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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총신대 채플시간에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기저귀 발언'을 한 개신교 지도급 목사가 직접 공개사과를 하면서 사태진화에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독교 여성계는 31개 교회여성단체와 여성단체 명의로 문제의 발언을 한 원로 목사가 몸담고 있는 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총회에 이 목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낸데 이어 28일에는 긴급토론을 가진 다음 예장합동 총회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또 해당 목사에 대해 성폭력이나 성희롱 혐의로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독교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을 한국 개신교 교회의 뿌리깊은 남성 우월주의와 여성혐오증이 터져나온 대표적 사례로 보고 이를 계기로 교회 여성차별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인식은 뜻있는 목회자들과 신학자들도 함께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부 교회지도자들이 용감하게도 여성혐오에 가까운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어떤 배경에서 일까.

성경을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자구 그대로 혹은 자의적으로 해석한데 따른 오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게 신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성경에는 지금의 눈으로 문장 그대로를 봤을 때 여성 차별적인 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나님이 남자를 먼저 창조하시고 그의 갈비뼈를 하나 떼어 여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일부분이다'에서 시작해 `월경하는 자'의 성전출입을 막는다 든지,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하는데 이르기까지 겉으로 성차별적으로 보이는 문구들이 많다.

문제는 일부 목회자들이 남녀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을 뿐인 성경구절들을 근거로 삼아 남성중심적인 성직구조와 교회제도를 유지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리고 이런 남성 성직자 중심구조와 성차별적 의식은 한국 교회여성들을 지극히 비주체적이며, 의존적이고 맹목적인 순종 신앙문화에 빠지게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게 신학자들의 진단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게 교회개혁론자들의 주장이다. 평등과 사랑의 가치를 전파한 기독교 초기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경은 인간에 의해 쓰여졌기에 역사와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성경 문구 하나 하나를 역사적,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무시한 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더이상의 기독교의 발전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퇴보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최만자 성공회대 신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의 한국교회는 남성중심적 가치위에 성을 쌓아온 결과로 인해 성차별주의 이외에도 기독교상업주의, 교회세습문제, 힘의 숭배, 기복주의 등등 여러가지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며 "한국교회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성차별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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