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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과 함께 한 홍콩에서 9박 10일. 더 이상 가슴에 묻어둘 수 없다. 눈물과 웃음이, 투쟁과 놀이가, 세계 민중들과 어깨 걸고 진행된 홍콩의 생생한 기록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 홍콩 경찰이 웃으며 한국 농민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 오도엽

▲ 트럭 기사가 한국 농민을 보고 두 손을 창 밖으로 내밀며 지지를 나타낸다.
ⓒ 오도엽
12월 14일 홍콩 거리로 나서자 어제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연일 한국농민을 폭도라 선전하던 홍콩 언론도 13일 농민들의 평화 투쟁 모습을 보고서는 더 이상 '폭력'만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목숨을 걸고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들고, 홍콩 경찰의 곤봉과 최루액을 맞으면서도 맨 몸으로 방패를 향해 나가는 한국 민중 투쟁단의 모습에 차츰 홍콩 언론도 바뀌기 시작했다. 폭력은 한국 농민이 아닌 홍콩 경찰이 행사한 것을 확인한 거다.

맨 처음 반응은 택시 기사였다. 집회장인 빅토리아 공원 앞에서 버스를 내려 행진을 시작하니 빵빵 경보기를 울리며 손을 흔든다. 뒤이어 화물차 기사가 달리는 차 속에서 양 손을 창문 앞으로 내밀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한국 인사말을 배워, '안녕하십니까'하며 먼저 웃음을 건네며 길을 안내한다. 기자들도 적극적으로 한국 농민을 맞이한다. 어제와는 달리 언제 경찰과 충돌할 건지를 찾기보다는 한국 농민이 왜 이곳에 왔는지 질문을 한다.

▲ 홍콩 대학생이 한국 농민을 찾아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광경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 오도엽
거리에서 만난 홍콩 시민들도 경계의 눈초리보다는 지지의 손짓을 보낸다. 집회장에도 홍콩 시민들이 모여들어 한국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홍콩도 상위 2만 가구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50%를 차지하고, 하위 2만 가구의 소득은 4.3%에 불과하다. 최근 늘어나는 실업율과 커지는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한다.

WTO체제가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닌 'SHOPPING PARADIES' 홍콩의 문제임을 깨달아 가는 거다. 홍콩 시민의 지지를 '한류 열풍'이라는 유행으로 덮으려는 일부 언론의 시각은 잘못이다. 홍콩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홍콩 시민의 가슴에 숨죽였던 분노의 폭발로 봐야 할 것이다.

▲ 전여농 소속 풍물패에 맞춰 외국 참가가단이 춤을 춘다.
ⓒ 오도엽
오후 2시에 시작한 '세계민중결의대회'는 다시 한 번 WTO가 일국의 문제, 개도국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민중의 문제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일본 참가단은 "고이즈미 내각은 신자유주의, 군사주의를 추구하며, 여러 국가와 자매 협정을 체결해 자본을 투자하려 한다. 또 해외 전쟁을 일으키려고 평화협정을 개정하려고 하며, 이를 일본의 자본이 지원하고 있다"고 고발하였다.

이 날은 거리 행진 대신 한국 참가단 주최로 숙소인 우카샤 캠프에서 '비아캄페시나 단결과 친화의 밤'을 열었다. 각 나라 참가단을 초청하여, 한국 참가단의 장기를 보여주고, 세계 민중들과 화합을 다지는 자리였다.

▲ 한총련 대학생은 통역과 지친 농민들에게 힘을 주는 활력소 역할을 했다.
ⓒ 오도엽
일부 언론에선 한총련이 참여해 농민들의 싸움을 폭력으로 이끈다고 한다. 하지만 9박 10일 동안 한총련 대학생들이 보여 준 홍콩에서 활동은 헌신적 봉사였다. 통역을 맡아 농민들의 이국 생활에 도움을 주었다. 또 농민들이 지치고 힘들면 여지없이 앞에 나와 율동과 노래로 피로를 달래주었다.

▲ 풍물 장단에 맞춰 강강술래를 한다.
ⓒ 오도엽

▲ 한국 숙소에 모여 전 세계 민중들이 어깨동무를 했다.
ⓒ 오도엽
또 집회 때마다 사랑을 독차지 한 것은 전국여성노동자총연합 소속 노래패와 율동패다. 집회 때마다 앞에 나와 딱딱하기 쉬운 집회를 흥겹게 만들고,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 태국의 공동체 놀이를 선보이자 한국 농민들이 함께 한다.
ⓒ 오도엽

▲ 한국 농민들과 닭싸움을 한다.
ⓒ 오도엽

▲ 북을 치는 외국 참가단
ⓒ 오도엽
우카샤 캠프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참가단은 도시락을 나눠 먹고, 술을 나눠 먹고, 각 나라의 노래를 부르고, 닭싸움도 하고, 풍물에 맞춰 강강술래를 하며 친목을 다지는 밤을 보냈다. 말과 피부 빛깔은 달라도 흥겨운 장단에 한 몸짓이 되어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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