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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다리. 1934년 완공돼 늘어난 교통량 때문에 지난 66년 마지막 개폐를 하고 자주 보수를 하면서 70년을 견뎌왔다.
ⓒ 구성은

한 때 다리를 들어 다리 아래로 배가 다닐 수도 있었던 '부산의 명물' 영도다리가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영도다리는 부산 피난시절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본의 천재 설계가 마스다 준이 설계하고 보조설계자 최규용 선생과 부산시민의 눈물과 땀으로 만든 영도다리는 동양 최초의 개폐식 다리로 널리 소문나 있다. 지난 1934년 완공된 이후 만 70년간 사용돼 왔다. 그러나 교통량 때문에 지난 66년 마지막 개폐를 한 후 이후로는 고정다리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미 다리가 노쇠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인근에 지어질 부산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해 철거와 보존 문제를 놓고 수 년째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월드 건설로 철거 위기에 처해

영도다리 주변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롯데월드 건설의 걸림돌이 되는 영도다리를 철거하고 새로운 다리를 놓는 것에 동의하는 듯하다. 한 시장 상인은 “이미 70년을 넘겼으니 써먹을 만큼 다 써먹었고 롯데측에서 다리를 지어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 기회냐. 보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 지역에 살지 않아서 사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라고 철거에 반대하는 이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사실 대부분의 영도구와 중구 상인들은 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침체된 주변 경기를 회복시켜줄 것으로 믿고 철거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영도다리는 두차례 안전도 검사 결과 D급으로 판정됐고 비파괴 검사에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 영도다리는 일본인 마스다 준이 설계하고 부산 시민의 눈물과 땀으로 지어진 동양 최초의 개폐식 다리.
ⓒ 구성은

현재 우리나라 교량의 상당수가 D급이지만 영도다리는 보수 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차량운행에는 무게에 따라 제한을 받겠지만 보수 후 보행교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결국 안전성보다 제2롯데월드 건설의 기대감이 영도다리를 철거로 몰고가는 셈이다.

부산의 롯데월드는 1조 5천억원이 넘는 공사로 107층이나 되는 거대한 건물이다. 지난 2000년부터 터닦이 공사가 시작됐으나 영도다리 때문에 공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측은 주변 도로 시설의 확충을 전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도구에서 중구 지역으로 넘어오는 교통량을 감당하려면 현재 4차선인 영도다리를 6차선 다리로 교체하고 1km 가량의 해안도로를 신설해 교통편의를 우선 점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도다리의 철거가 우선시된다. 롯데월드를 끼고 있는 해안도로는 영도다리를 개폐하는 기계실에 막혀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쉽게 공사할 수 없는 것이다.

부산시, 롯데측에만 특혜주고 있나

롯데월드 부지가 선정되고 그 자리에 있던 부산시청 등 관공서가 옮겨지면서 인근 상가는 침체기에 들어서 있다. 이에 경기 활성화를 롯데월드 건설에 기대하고 있다. 시에서는 인근 주민 여론에 따라 철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가 2002년 보존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최종적으로 보존하기로 정한다. 하지만 올해 교통영향 재평가 후 다시 철거 방향으로 선회했다.

▲ 롯데월드 신축예정 청사진. 해안도로 건설 계획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다.
ⓒ 구성은

시는 주민의 의견을 따른다는 빌미로 철거와 보존 사이에서 일관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당구청인 중구청은 오로지 철거로만 가닥을 잡고 롯데측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결정에 부산시가 전적으로 따르기로 하면서 7년 가까이 끌어온 영도다리의 존폐 논란이 올해안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잠정적이지만 결국 철거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자문위원회 구성상이나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시의 편파적인 행보가 계속된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영도다리 관련 공청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지난 15일 영도다리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라기 보다 시에서부터 철거쪽으로만 몰아가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성토했다. 김란기 서울대 임산공학과 교수는 “이미 철거를 원하는 상인 위주로 자리를 배치해 제대로 된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시간을 두고 대안을 논의하는 공청회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석 코리안 헤리티지 위원장도 “시에서 7년간 해온 것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시가 어떤 보수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다리를 이미 철거하기로 정해놓고 롯데측에만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 영도다리를 보행교로 사용할 경우 국제시장부터 자갈치 시장, 영도다리, 제2롯데월드로 이어지는 워터프런트를 만들 수 있다.
ⓒ 구성은

“영도다리 중심의 새로운 워터프런트 건설해야”

영도다리를 철거하지 않고도 주변 상권을 살리면서 문화공간으로 구항만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1일 영도다리 관련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다리를 새로 놓고 우회다리를 만드는 등 다리 건설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주변 토지 이용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강 교수가 제기한 연구내용에 따르면 구항만의 선박들이 몇 년 뒤 신항만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도다리를 보행교로 사용할 경우 국제시장부터 자갈치 시장, 영도다리, 제2롯데월드로 이어지는 워터프런트를 만들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상권을 형성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도로 상황이 롯데측의 말대로 될 경우 모두 롯데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주변 상권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이 주변 입지를 고려한 대안에 대해 시에서는 “이미 나왔던 얘기이고 평가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현대적 도시라도 전통공간과 어울리도록 설계하는 것은 도시공학의 기본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통과 공존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찾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혀 잘못이 없는 영도다리에만 문제를 떠넘기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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