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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교수의 고별강연. 나무 숲 바람이라고 쓰인 칠판이 눈에 띈다.
ⓒ 유다연


신영복(65)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정년을 맞아 8일 고별 수업을 가졌다.

'신영복과 함께 읽기'라는 이름의 강좌는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세 시간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그러나 이날 수업은 고별 수업의 하나로 오전 9시부터 50분간은 정규수업, 오전 10시부터 50분간은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공개강좌로 진행됐다.

신 교수의 고별 수업인 만큼 이날 강의에는 각종 언론매체의 취재진을 비롯해 학생들은 물론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교수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또 신 교수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 교수의 한 지인은 "신 교수가 전주교도소에 있었을 당시 함께 있었다"며 신 교수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신 교수와의 첫 대면에서 "10개월 징역으로 들어왔노라" 말을 했더니 신 교수가 "10개월이면 내가 감옥에서 소변보는 시간도 안된다"고 화답했다는 이야기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고별강연 중인 신영복 교수
ⓒ 유다연
이날 '마지막 수업'의 첫 주제는 '죽순의 시작'이었다. 강의의 화두는 죽순과도 같은 짧은 '마디'를 만들어야 나중에 큰 키를 키우게 된다는 것. 마디는 '뿌리'로부터 오며 그러한 뿌리들이 모여 큰 '숲'을 이루는 것이라 했다. 즉 우리사회의 역량, 잠재적 가능성을 꾸준히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한 학생이 "그럼 선생님의 뿌리는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신 교수는 "나의 뿌리는 유년기를 통틀어 만났던 많은 사람들, 세월들이며, 나아가서 우리사회의 뿌리는 과거"라 답했다. 덧붙여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고 말하면서 신 교수는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별수업의 마지막 주제는 '희망의 언어-다시 되새겨 보는 석과불식(碩菓不食)'이었다.

신 교수는 "단 하나 남은 과실 '석과'는 사라지는 법이 없다"며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읽어내는 독법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앞 강의와 연관지어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문제는 '나무가 숲이 되는 방법'"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까지(from Head to Heart)'이고, 인간적인 애정 속에서 진정한 담론과 사상이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신 교수는 "절망의 상황을 희망으로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은 현 시대의 한복판에서 여러 선생들, 학생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면서 강연을 끝마쳤다.

ⓒ 유다연
▲ 강의 후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신영복 교수.
ⓒ 유다연


어깨동무체 글자를 볼때마다 생각이 나겠지요
마지막 수업 함께한 제자들의 편지

지난 한 학기동안 '신영복과 함께읽기'를 수강했던 제자들은 고별 강연이 끝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러나 아쉬움 가득한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다. '신영복과 함께 읽었던'학생들이 떠나는 신 교수에게 편지를 썼다.

▲ '신영복과 함께읽기'수업 교재
ⓒ 유다연
졸업 전에 기필코 선생님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각오로 수강신청에 성공했던 날의 그 소소한 기쁨이 기억납니다. 어느덧 한 학기가 흘러 오늘 이렇게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을 듣게 됩니다. 지나간 당신의 세월을 어찌 알고 또 가늠하겠냐마는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을 함께 한 학생이라는 것이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표면적인 것만 보던 저희 학생들의 단순한 시선에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인간이 우선이다 따뜻하게 관조해라 그리고 현상의 구조를 들여다 보라시던 말씀들... 앞으로 선생님의 글들을 읽을 때 마다, 어깨동무체를 발견할 때 마다, 소주를 들이킬 때 마다 선생님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면 제 마음에 잔잔한 호수가 밀려올테지요.
- 신방 02 유다연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함께 읽는 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데 학교를 떠나신다니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평생 마음 속에 남아 그 파장이 영원할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리며 부디 건강하세요.
- 신방 02 조미숙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이유나(왼쪽)와 조미숙 학우
ⓒ 유다연
저에겐 참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듣는 설레임의 시간,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들을 듣는 즐거움의 시간 그리고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 반성하는 가슴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강의실에서 직접 말씀을 듣는 건 마지막이지만, 전 마지막 강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삶 속에서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많은 이야기를 늘 기억하고 행하도록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지표를 보여주신 선생님,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신방 02 이유나

선생님, '아픔을 나누는 삶'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에게 익숙하고 낯익은 길보다 다소 따갑고 낯선 길을 걸어가며 '사랑'을 알고 배우는 시간을 주심에 대해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강의'는 계속될 것입니다.
-신방 01 김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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