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안민석,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이 내놓은 '축구협회' 의혹 관련 자료집 중 FC네트워크-협회 유착 관련 내용.
ⓒ 안민석 의원실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와 협회 스폰서십 대행사 FC네트워크와의 유착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채수삼 <서울신문> 사장이 이 회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채 사장은 최근 자사 기자를 동원, FC네트워크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려고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FC네트워크는 대한축구협회 스폰서 대행사로 최근 국정감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협회와의 '검은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계열 광고대행사였던 옛 금강기획 스포츠사업부 직원 중심으로 지난 2000년 11월 출범했다. FC네트워크의 연간 100억원대 매출 가운데 80% 가량이 축구협회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축구협회 대부분의 스폰서를 대행하는 FC네트워크 등기이사에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등재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축구협회 노흥섭 전무와 김정만 사업국장은 FC네트워크 창립 때부터 2003년 3월 28일, 2002년 9월 16일까지 각각 감사와 이사로 재직했다. 노 전무는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FC네트워크 주식 1천주를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축구협회 고위간부의 FC네트워크 임원 겸직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업무상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FC네트워크의 설립배경이나 이 회사를 스폰서 대행사로 선정한 절차, 근거가 (어떤 자료에도) 나와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중연 축구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협회 간부가 대행사 이사로 등재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FC네트워크 황모 사장 역시 국감 준비과정에서 안 의원측에 "설립 초창기 남광우 전 축구협회 전무나 김정만 이사의 행정적 도움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주주로서 일정 이득을 챙기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 기자 "채 사장 소개로 FC네트워크 사장 만났더니..."

▲ 서울신문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런 가운데 채수삼 <서울신문> 사장 소유의 광고대행사 (주)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가 FC네트워크의 최대주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채 사장은 축구협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편집국 기자를 동원, FC네트워크의 '민원'을 처리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FC네트워크는 2004년 말 기준으로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가 지분의 30%를, 임모씨(전 축구협회 홍보위원장) 20%, 이모씨 10%, 황모 FC네트워크 사장 9.27%, FC네트워크 7.57% 등의 순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채 사장은 지난 96년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를 창업,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지난 2003년 7월 <서울신문> 사장 부임 이후부터는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 68년 현대건설 사원으로 출발한 채 사장은 현대중공업 상무·현대건설 부사장·금강기획 사장 등을 지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채 사장은 FC네트워크 황 사장을 축구협회 국정감사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26일 체육부 기자에게 소개해 관련 기사를 축소시키려 했다는 것.

서울신문의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채 사장으로부터 지난달 26일 '전에 있던 회사(금강기획) 후배가 축구협회 국정감사와 관련해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하니 얘기를 들어주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장과 통화 직후 FC네트워크 황 사장이 편집국으로 찾아와 '안민석·이광철 의원실 쪽이 국감장에서 우리 회사를 거론할 것으로 보이니 이름이 안 나오게 해달라'고 말했다"며 "영문을 모른 채 일단 '알아보겠다'고 답한 뒤 돌려보냈으나 다음날 국감장에서 채 사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채수삼 사장 "FC네트워크 가본 적도 없다"

반면 황 사장은 "채 사장은 우리 회사에 관여도 별로 안 하는데 마침 서울신문사 앞을 지날 일이 있어서 들른 것"이라며 "(채 사장이 A 기자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은 아니다'고 말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은 했으나 기사가 나오면 안된다거나 빼달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황 사장은 또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고 의원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상황파악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부인했지만, A 기자는 "의원실 상황을 파악하려 한다는 말도 했지만 기사에 FC네트워크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결국 A 기자는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FC네트워크 유착의혹 관련 내용을 기사화했으나 서울신문 지면에는 실리지 못했다. 서울신문 체육부장은 "종합면에 넣었는데 기사가 넘쳐 빠졌다, 편집기자가 경중을 판단해 일어난 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채 사장은 "황 사장에게 기자를 소개해 줬으나 내가 왜 그 회사(FC네트워크)에 지분을 투자했는지 등은 황 사장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라며 "그 회사에 가본 적도 없는 데 마치 큰 일인 것마냥 색안경을 쓰고 (기자 소개가) 적절한지 묻는 게 불쾌하다"고 말했다고 <미디어오늘>이 전했다.
2005-10-12 15:12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