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7대 총선이 끝난 다음 주인 지난 주 대구지역 신문에 지역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렸습니다. 예전과 같이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글도 있었습니다만 예전과 달리 지역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상당했습니다. 더 나아가 호남의 지역주의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지난 4월 23일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주장이 대표적인데요.

그는 “지역주의(는)… 한쪽만 갖고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대구는 그래도 30% 정도는 다른 당과 후보에게 표를 던져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지역은 한나라당에 1% 정도밖에 표를 안 줬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 대표까지 이런 주장을 하는 상황이니 지역주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주장들이 어떤 것이며 또한 타당한지 한 번 짚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벌써부터 6월 5일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들려 오는 시점이기도 해서 더욱 더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첫째, 대구·경북에서의 17대 총선 결과는 참여정부 1년간의 실정을 평가한 것이다.

물론 노무현 정권이 지난 1년간 썩 잘하지 못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일입니다. 탄핵 반대자가 70%를 넘는 상황에서도 정작 탄핵 당사자인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공공연히 지지했던 열린우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열린우리당이 대구·경북에서만 참패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대구·경북에서만 실정의 심판이 있었다고 하기에는 그 논리적 타당성이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좌편향적 이념 성향을 대구·경북의 보수적 시각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적 선동에 가깝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이 좌편향이라고 한다면 민주노동당은 극좌 정당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중도 보수정당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구분에 동의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는 근대사에서 이념으로 인한 폐해를 많이 입은 민족입니다. 김구 선생조차도 좌익이라는 우격다짐으로 안두희에게 암살 당했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민족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섣부른 이념적 선동은 자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정치권력의 독점을 막고 권력의 ‘균형추’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또다시 한나라당이 현 정부를 견제할 자격이 있는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견제 심리조차도 지역주의를 벗어나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96년 3월 26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는 15대 총선에 임하는 출사표를 통해 독점 권력의 견제를 호소했습니다.

그는 “우리 당(국민회의)이 3분의 1 이상을 얻느냐 못 얻느냐 하는 문제는 국정의 ‘혼란’이냐 ‘견제를 통한 안정’이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구 지역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국민회의는 대구에서 1.37%, 경북에서 1.55%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넷째, 그래도 대구는 다른 당과 후보에게 30% 정도의 지지를 보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유권자들은 늘 30-50% 정도는 다른 당과 후보를 지지해 왔습니다. 이번 17대 총선의 별난 현상이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지역주의의 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주장입니다. 참고로 지역주의가 깊이 뿌리를 내렸던 13대 총선 이후 대구·경북의 1위 정당의 지역구 후보 득표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13대 총선 이후 대구ㆍ경북의 1위 정당의 지역구 후보 득표율
ⓒ 안태준
앞에서 살펴본 결과는 변화의 기미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당 지지가 더욱 더 공고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섯째,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1-3%대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호남에서 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이 외면을 받아온 것은 역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호남 사람들이 이들 정당을 외면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의 지지율
ⓒ 안태준
이런 현상은 정부 인사에서의 편중, 근대화 과정에서의 소외, 민주화 과정에서의 탄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온 역사적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인사 편중에 대한 사례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61년 7월부터 1990년 6월까지의 기간 중에 정부 각 부처의 장·차관 및 동급 각 부처 장의 비율이 영남은 34.93%인데 비해 호남은 5.06%였습니다.

② 2003년 6월 중앙인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과거정권별 120개 요직의 지역편중지수(0에 가까울수록 완전 균형)는 전두환 정권 때 32%P, 노태우 정권 때 35%P, 김영삼 정권 때 36%P, 김대중 정권 때 17%P, 현정권 13%P였습니다.

끝으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지역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호남의 지역주의가 더욱 심각하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논쟁의 중심을 ‘어떻게 하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주의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그 가운데서도 지역의 소외된 계층의 피해가 가장 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역주의로 인해 소수 엘리트 계층은 오히려 득을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주의도 지역에서 소외된 계층이 전면에 나설 때만이 극복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에서 소외된 계층을 대변한다는 민주노동당이 얻은 정당지지율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11.6%, 경북에서 12%의 정당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이 기자의 최신기사삼성 노동자들의 무임승차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