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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중 용궁 물고기로 참여하기 위해 소품을 직접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 진홍
지난 3일 오후 쌍문역에서 5분 남짓 걸어 도봉구민회관 소극장에 도착하니 왁자지껄 어린이들이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용궁 속 물고기들이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자신이 직접 만든 물고기머리띠를 머리에 두르고 극장 입구에 마련된 소고와 제금이, 목탁을 하나씩 들고 입장하는 어린이들은 들떠 있었다.

지난 3월부터 호평을 받은 이덕인의 국악놀이 “호랑이를 만난 놀보”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토끼야, 용궁가자”는 이미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에서 5월 한달 간 어린이들이 즐겨 보았던 국악 연극이다. 지난 3일 시연을 시작으로 4일부터 이 달 말까지 도봉구민회관으로 옮겨 어린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국악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이덕인의 국악놀이는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소품을 만들어 극 증에 참여시키면서 재미를 배가시킨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어린이들에게 장단과 노래를 가르쳐 준다. 이 날 “토끼야, 용궁가자”에서 함께 할 노래는 ‘쾌지나 칭칭나네’였다.

▲ 예뻐지고 싶은 용왕과 슈퍼모델이 되고 싶은 토끼, 출세욕에 사로잡힌 자라. 별주부전을 현실풍자적으로 각색하였다.
ⓒ 진홍
“토끼야, 용궁가자”는 별주부전을 각색하여 예뻐지고 싶은 ‘용왕’과 슈퍼모델이 되고 싶은 ‘토끼’ 그리고 경호실장 ‘자라’가 등장하여 웃음과 해학 속에 한판 겨루기가 펼쳐진다. 유머와 익살로 재구성된 체험형 국악 전래동화극이라 할 수 있겠다. 비교적 잘 짜인 극과 실감나는 배우의 연기력, 여기에 우리악기의 라이브연주가 있어서 더욱 생동감 넘친다.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던 국악이 어린이들에게 한 발 다가선 모습을 이 연극을 통해 볼 수 있다. 판소리와 토속민요, 국악연주와 마당놀이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어서 우리문화의 재미와 흥겨움에 아이 어른 모두 흥겹게 즐길 수 있다.

이 연극은 우선 어린이들에게 가장 원초적인 교육의 바탕이 되는 놀이와 창작활동을 통해 공연을 이끌어 간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으로 우리문화의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음악과 문화를 유아 때부터 접하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시연회에 20여 명의 어린이들을 인솔하고 온 월천초등학교 방과후 전담교사인 양윤이교사도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즐거워하였다며 악기를 이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한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 국악 체험형 국악연극. 국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 진홍
국악은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어린이들이 국악과 더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이고, 표현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국악의 미래는 바로 어린이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린이들은 즐겁게 보았으며 교사나 학부모들도 호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고전과 현대의 재미난 만남을 만들다 보니 미처 순화되지 않은 말투나 어른들의 용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각색에 있어서도‘다이어트’를 통해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용왕과 '슈퍼모델'이 되고 싶은 토끼, '경호실장'이 되고 싶은 자라를 해학적으로 비판한 것이긴 하지만 저학년이나 유아들은 내용을 논리적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그것 자체를 즉자적으로 모방하려 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창작의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외모나 다이어트가 아닌 ‘친구관계나 공부’ 등 학교생활 속에서 나온 소재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양윤이 교사는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원작과 너무 다른 내용이라 저학년이나 유아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좀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관람자의 지적도 있다.

또한 입장 전 소품만들기나 공연이 끝난 뒤 출연자들과 어린이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충분히 확보하는데 주최측의 보다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악기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지 꼼꼼히 챙기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날 한 어린이는 고장난 제금이 때문에 다른 친구들처럼 재밌게 놀지 못하여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어린이들은 사소한 것 때문에 쉽게 상처받기도 하고 어른들이 볼 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재미있어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위의 지적은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수 있을 것이다. 큰 호평 속에 이 연극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하고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니 말이다.

어린이 국악놀이 연극 ‘토끼야, 용궁 가자’는 중앙대 국악과 강사이자 창작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덕인씨와 ‘신명을 일구는 사람들’이 만들어 공연하고 있다.


<토끼야, 용궁가자 공연 정보>

날짜 : 2005.6.4 ~ 2005.6.30
시간 : 평일 16시/ 주말 및 공휴일 13시30분, 16시 (월요일, 6월6일 공연없음)
장소 : 도봉구민회관
공연단체 : 신명을 일구는 사람들
입장료 : 전석 1만원
공연문의 : 02)2235-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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