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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거리·다리 조성 및 전태일 기념상 제막식이 30일 오후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 다리(버들다리)에서 열렸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노동자들의 단결을 촉구하는 뜻으로 양대노총 위원장과 함께 손을 잡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늘 청계천에 다시 태어나는 전태일이 불이 아닌 비로 와서 더 감격스럽다. 이제 전태일은 '분신 자살'의 이미지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됐다."

시인 김정환씨의 말이다. 30일 오후 4시 '전태일거리ㆍ다리 조성 및 기념상 제막식'을 찾은 김씨는 기획단계부터 '전태일거리·다리만들기'에 참가해 왔다.

제막식은 '전태일 다리'로 명명된 청계천 버들다리 위에서 열렸다. 이 다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전 열사가 몸을 불살랐던 평화시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이날 제막식이 진행된 1시간 동안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30여명의 취재진을 포함한 100여명의 시민들은 모두 내리는 비를 불평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뜨거운 불로 태웠던 열사였기에 이날 내린 빗줄기는 오히려 뜨거움을 식힐 수 있는 반가운 손님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비를 맞으며 제막식은 시작됐다. 이날 제막식엔 전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김동완 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 상임대표, 전태일거리 동판 및 기념상을 제작한 임옥상 화백,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회운동가 장기표씨 등 30여명의 인사들이 참가했다.

"전태일 정신이 다시 태어난 날...사랑·평화·믿음의 상징으로 "

▲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아들의 동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동완 상임대표는 "35년 전 11월 13일 이곳에서 분신한 전태일이 오늘 평화와 사랑의 진정한 매개로 부활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임옥상 화백은 전태일 기념상에 대해 "상은 해뜨는 동쪽을 향하고 있다. 또 흐르는 청계천을 본다는 의미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다"며 "오른손과 왼손이 각각 위와 아래를 향하고 있어 하늘 뜻과 땅의 의지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기념상은 가로1450mm×두께720mm×높이2120mm 크기로 알루미늄 재질이다.

그는 이어 "이제 전태일 열사 이름 뒤에 '열사나 동지'란 단어는 빼자. 이제 사랑과 평화, 믿음의 상징으로 '전태일'을 일반명사화 시켰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찾으려 했던 전태일이 몸을 태웠던 불꽃을 식히기 위해 온종일 비가 오는 것 같다"며 "전태일의 정신이 오늘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들과 함께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결성 20주년을 맞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참석자들과 함께 '그날이 오면', '광야에서'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이 오면'은 열사의 추모가로 만들어졌다고 작곡가 문승현씨가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이소선 여사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 여사는 "함께 한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어머니들도 계신데 나 혼자만 행복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태일이가 35년만에 내 품으로 돌아온 것 같이 기쁘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이 여사는 "제발 양대 노총, 민주노동당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비정규직 문제를 없애야 한다"며 "죽기 전에 모든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보고 싶다"고 노동계에 당부했다.

한편 '전태일 거리와 다리'는 지난 7월 20일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준비됐다. 전태일기념관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지난 22일까지 '전태일 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노무현, DJ·YS 등 현·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약 3억5천여만원이 모였다. 특히 시민들은 기금과 함께 전태일 거리에 깔릴 동판 글귀들을 보내왔다. 이 글귀들 중 일부는 전태일 다리에 이미 깔렸고, 나머지는 11월 13일 열사의 기일까지 전태일 거리에 부착될 예정이다.

▲ `전태일 거리·다리 조성 및 전태일 기념상 제막식이 30일 오후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 다리(버들다리)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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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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