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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희 작가
ⓒ 장영권
“평화의 모습을 띤 자신의 얼굴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사람의 얼굴(마스크)을 통해 평화(peace)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색 체험예술인 ‘평화마스크(peace mask)’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재일한국인 예술가인 김명희 작가다. 기자는 9월 30일 저녁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한 평화단체에서 김명희 작가를 만나 그의 예술세계와 평화에 대한 소망을 알아봤다.

“평화마스크는 일반 사람들이 예술작업에 직접 참여하여 자기 자신과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평화의 감수성을 깨닫게 하는 체험예술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 예술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평화마스크는 사람들이 예술작품 창작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평화의 가치를 체험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는 예술입니다.”

김명희 작가는 1949년 서울에서 출생했지만 미국인 남편 로버트 코월책(R. Kowalczyk) 교수(일본 긴끼대학)를 만나 결혼하여 1975년부터 일본에서 거주하며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코월책 교수는 김 작가를 돕는 평화 피스마스크 국제코디네이터의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작가가 평화마스크를 만들어 전시하는 동안 평화에 대한 강연을 곁들이기도 한다. 역할은 다르지만 부부가 세계 곳곳을 오가며 독특한 평화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작가는 일본에 거주중인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참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인류전체의 가치인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는 그 때의 체험과 깨달음을 평화마스크라는 예술적 프로젝트로 승화시켰다. 평화마스크는 사람 개개인의 얼굴을 석고로 떠내 틀을 만들고, 이 석고 틀에 한지나 화지 등의 전통 수제종이를 겹겹이 밀착시켜 굳힌 후 얼굴형상을 떠내는 조형기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평화마스크는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하여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인 1001명과 일본인 1001명이 참가한 ‘한일 라이프 마스크 2002’로 우리나라에 소개되기도 했다.

▲ 평화 마스크에 참가한 얼굴들
ⓒ 장영권
김 작가는 2000년 1월 ‘라이프 마스크(life mask)’라고 명명했던 것을 평화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2002년 12월 남편과의 논의 끝에 ‘평화 마스크’로 바꾸었다. 평화마스크의 작품화 과정은 크게 워크숍과 작품제작, 전시, 감상 등 4개의 절차로 진행된다.

“참가자 개인들의 마스크가 모여 전체 작품이 구성되면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재탄생합니다. 흰색의 고급한지만 사용하기 때문에 인종과 종교, 피부색 등 여러 가지 차이가 해소되고 모두 같아지게 됩니다. 너와 내가 없어지고, 한국인과 일본인, 미국인과 이라크인의 구별도 없어지고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만 존재하게 됩니다.”

김 작가는 평화 마스크전을 통해 역사적 용서와 화해를 모색하기도 한다. 그는 제주4·3항쟁, 광주5·18민주화운동, 일본군 ‘위안부’의 생존자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의 마스크를 제작하여 역사의식 고양 및 사회 통합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역별로 제작된 평화마스크는 다음 행사 지역에서 릴레이로 전시됨으로써,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평화의 염원을 전달하기도 한다.

2003년 광주 평화 마스크전에서는 일본, 캄보디아, 이스라엘, 호주 등지에서 제작된 해외 평화마스크도 함께 전시되어 국경을 초월한 인류 모두의 평화를 향한 소망을 전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앞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한 동포들이 함께 참여하는 평화마스크전을 개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미국인과 이라크인이 참가하는 평화마스크전을 열어 두 나라 국민들의 화해와 평화의 자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 평화마스크 참가자와 작품
ⓒ 장영권
김 작가는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세계의 분쟁지역을 다니며 분쟁 지역민들의 ‘평화 마스크 프로젝트’의 제작과 전시를 준비 중이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마스크 프로젝트’는 한국과 일본에 실행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한국측 실행위원장은 다움아카데미 원장 강준혁씨가 맡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국제실행위원회는 평화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요한 갈퉁 교수가 고문을 맡아 활동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마음의 거울인 얼굴, 희노애락의 마음들이 새겨진 얼굴들이 옆 자리의 얼굴들과 하나가 되어 평화로운 얼굴을 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가 곧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평화 마스크를 통해 평화의 이웃을 만나고 평화의 세계를 함께 가꾸어갔으면 합니다.”

김명희 작가는 부산 민주화공원 평화마스크전(9월 22일~10월 2일)에 이어 10월 2일부터 7일까지 6일간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문인 42명을 초청하여 ‘평화마스크전’을 개최한다. 김 작가는 10월 중순에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장영권 기자는 평화운동가이다. 경실련 국장, 평화연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전공은 국제정치(동북아관계, 평화체제, 외교안보, 남북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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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자연환경의 악화, 과학기술의 진화, 인간의식의 퇴화, 국가안보의 약화 등 4대 미래변화 패러다임의 도전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해결과 상생공영을 위한 ‘세계국가연합’ 창설을 주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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