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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가 담배소송 관련 감정서의 '요지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해 편파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2신 : 11일 오후 4시 10분]

원고측, 재판부 기피 신청... '요지서' 편파·왜곡 지적


"요지서 제공은 선의적인 측면"
법원 "기피신청 객관적 기준으로 신중판단"

이태운 민사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법원출입기자들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재판부가 요지서를 준 것은 사안 자체가 공익적이고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기자들이 보도하는데 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선의적인 측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방적으로 한 측에 유리하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심리가 상당히 시일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그는 "담배소송 사안 자체가 중요하고 사회적인 대립이 예상되는 만큼 심리를 신중히 하겠다"며 "양쪽 대리인단 측에 추가 증빙서류를 제출토록 충분한 기회를 주겠다"고 알렸다.

한편 법원측은 원고측 변호인단이 이번 소송을 담당한 민사합의12부에 대한 '기피신청'에 대해 "쌍방의 이야기를 듣고 기피사유가 될지 등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며 "만약 인용이 된다면 재판부를 바꿀 수 있겠지만 지금은 '재판부를 바꿀 수 있다 아니다'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입장을 전했다.
"첫째 감정서 원문의 전체적 취지와 핵심적인 주요 내용은 제외했고, 둘째 주로 피고 측에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지엽적인 내용만을 발췌했고, 셋째 감정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첨가해 흡연의 중요성을 약화시켰고, 넷째 원문의 여기저기서 부분 발췌해 편집함으로서 실제 감정서 원문 내용을 심하게 왜곡시키고, 다섯째 결론을 정반대로 이해하도록 유도했음을 확인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조관행 부장판사)가 심리중인 '담배소송'과 관련해 원고측 변호인단 등은 재판부가 서울대 의대 교수들로부터 제출받은 '감정서' 원본의 내용을 위와 같은 내용으로 '요지서'를 작성해 배포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원고측 변호인단은 이날 '담배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해당 법원에 신청했으며, '요지서' 작성과 관련, 법관에 대한 '법관징계요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는 원고인 측 변호인인 배금자(해인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김일순(전 역학회 회장)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박용일('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 변호사, 박찬운(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일순 명예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법원에서 감정요지라고 요약해서 언론에 배분한 내용이 실제하고 완전히 반대하는 식으로 나왔고 그것이 부당하고 어떤 식으로 잘못됐는지를 전문가적 입장과 학자적 양심에서 알리고자 나왔다"면서 "전체적인 감정서의 흐름과 핵심적인 부분이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제외하고 피고측에 유리한 부분만을 꺼내서 요지서에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김 명예교수는 "모든 언론 보도를 분석했는데 거의 판사가 제공한 요지서의 내용으로 제목과 주된 논지로 이뤄졌다"며 "그렇게 심하게 오보된 것을 알면서 오보를 바로잡는 것이 언론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립암센터 성명 "흡연과 폐암은 그 연관성이 명백하다"

또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가 참석하고 국립암센터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 책임의사는 "지난 10년간 금연클리닉에서 일해온 경험에 비춰 (감정서의)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질문이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냐'가 아니라 '100% 확정할 수 있느냐'로서 100% 확정은 못한다고 유도하고 있다"고 감정서 질문의 의도를 문제삼았다.

이어 그는 "감정서를 작성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그런 질문에 대해 성실히 답했다고 생각한다"며 "감정서 내용을 본 결과는 흡연과 폐암은 그 연관성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 자리를 통해 폐암과 담배소송에 있어 많은 국민들이 충분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폐암소송 당사자들에 있어서도 흡연이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고 니코틴의 의존성은 매우 강해 금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원고측 변호인단의 박용일 변호사는 "오늘 원고측의 발표가 재판부 내부의 문제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일로) 전 세계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는 것에 대해 사법부의 자성을 요구한다"며 "이에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기피신청 요지는 감정서의 심문사항을 요지에 왜곡해서 실제 원본 내용과 상반된 반대 결론을 요약했다는 것"이라며 "또 재판이 진행중인 데도 법원에서 감정서 원본을 배부하는 것도 있지만 요지서를 만든 것은 법관이 결론에 대해 이미 예단을 갖고 있는 태도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이번 일이 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의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기피신청 청구를 했으며, 재판부가 스스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건을 회피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의견을 전하고 있다.


[1신 : 11일 오후 12시30분]

재판부 이례적 감정 '요지서' 배포... 원고측 "편파 왜곡" 주장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조관행 부장판사)가 심리중인 '담배소송'과 관련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감정서에 대해 재판부가 자체적으로 작성, 배포한 '요지서'를 놓고 편파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또 국립 암센터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흡연은 폐암 원인의 80~90%"라면서 "재판부가 감정서의 요지를 왜곡해 작성했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해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교수 5인은 지난 4일 A4용지 60여 쪽에 달하는 감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으며, 재판부는 감정서 전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하면서 A4용지 4쪽짜리 요지서를 함께 건넸다. 이에, 원고측의 배금자 변호사는 재판부가 요지서를 작성한 것은 월권이며, 내용도 문제있다며 강력 대응할 뜻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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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폐암은 '인과관계' 가능성 매우 높다"

우선 이번 논란의 발단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4일 서울대측으로부터 감정서(표지 포함 A4용지 63쪽)를 건네받았고, 다음날인 5일 오전 11시30분경 기자들에게 감정서(원본)와 요지서(4쪽)를 전달했다. 또 원고측(배금자 변호사)과 피고측(KT&G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에서도 각각 '담배소송 감정서 요지'(2쪽)와 '담배소송 주요 쟁점별 보도자료'(표지포함 13쪽)를 법원기자실로 보냈다.

이에 법원 출입기자들은 흡연피해자 6명(원고들)에 대한 '흡연과 폐암발병'간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감정결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면서도 애매한 표현이 담긴 방대한 분량의 감정서 내용 전체를 보고 기사를 작성했다기보다, 재판부가 직접 정리해준 간략한 요지서를 토대로 기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지서에 따르면 "흡연력과 폐암 등 질환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또한 진료기록부상 원고 등이 흡연 이외의 위험인자들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고, 각 위험인자들이 원고 등의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62쪽 감정서를 4쪽으로 줄인 재판부... "보도 편의 위해"

결국 언론은 <흡연-폐암, 구체적 인과관계 확인불능>, <"흡연→폐암, 확인 안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 "흡연-폐암 인과관계 확인 어려워">, <흡연 "소송환자의 인과관계는 확인 불능" 폐암> <'흡연-폐암 관련성 과학적 입증 불가능'>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법원기자들 중 일부 기자는 "재판부로부터 받은 서울대 의대 측 감정서와 재판부가 별도로 작성한 요지서를 받고서, 원문 전체를 일일이 검토해 기사를 썼다기보다 재판부의 뜻이 담겼다고 판단되는 요지서의 내용을 주된 골자로 삼아 기사를 작성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기자들에게 '요지서'를 전달한 경위에 대해 "감정서의 분량이 상당히 양도 많고 길고 해서, 또 (기자들이) 잘 알 수가 없어서 보도의 편의를 위해서 객관적인 사실만 써서 전해 준 것"이라며 "(요지서를 전달하면서) 기자들에게 당부한 것은 (원·피고측) 주장도 섞어서 가치평가하지 말고 감정서 (자체만을) 보고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하여튼 요지를 줬는데 (기자들이) 원본을 안보고 요지만 보도했는지는 몰라도…"라며 "재판부에서 요지를 줬기 때문에 원고의 시각에서 볼 때 잘못된 부분이 있는 보도가 나갔다고 했고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하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배금자 변호사 "요지 추려낼 때 이미 재판부의 주관적 평가가 내려졌다"

한편 '흡연피해자' 6명의 원고측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감정서 원본의 내용을 법원(재판부)이 정리해서 기자들에게 준다는 것은 보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역학적으로 증명돼서 밝혀졌는데도 의학적·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됐다고 보도되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변호사는 "재판부가 만든 요지서는 가치 중립적인 내용도 아니고 내용을 추려낼 때 이미 재판부의 주관적인 평가가 내려졌다"며 "국민적인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정확한 언론보도를 위해) 감정서 원문을 공개한 것은 알겠지만 '요지서'를 내보낸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배 변호사는 "재판부가 왜곡 보도된 것에 대해 (재판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지 물을 것"이라며 "어떤 경위로 실수를 했는지 모르지만 (재판부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모 변호사는 "재판부가 원고 피고의 동의도 없이 요지서를 만들어서 줬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것"이라며 "더구나 편파적인 내용으로 요지서가 작성돼 언론보도에 영향을 미쳤다면 재판부의 더욱 문제는 크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11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감정서와 요지서의 문제점 및 재판부에 대한 대응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재판 진행중인 변호인과 법원출입기자들간 단체 저녁식사 및 술자리 갖기도

한편 피고인 KT&G 변호를 맡고 있는 박교선 변호사와 법원출입기자들이 재판이 진행중인 지난 8월 중순경 서초동 모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날 저녁식사 이후에 박 변호사와 일부 언론사의 기자들이 2차로 서초동 A카페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저녁식사에 참석했던 모 기자는 "단지 저녁식사를 통해 (피고인측) 변호사의 의견과 생각을 듣는 자리였을 뿐"이라며 "2차로 간 카페에는 여기자도 참석했고, 담배소송과 관련해 보도에 영향을 받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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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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