 파생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정책 입안자들 보다 “몇 개월간의 제도 실험 결과 악플을 없애는 것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보상과 불이익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최선임을 확인했다"는 모 포털 뉴스 관리자의 발언이 오히려 댓글 문제의 현실적 해결 방안을 드러내 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구조적으로 악플을 만들어 내는 공간에 대한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고 네티즌들의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의 대안도 절절하게 병행되어 비방보다는 격려가 있는 ‘착플’에 대한 가능성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