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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의 '길 속의 길'
ⓒ 김정규
길속에 길이 있다. 바쁜 사람이야 눈에 들어오질 않겠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길 속의 또 다른 길이 보인다. 대학로를 따라 걷다보면 예전과는 다른 쾌적한 인도를 만날 수 있다. 서울시에서 보행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차도를 좁히는 대신 인도를 넓혀 예술품도 놓아 걷기에 편하고 쾌적하게 꾸며 놓았다.

아침마다 출근을 하면서 나도 이 길을 걷는다. 바쁠 때는 '길 속의 길'을 따라 걷지 못하지만 조금의 시간의 여유나 마음의 여유가 주어져도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출근한다.

'길 속의 길'을 만든 이의 생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길을 걸으면서 여유를 느끼게 하기 위함일 것이리라. 반듯하고 곧은 길 대신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길을 걸으면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괜히 바쁘다. 딱히 바쁜 일도 없는 사람들조차도 왠지 쫓기는 듯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세상이 바쁘게 변하고 시간을 초 단위로 나누어 돈 계산을 하는 시대이다 보니 사람들 역시 분, 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 간다. 물론 바쁜 사람들이야 그렇게 살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딱히 분, 초를 다투어야 할 만큼의 바쁜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대학로의 ‘길 속의 길’을 다정이 걷고 있는 연인의 모습
ⓒ 김정규
나만 하여도 가끔씩 무척 바쁘게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출근시간 바쁘게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왜 이리 바쁘게 움직이나'를 생각해본 일이 있다. 시간을 보니 조금의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지나는 사람과 부딪치면서까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로를 걸으며 '길 속의 길'을 발견한 사람들은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은 따라 걸어보게 된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폭신폭신한 느낌이 들어 발바닥으로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이 길을 탄성포장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여유롭게 마음껏 걸어보라고 배려한 만든 이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무실이 대학로에 있는 관계로 점심을 먹은 후에도 가끔 이 길로 산책을 하곤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걸으며 이 '길 속의 길'처럼 내 안의 나를 찾아보기도 한다.

바쁘게 변하는 세상에 휩쓸려 덩달아 바쁘게 살아가는 나를 찾아 여유를 가져보라 한다. 사람들 사이를 밀치며 바쁘게 목적지를 찾아가려는 나를 향해 좀 천천히 걸어보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혹하여 제3자를 비난하고 있는 나를 찾아 나의 시선으로 그를 보려고 노력해 보라 한다. 모두가 옳다고 믿고 걷는 곧고 잘 포장된 길을 조금 벗어나 길 속의 또 다른 길을 찾아 걸어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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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이 말의 의미는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이 네가 직접 탐구해서 얻은 것이냐, 아니면 들어서 알게된 것이냐?를 묻는 말이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정보들을 나는 얼마나 스스로 진위여부를 탐구하고 받아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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