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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9월30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55주년을 하루 앞두고 행한 연설에서 "중국은 앞으로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연설은 해외에서 커지는 중국 위협론에 대해 중국 정부가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과연 현재 중국의 대외 정책의 기조와 기본 목표는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에 대한 해외의 우려에 대해 중국인 스스로의 답변은 무엇일까?

<오마이뉴스>는 지난 9월 초 왕이저우(王逸舟)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와정치연구소 부소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의 예자청(葉自成) 교수와 장시쩐(張錫鎭) 교수 등 중국의 대외관계 전문가 3인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후진타오 정부가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편다고 설명하면서도 "중국 위협론은 전혀 근거가 없다, 평화적 발전이 중국의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왕 부소장은 "중국은 앞으로 20년 안에 계속적인 발전을 통해 중요한 '발전중 국가' '중진국'으로 도약하기로 목표를 정했다"며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양호한 국제환경, 특히 주변지역의 안정적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고있다"고 설명했다.

왕 부소장은 지난 9월10일부터 13일까지 이뤄진 리장춘 중국공산당 상무위원의 북한 방문에도 동행했다.

예 교수는 "미국에서 제기하는 중국위협론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을 우려한 것이지만 주변국의 중국 위협론은 대국과 소국 사이에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주변국들이 느끼는 중국위협론도 감소하고있다. 우리가 실제 행동으로 중국의 발전이 결코 위협이 아님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화평굴기(和平掘起)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공통 발전으로 중국의 발전은 세계 평화의 옹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있다"며 "20~30년 뒤에도 중국이 다른 나라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면 위협론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오직 중국의 대외정책에만 한정해 지난 9월 초 서로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인터뷰 주제가 같기 때문에 한꺼번에 소개한다.

"현 지도부의 외교정책은 '책임을 지는 대국'으로 가자는 것"

▲ 왕이저우 박사
ⓒ 김태경
- 후진타오 주석 등을 외부에서는 제4세대 지도부라고 부르는데….
왕이저우(이하 왕) "제4세대 지도부라는 말은 민간부분에서 하는 말이다. 관방에서는 그런 말 안쓴다."

예자청(이하 예) "계승적 측면에서 보면 후진타오 주석도 역시 제3세대다. 후진타오 주석을 제4세대라고 할 수가 없다. 제3세대 지도부 구성원 가운데 하나가 후진타오 주석이었다."

- 제4세대 지도부와 짱저민 지도부의 정책에 차이가 있는가.
"현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장쩌민 정부보다 정책과 노선이 더 실용적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국민들에게 보다 근접한 정치를 추진한다. 또 국제사회 참여 열정이 강하다. G8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중국의 국제 조직에 대한 참여도 활기를 띄고 있다. 2005년 20대 강대국 재경부 장관 모임도 유치했다."

"현 정부의 외교는 대단히 실용적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취임한 뒤 외교와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외교의 중요기능 가운데 하나인 해외 교민들의 이익 보호 측면에서 보면 그는 화인, 화교에 대한 관심이 크다."

장시쩐(이하 장) "현재 중국 외교가 적극적이고 공세적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이는 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됐다.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대국'으로 가자고 이미 결정했던 것이다."

- 후진타오 정부의 대외 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 2002년 중국 공산당 16기 전대에서 향후 20년 안에 계속적인 발전을 통해 중요한 '발전중 국가' '중진국'으로 도약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양호한 국제환경, 특히 주변지역의 안정적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고있다."

- 그렇게 된 배경은?
"현재 중국의 GDP 가운데 대외 무역의 비중은 65~70%다. 중국의 국가이익이 실현되는 범위가 넓어졌다. 따라서 국제 사회의 협력과 해외 진출 등이 필요하다. 국제 사회 참여를 통해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석유 문제가 있다. 10년 전 중국은 석유를 수출했지만 지금은 소비량의 40%를 수입한다. 예전에는 전쟁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지만 지금은 국제 협력을 통해 확보해야한다."

- 주변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가.
"장쩌민 시대에는 강대국과의 관계가 1위, 주변국 관계가 2위, 제3세계 관계가 3위였다. 그러나 지금 후진타오 시대에는 주변국과의 관계가 1위, 강대국 관계 2위, 제3세계와의 관계가 3위다.

중국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고있고, 대 아세안 관계를 풀고있으며, 인도 관계도 이전보다 훨씬 개선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일부 우려를 가지고 있던 주변국들의 중국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후진타오시대, 주변국 1위-강대국2위-제3세계 3위"

▲ 예자청 베이징대 교수
ⓒ 오마이뉴스 김태경
- 대만문제와의 관련성도 있나.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내세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만 문제 때문이다. 비록 내정문제이지만 지금처럼 경색되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의 입장에서 대만 문제 해결에 주변국과의 협조가 대단히 필요하다."

- 동북아 지역에서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
"첫째는 평화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둘째는 미·일 관계에서 장기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지금이 전략적 기회의 시기인 만큼 대만문제가 동아시아 안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 6자회담에 중국이 대단히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도 새 지도부의 적극적 외교정책을 반영하는 것인가.
"당연하다. 중국은 조선반도의 핵 확산과 불안정을 절대 원치 않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은 한반도가 불안정의 근거지 또는 핵확산의 근거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의 북핵문제의 대원칙은 한반도 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유지, 이 2개의 목적은 절대 중국이 포기할 수 없는 대원칙이다. 비핵화를 위해 안정을 헤치거나, 또는 안정을 위해 비핵화 원칙을 깨뜨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 중국의 대외정책은 흔히 '화평굴기'(和平掘起)로 표현된다
"이 말은 첫번째 평화적인 방법으로 주변 국가와의 분쟁을 해결한다. 중국이 강대국이 되는 것이 주변국에 유리하지 절대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이 발전하는 것이 결코 국제 정세에 위협이 되지않고 평화적인 발전 노선을 걷는다는 것이다."

- 화평굴기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중앙당교 부교장(후진타오 총서기의 주요 참모인 정비센-편집자주)이 처음 소개했고 지난해 12월 후진타오 총서기가 연설 중 언급했다. 현재 관방에서는 이 말이 자극적이라는 외교부의 지적을 받아들여 잘 쓰지 않는다. 지금은 '화평발전'이라는 말로 바꾸고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말 사이에 별 구별이 없다고 본다.

화평굴기의 내용은 첫째는 발전이다. 중국은 반드시 빨리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대해져야 한다. 둘째는 협조다. 중국과 기타 다른 나라와의 공통발전이다. 윈윈하자는 것이다. 세째는 평화다. 전쟁이나 침략이 아닌 평화적인 수단으로 중국의 목표를 실현하며 이를 위해 평화적인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 발전은 결국 세계 평화의 옹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 외부에서는 화평굴기를 현재 중국 외교정책을 대표하는 단어로 보는데.
"이 단어는 중국 외교정책 전반을 포괄하지 못한다. 현 지도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수사다. 화평굴기론은 중국 위협론을 불식하기위해 나왔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화평굴기'를 조금만 얘기하자고 한다. 이보다는 '화평발전'을 보다 더 많이 제시하고있다. '굴기'라는 단어 자체가 일부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 화평굴기와 대비되는 것이 도광양회(韜光養晦)인데.
"도광양회는 기본적으로 소련과 동유럽이 붕괴되고 국제 정세가 중국에게 불리할 때 나온 전술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장기적인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과 전면적 대결을 추구하거나 미국의 행동을 묵인하는 태도는 모두 양 극단이다."

"화평굴기는 중국 위협론에 대응한 논리"

▲ 장시티엔 베이징대 교수
ⓒ 오마이뉴스 김태경
- 중국위협론이 자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국 위협론은 두가지가 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공격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지할 것'이라는 식의 가정에서 나온다. 이것이 한·미·일에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대만 문제와 북한 문제는 최대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두번째는 복잡하다. 중국의 인구, 식량, 자원, 생태환경 등의 문제로 세계에 불안정을 조성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미국 다음으로 2위인데 이 추세로 간다면 20년 뒤에는 미국의 소비를 초월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석유가격의 상승, 환경문제,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심각하게 연구중인데 아직 답이 없다. 다양한 개혁·개방으로 중국에 대한 우려와 위협론을 개선할 수 밖에 없다."

- 중국 위협론은 특히 미국에서 많이 제기된다.
"미국에서 제기하는 중국위협론과 주변국에서 제기하는 그것은 상당히 다르다. 미국의 중국위협론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을 우려의 반영한다. 주변국의 중국 위협론은 대국과 소국 사이에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주변국의 중국위협론은 존재하지만 이전에 비해 감소하고 있다. 인도는 냉전 초기에 최대 위협세력으로 중국을 간주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다. 중국 위협론 감소는 중국이 실제 행동으로 중국의 발전이 결코 위협이 아니고 상호 도움이 된다고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 중국 위협론에 심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는가.
"심리적인 문제도 있다. 예를들자면 덩치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덩치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한테 '나는 절대 당신을 때리지 않겠다'고 얘기해도 작은 사람은 '언젠가 나를 공격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중국 위협론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결국 중국의 실제 행동을 봐야 한다. 중국의 행동과 언행에 따라 중국 위협론은 사라질 것이다. 20~30년 뒤에도 중국이 다른 나라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면 위협론은 사라질 것이다."

- 이라크 전쟁에서 보듯이 미국은 에너지 지배권을 놓치않으려한다. 따라서 중국이 결국 이 문제 때문에 미국과 충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충돌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일본도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충돌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하지 않는다. 중·미 상호간의 공통이익이 갈등보다 많기 때문에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 가능하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고, 또 중국이 가장 많은 기술을 수입하는 곳이다. 이것만 봐도 중·미 관계는 공통이익이 이견이나 갈등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이견이나 일부 갈등 요소는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대단히 제한적"

- 중국은 앞으로 20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수치에 큰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기간에 중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로 볼 때 향후 10~20년 내에 중국에 도전할 만한 세력이 부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도 지금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찍어누르려는 정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국내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있다. 그리고 중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다. 중·러간 모순은 없다. 일본은 경제불황이다. 현재 조금 회복되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 10~20년간은 경제발전, 국력증간의 시간이 된다."

- 향후 중·미 관계 전망은?
"중·미 수교 이후 굴곡이 있었다. 좋다가 나쁘다가 했다. 현재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앞으로 추세는 최상의 관계도 최악의 관계도 아닐 것이다. 중·미 관계는 미·일 관계, 미·유럽 관계처럼 최상의 관계로 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관계로 퇴보할 수도 없다."

-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것 같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싶지만 실제 쉽지가 않다. 대단히 제한적이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과장됐다. 원조는 무상이고 조건이 없는 일종의 의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과장됐다. 북한은 독립국이고 중국의 영향력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 주한 미군의 동북아 기동군으로의 변화가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결코 중국만을 겨냥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경계심은 늦추지 않지만 과민한 반응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는 중·미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한 미군 재배치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군 재배치에 대해 주의하고 있지만 중국만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 대해 북핵문제, 동아시아 테러, 중동 테러 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인 세계적인 재배치의 일부로 본다. 미군 재배치 전체가 중국과 러시아만을 겨냥한 것으로 생각치않는다."

- 동북공정으로 한·중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유감이다. 후진타오 총서기가 노 대통령에게 양국 관계가 선진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를 바란다. 대세를 바로 보자. 미래를 바라보자. 다수 중국인들은 이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의 30여개 인접국 가운데 한·중 관계는 아주 좋다. 중·한 관계 대단히 좋고 양호하다. 지난 10년간 양국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서로다른 사회제도,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서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전형적인 협력모델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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