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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을 비롯 정부, 언론에 이어 국민들까지도 한 목소리로 '생명공학 킹' 황우석을 칭송한다. 그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황우석 신드롬'의 실체를 통해 그가 이룬 업적들과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비판적 쟁점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지난 8월 3일 오전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로 개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황우석(수의학)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세계를 놀래켰다. 생명공학의 변방인 한국에서 연속으로 '세계 최초'를 내놓은 것.

우선 황 교수는 지난해 2월 13일자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처음으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소나 토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주입하는 '이종간 핵이식'을 통해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면, 사람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주입해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것은 처음이었다.

관련 용어 설명

줄기세포 : 근육·뼈·내장·뇌·피부 등 신체 각 기관 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원시단계의 세포. 만능 세포라고도 일컬어 짐.

배아 : 임신 7주까지 분화된 수정란.(사람의 경우)

배아복제 : 핵을 제거한 난자에 성인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해 배아를 만드는 복제과정.

배아줄기세포 : 여성의 난자에 줄기세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복제 수정란이 구체적인 장기를 형성하기 이전인 '배아' 단계일 때 채취한 줄기세포.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과 뛰어난 증식력이 있다.

성체줄기세포 : 사람의 골수나 탯줄 혈액 등에서 채취할 수 있다. 구체적인 장기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 증식력이 떨어지고 특정 조직으로만 전환되는 방향성을 띤다.
줄기세포는 신체 내에 있는 모든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세포다. 때문에 이는 파킨슨씨병, 척수 손상, 뇌졸중, 심장질환, 당뇨병 등 치료에 이용되는 대체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어 올해 5월 황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는 여성 18명이 난자 185개를 제공했고 환자 11명의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줄기세포 한개를 만드는데 평균 17개의 난자만을 사용한 것.

지난해 한개의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모두 242개의 난자를 사용한 것과 비교한다면 효율은 훨씬 높은 것이다. 황 교수의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인류는 난치병 치료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리고 올해 8월, 그는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킨 것. 원숭이와 함께 복제가 불가능한 '난공불락'이라고 평가받던 개 복제를 성공시킨 것은 그야말로 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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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연구에 ' 매매난자 ' 사용됐다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황우석 교수

영국의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던 이번 결과에 대해 황 교수는 "인간과의 생리학적 유사성이 높고 인수 공통 전염병이 많다는 점 등 때문에 개를 연구 대상으로 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개 자체의 다양한 유전적 난치병 치료법 연구에 활용될 뿐더러 향후 사람의 질병모델 동물 생산 가능성도 높인 것이다.

물론 지난해 10월 미국의 제럴드 세튼 교수팀과 함께 '원숭이 배아복제'를 성공한 것도 큰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

이처럼 세 차례에 걸친 연타석 '장외홈런'으로 황 교수는 전세계적인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됐다. 국내에서는 어떤 정치인도 연예인도, 스포츠 스타도 따라올 수 없는 그야말로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에 보도됐다. 심지어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물 1위'로 그가 선정됐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에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황 교수에게 장관급 경호도 적용시켰다. 이처럼 '황우석 신드롬'은 점점 확대되어 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학계와 언론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에 대한 찬사만 내놓을 뿐 비판적 시각은 찾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황 교수의 발표 1년 반이 지나서야 비판적 성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생명윤리적 : 배아도 생명체] 가장 먼저 종교계를 중심으로 '생명윤리' 관점의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황 교수 측은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이라기보다는 세포치료제다"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14일 이전의 배아는 사람이 아닌 세포덩어리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러나 배아연구 반대 측은 "배아가 수정 직후부터 하나의 완전한 개체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수정란은 성장하게 될 배아, 태아, 성인과 개체상 동일한 존재이므로 배아연구는 수정 직후부터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황상익 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은 7월 7일 <동아일보> 기고에서 "복제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수많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 점 때문에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기 어렵고 나아가 암세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분화능력은 떨어지지만 안정성이 높은 '성체줄기세포'의 연구를 주장하고 있다.

[여성학적 : 여성 몸 대상화] 황 교수 측은 인간 체세포 연구에 동물이 아닌 인간 난자를 사용하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성이 처한 현실과 입장이 고려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여성계는 반박하고 있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한달에 한 개의 난자를 배란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한 명으로부터 많은 난자를 얻기 힘들다. 다량의 난자를 얻기 위해서는 '과배란제'를 맞아야 하는데 여성의 몸에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한다. 과다 호르몬 투여는 가벼운 복통 유발부터 심지어 가슴에 물이 차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성의 몸이 대상화되고, 난자는 단순한 실험 재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진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배아복제, 대리모, 유전자 진단 등은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거나 수단화하는 경향을 심화시킨다"며 "더 나아가 여성으로부터 출산능력을 빼앗고 성인 여성의 예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계간지 <환경과 생명> 가을호에서 밝혔다.

[절차상 문제 : 난자사용 허락 받았나]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황 교수의 실험이 진행된 2003년은 생명윤리법(2004년 7월 제정) 논쟁이 한창이었고, 인간배아복제 허용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법률이 제정될 것을 뻔히 알았던 논쟁 당사자가 실험을 강행한 것은 책임 있는 과학자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난자 출처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 16명의 여성으로부터 242개의 난자를, 올해 18명으로부터 185개의 난자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한 신문 기고에서 "줄기세포 실험에 쓰인 난자 기증은 연구 취지에 공감한 일부 여성 의료진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월 귀국 기자회견에서 그는 "직접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의 난자를 기증한 숭고한 여성에게 감사한다"고 말해 난자 출처에 대해 이전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어떤 것이 진실일까.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난자를 제공했는지 황 교수측의 명쾌한 답변이 없는 것은 연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난자 출처에 대한 의혹은 올해 초 <네이처>를 통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인문학적 성찰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 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황 교수 신드롬은 '배용준'의 한류와 다르지 않다"며 "적어도 이성적 성찰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황 교수가 생명공학의 혁신을 가지고 왔지만 생명공학산업을 우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자본에 대한 합리적·이성적 성찰 없이는 자본의 논리에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그는 "더욱더 인문학적 견지에서의 재평가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들에 대해 황 교수측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황 교수는 지난 6월 가톨릭 정진석 대주교와의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어떤 비판이든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황우석 교수 연구성과 일지

2004년 2월 - 황우석 교수팀, 세계 최초로 사람 난자로 배아줄기세포 배양.
2004년 6월 - 노무현 대통령, 황우석 교수에게 최고훈장인 '창조장' 수여.
2004년 9월 - 장관 등 국가요인급 경호 받기 시작
2004년 11월 - 포스코, 황우석 교수에 연구비 출연. 향후 5년간 매년 3억원씩.
2004년 10월 - 서울대, 연건평 1천평 규모 '황우석 연구소' 추진 계획 발표. 정부지원금 14억원 포함, 140억원 소요 예정.
2005년 5월 - 황우석 교수팀, 핵을 제거한 사람의 난자에 다른 사람(환자)의 체세포 핵을 넣어 환자 배아줄기세포 배양.
2005년 5월 - 정부, 황우석 교수팀 위한 전담 특별팀 구성 계획 발표. 32건의 황 교수 특허 돕기 위한 것. 줄기세포 분화 연구 예산 10억원 추가 배정.
2005년 6월 - 정부, 황우석 교수를 '제 1호 최고 과학자' 선정. 올해부터 5년간 매년 30억원씩, 최대 150억원의 지원금이 주어질 예정.
2005년 8월 - 황우석 교수 팀, 세계 최초 개 복제('스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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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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