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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아뉴스>의 연재기사 '이제 한미동맹의 득실을 따지자'의 9번째 글인 구해우씨의 '북중 밀착, 한미FTA로 대응하자'를 관심 있게 읽었다. 글의 주제가 오늘날 동북아시아 정세의 핵심사안을 다루고 있는 데다가 흐름이 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으로는 글 전반에 스며있는 동북아 정세와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이 실제 현실과 맞지 않고 그러다보니 현 정세와 한미 FTA에 대한 입장도 우리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해우씨가 전개한 이론은 우리 국민들에 많은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 이에 필자는 구해우씨 글에 대해 다음의 문제를 제기한다.


북·중 경제협력, 종속 아닌 상호 평등한 협력

구해우씨는 동북아 정세의 핵심을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보고 있다. 중국이 북-중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을 종속하려 들자 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 증대를 경계하는 미국이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차단할 목적으로 한미 FTA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구해우씨의 주장이다. 그는 나아가 한국은 한미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 기대어 일본, 중국과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므로 FTA도 무턱대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심사숙고하여 국가적 이익이 되는 한미FTA를 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구해우씨의 글은 동북아시아의 현재 상황, 북-미관계의 변화 원인과 중국의 대외정책을 제대로 설명 못하고 있다. 구씨의 견해와 달리 중·미간 대결이 아닌 북·미 간 대결이 동북아 정세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6자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미국의 위조지폐, 인권, 위조담배 등의 문제제기는 그 실례이다. 미국은 자기주장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행정부 고위관리들을 총동원하여 북한 흠집 내기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한미연합사령부는 3월25일부터 31일까지 한반도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였다.

연례훈련이라는 미국측 발표와는 달리 이번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상륙과 도하, 종심타격 등 전형적인 공격훈련인 독수리 훈련(FE)에,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신속히 투입시키는 한미연합전시증원훈련(RSOI)이 합쳐진 실전연습이었다. 미군으로써는 한반도에서 전개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무력을 이번 군사훈련에 총망라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움직임을 종합하면 미국의 대북공세는 긴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압박은 현재 '총체화' 되고 있는 국면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미국은 구해우씨 주장처럼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 발목 잡혀서 북한문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문제에 발목이 잡혀서 이라크와 이란문제에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한반도정세서 중국 아닌 북한 역할이 주도적

그렇기에 북·중간 경제협력도 구해우씨 주장처럼 미국이 미처 한반도에 관심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 중국이 북한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행한 노력의 결과라고는 볼 수 없다.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오히려 북-중 경제협력은 중국 패권주의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미국의 대북전쟁도발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외교적으로도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북·중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세력은 중국이 아닌 북한이며 그것도 미국이 한반도에 관심을 갖지 못한 틈을 타서 몰래 열어놓은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에서 미국에 맞서 일정하게 미국을 제압한 성과에 기초하여 추진하는 정당한 사업이다.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에서만큼은 중국이 아니라 북한의 역할이 주도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럼에도 구해우씨는 북·중 경제협력의 주체를 북한이 아닌 중국으로 한정시킨 나머지 경제협력이 강화되면 북한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구해우씨는 동북아시아 정세를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가 충돌하고 그 안에서 미국은 한국을, 중국은 북한을 선취하려 한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북한의 경제규모보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더 크다는 하나의 현상에 다양한 정세의 모습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일 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북·중 경제협력의 내용을 보더라도 북한의 경제가 중국에 종속된다는 예측은 비약이다. 340억 원 규모의 대안친선유리공장은 중국의 현물투자 성격이 짙다. 구해우씨는 무산철광의 개발권 관련, 50년 독점개발권에 대한 비용이 5000만 달러로써 우리 돈 5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철광 개발에 전기 및 기계설비, 기술 등을 제공하게 되는 중국의 관련 지출은 지린성 퉁화에서 무산에 이르는 철도, 도로 건설에 20억 위안을 투입하는 등 모두 70억 위안, 다시 말해 우리 돈으로 9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04년 북한 전체 교역액의 30%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이러한 견해로 볼 때 철광광산의 계약이 무조건 북한에 불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 동북아 패권 놓고 미국과 격돌할 가능성 낮아

더불어 과연 중국은 현재 동북아에서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걸까? 물론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종국적으로 미국의 주된 경쟁상대는 중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의 미국경제를 따라잡을 유일한 경쟁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10년~20년 이후의 중장기적 전망이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무섭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중국이 이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동북아 패권주의를 내세우며 정치군사적 부문에서도 미국과 주되게 대립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이 일정하게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 패권주의와 같은 급에 놓는 것은 정세인식의 커다란 오류다.

지난 후진타오와 부시의 회견에서도 보여지 듯 이들 두 나라는 적어도 표면적으로 대립보다는 협력과 교류를 추구하고 있다. 실제 경제구조에 있어서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의 가입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국내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공산품 수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성장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격돌할 가능성은 낮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격돌할 것이라는 견해는 미국이 퍼뜨린 것이다. 미국은 4개년 국방태세검토보고서(QDR)에서 중국의 부상과 위협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위협한다는 이러한 시각은 미사일 방어계획을 완료하고 동북아 방면 미군을 신속기동군화하여 재배치하려는 미국이 자기 정치적 명분을 위해 억지로 꾸며낸 개념이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미래적 개념이다. 구해우씨는 이 같은 미국의 논리를 무분별하게 도용한 나머지 중국의 위협을 현실적 위협으로 둔갑시키고, 나아가 북·중 경제협력을 경제종속으로 둔갑시켰는데 이는 정세인식 상의 치명적 오류처럼 보인다.

향후 장기적인 전망에서 중국과 미국이 국제사회의 패권을 앞두고 격돌한다 하더라도 그 지역은 북한이 아닌 대만이다. 대만은 중국의 통일정책에 밀려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국가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미국의 군사원조에 기초해 아직까지 중국에 대항해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다면 그것은 대만이 될 것이고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면 그것 역시 대만과의 통일문제가 되어야 한다. 대만에 대한 군사지원을 추진하는 미국의 태도나 대만 근해에 무력을 집중하는 중국의 태도를 볼 때 이러한 해석은 더욱 설득력 있다.

과학적 근거 토대로 동북아 정세 살펴야

구해우씨와 같이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바라보고 북미 경제협력을 종속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미국과 중국이 강대국이며 경제규모가 크고 국제사회의 위상이 높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본 나머지 정세의 변화를 이들 큰 나라들의 행보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세계는 꼭 강대국들의 의도대로만 진행되지 않았다. 세계 초강대국이라 자부하던 미국도 베트남에서는 결국 패배하여 물러났으며 승리를 장담하고 침공한 이라크에서의 전황도 현재 그리 밝은 상황이 아니다. 한반도를 보더라도 미국의 정권은 여러 차례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북한의 정권은 공고하다.

오늘날 동북아 정세를 판단함에 있어서 구해우씨와 같이 강대국 중심에 매몰되면 안 된다. 폭넓은 시각에서 정세의 변화를 살피고자 한다면 단연 북·미 관계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는 지난 6자 회담의 구성과 진행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 중국은 6자 회담에서도 의장국의 역할을 맡았을 뿐 회담전체를 좌우한 것은 북미간의 접촉이었으며 이는 6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동북아 정세가 중·미간 대립이 중심이라면 동북아 핵심사안인 6자 회담에서도 중국과 미국의 목소리가 제일 컸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동북아시아 정세를 결정하는 중심 변수는 바로 북·미 대결구도이다.

최근의 북·중 경제협력도 미국의 대북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북한의 주동적 조치이다. 작년 9월, 6자 공동성명으로 북핵문제에 대해 일정하게 양보한 미국이 북한을 새롭게 압박하려고 들고 나온 것이 인권, 위조지폐 등의 문제이다. 북한 역시 그러한 미국에 맞서 새롭게 들고 나온 것이 바로 경제활성화 조치이며 남북경제협력의 강화, 그리고 북·중 경제협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중 경제협력은 북한의 대미경제자립의 카드이지 대중국 경제의존 심화로 볼 수 없다.

한·미 FTA, 한국이 미국에 종속되는 경제예속

구해우씨는 나아가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는 마당에 한국은 FTA로 미국과 관계를 잘 이용하여 중국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경제행보는 중국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견인하는 대등한 협력관계인 바 한국 역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구태여 미국을 끌어올 필요가 없다. 이것이야말로 이를 계기로 한반도 영향력을 높이려는 미국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한·미 FTA는 북·중 경제협력과 비교해 보더라도 훨씬 더 해외 의존적이고 대미예속적이며 경제주권 침해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미 FTA는 무역시장의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무역을 떠나 금융, 의료, 교육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영역에 걸쳐 미국과 무역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전 영역에서 제한 없는 자유화, 이것은 경제규모가 미국보다 작은 한국에게는 그대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하겠지만 이들도 미국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관계로 종국적으로 한국경제의 미국의 하청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한·미 FTA는 협상체결 기한이 내년 상반기로 너무나 촉박하다. 한-칠레 FTA협정에서만도 3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한국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의 FTA협정을 1년 만에 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한·미 FTA는 그 기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지금껏 한국이 미국과 체결해 온 대부분의 조약이 그러하듯이 한미 FTA도 아직은 그 실효기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 마디로 영원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 전제는 패권 의존 아닌 민족역량 강화

구해우씨는 한국정부의 현명한 협상에 기초한 FTA 체결을 요구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애당초 현명한 협상의 길은 막혀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의 한·미 FTA를 두고 한·미 경제 예속이라는 표현이 심상치 않게 나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구해우씨의 북한경제 종속설과 한미 FTA의 독려 주장은 국제정세의 근거도 없으며 FTA협상의 구조상으로도 불가능한 주장이다. 구해우 시의 주장대로 FTA를 체결했다가는 한국만 미국에 더욱 예속화되어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식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는 외세의 개입이 물러갈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긴밀한 한미 관계에 기초하여 중국, 일본을 견제하자는 구해우씨의 주장은 지난 구한말 실패로 입증되었다. 구한말의 조선왕조는 일본의 힘을 빌려 청나라와 러시아를 견제하려 하였지만 오히려 일본에 먹히고 말았다.

자기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정세도 역시 그러하다. 우리민족이 민족적 차원에서 남북이 보조를 맞추어 국제위상을 높이고 민족경제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것을 통해 우리민족의 힘을 키우지 않는다면 구한말의 비극적 역사는 되풀이될 지도 모른다.

힘이 없는 외교는 외세에 먹히고 만다. 이것은 역사적 진리이다. 구해우씨는 한-미 관계를 이용하여 대중국, 대일본 외교를 해결한다는 이론을 퍼뜨리고 있는데 이러한 견해는 이조시대에 통할 법한 망국적, 사대주의적 발상으로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고 하겠다.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의 자립적 힘이다. 미국도 동북아에서 자기 패권을 꿈꾸는 하나의 강대국에 불과한 현실에서 우리 민족만 미국에 대해 환상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민족은 언제까지나 동북아시아의 상호존중과 공동의 협력을 줄기차게 주장하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최한욱 기자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워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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