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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폭설이 내렸을때 슬레이트 지붕에 쌓인 눈이 녹아서 떨어지는 물을 받았어요.
ⓒ 박미경
오늘(22일)은 제13회 '세계 물의 날'입니다. 이를 축하라도 하듯 지금 창밖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비가 오면 분주해집니다. 그냥 버려지는 빗물이 아까워 대야와 물통 등을 슬레이트 지붕아래에 놓고 빗물을 받습니다. 실내에서 키우는 화초들은 밖에 꺼내놓고 샤워를 시키고, 빗물로 화장실과 마당 청소도 합니다. 눈이 온 뒤에는 눈이 녹아떨어지는 물도 받아서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그뿐 아니라,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기도 합니다. 바닥에 흐르는 빗물을 쓰레받기로 담아 통에 모아놓지요. 햇볕이 쨍쨍한 날 화분과 스티로폼상자에 키우는 채소들이 목마르다고 외칠 때 빗물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빗물을 준 식물은 수돗물을 먹은 식물과 다르게 성장속도가 엄청 빠릅니다. 지쳐 있는 채소나 화초들에게 빗물을 뿌려주면 생생한 얼굴로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하는 듯합니다.

빗물을 더 많이 받고 싶어서 커다란 고무통을 하나 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친구가 “친척이 식당을 했었는데 집에 안 쓰는 고무 통이 많다”며 “다음에 올 때 갖다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빨리 빗물을 받고 싶은 마음에 고무 통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 참에 설비 일을 하는 옆집과 친구에게도 부탁을 했습니다. 필요 없는 통이 있으면 달라고요.

▲ 지붕위에 있던 눈이 녹아서 기둥을 타고 조금씩 흐르고 있습니다. 화분에 물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위해 나무젓가락도 한 몫 했어요.
ⓒ 박미경
그런데 엊그제였습니다. 우연히 댐 건설로 수몰이 되기 전의 어느 마을풍경을 비디오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풍경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현재 다른 곳에 이주해 살고 있습니다. 고향이 물에 잠겨 없어진 그 마을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고향을 영상으로 보며 한없이 그리워 할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물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증가 등으로 과거에 비해 국민들의 물 소비량이 증가했지요. 외국의 어느 나라에서는 빗물을 모아뒀다가 화장실 물로 사용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수돗물 대신 빗물을 잘 활용한다면 수자원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며칠 전, 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엄마, 물의 날이 뭐예요?”
“물을 아껴 쓰자는 날이지.”
“그라면 뭐하노. 그 날 하루만 아껴 쓰고 다른 날은 펑펑 쓸 건데….”
“그러니까 평소에 물 아껴 쓰는 습관을 몸에 배야지.”

▲ 옆집과 우리 집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을 이 많은 화초에 다 주었습니다. 수돗물도 절약하고 화초도 잘 자라 일석이조 입니다.
ⓒ 송수근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이 풍족할 때는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고 펑펑 씁니다. 하지만 단수가 될 경우 최소한의 물이라도 아낍니다. 이처럼 평소 습관도 단수 때처럼 물을 절약한다면 물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여러모로 이로울 것입니다. 물은 아끼고 사랑해야 할 소중한 자원입니다.

저는 채소를 씻거나 세수한 물, 빨래한 물을 모았다가 걸레를 빨거나 집 밖을 청소합니다. 적은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아끼는 저를 보며 이웃의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처럼 물 아끼느라 신경 쓰고 살면 피곤해서 우예사노.”
“하나도 안 피곤해요. 오히려 물이 버려지는 모습을 보면 아까운 생각에 더 신경이 쓰이는데요.”

물 절약, 습관이 되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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